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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월)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Alpasión

 

특별한 기록을 많이 남겼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겨울에 개최된 첫 월드컵이며, 승부 예측이 많이도 빗나가며 이변이 속출했다. 이번 월드컵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펠레, 마라도나에 이어 축구의 신이라 여겨지는 리요넬 메시(Messi)의 월드컵 우승이었다. 결국, 프랑스와의 명승부 그리고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가 우승함으로써 그의 소원은 이뤄졌고, 전 세계인은 환호했다. 와인의 세계에서는 프랑스가 최고라지만, 축구의 세계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최고였다. 그런데 화제를 와인 쪽으로 돌려, ‘와인 월드컵’을 연다면, 아르헨티나 와인은 몇 위가 될까? 

 

 

 

알빠씨온, 말벡  Alpasión, Malbec 


해발 고도 1200m에 위치한 우코 밸리 상류의 차카예스(Chacayes) 구획에서 수확된 말벡 품종 100%로 만들어졌다. 충적토와 자갈과 모래가 섞인 양토로서, 양질의 양분을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배수가 원활한 특성을 갖는다. 어린 수령의 나무이기에 농축도를 높이기 위해 초봄의 순따기를 통해 소출을 줄였다. 수령이 7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밭의 잠재 가능성은 놀랍기만 하다. 나무 당 소출이 1.6kg이라니, 나무 한 그루당 와인 1병 반 정도 밖에 안 만드는 셈이다. 100% 손수확을 통해 포도의 품질을 담보하고, 양조장에서 한 번 더 선별해, 양조에 들어간다. 이 공정에서 펌프는 사용하지 않으며 중력 낙차를 이용한 자연스러운 이송 기법을 실현했다. 10일간의 침용 기간에 하루 3번 포도주를 순환시켜 짙은 색상과 타닌을 뽑아냈다. 전체 물량의 12% 정도만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10개월 숙성시켰다. 매우 진한 자줏빛 색상에 자두향과 체리, 블랙베리, 초콜릿 향이 깃들어 있다. 부드러운 산미에 매끄러운 타닌, 긴 피니시를 가진 미디엄 보디 와인으로서 알코올 도수는 14.5%vol 으로 탄탄한 구조감을 가진다. 전형적인 아르헨티나 말벡 스타일에서 보다 가벼운 몸매에 매끈한 세련미를 가진 말벡 와인으로 탄생했다. 약 5~8년 정도의 보관 기간 동안 각종 고기 요리와 함께 음용할 수 있다. 2019 빈티지는 Paris Wine Cup 품평회에서 93점을 받으며, 아르헨티나 Best Wine으로 뽑혔다.  

Price 5만 원대

 

 

알빠씨온, 까베르네 소비뇽  Alpasión, Cabernet Sauvignon 


말벡 품종과 동일한 테루아 조건을 가진 밭에서 생육한 7년생 나무로부터 수확했다. 양조 방법은 독특하게도 콘크리트조에서 포도 송이를 통채로 넣어 발효시켰다. 24°C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발효를 통제해 상큼한 과일 풍미를 잘 표현한 레드 와인이다. 전체의 25% 정도를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말벡의 2배 정도되는 분량인데, 까베르네의 진한 풍미와 농축미가 새 오크와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숙성 후에는 여과 공정을 거치지 않고 병입하며 풍만한 질감과 타닌 구조를 살릴 수 있었다. 필자가 시음한 2021년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레이블 색상처럼 잉크빛 짙은 자주색에 보랏빛 톤이 선명한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으며, 드라이하지만 코에서의 감미로운 과일향이 마감에까지 향긋한 풍미를 줬다. 말벡 와인과의 차이점은 산미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블랙 커런트와 민트, 허브 향에 특히 체리향이 특징적으로 구별되며, 탄탄한 구조감에 힘있는 알코올과 농축미가 돋보이는 미디엄 보디감을 가진 와인이다. 로즈마리나 세이지 허브를 뿌려 구운 등심 스테이크와 멋진 조화를 이뤘으며, 30분 정도의 디캔터 브리딩이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는 와인이다. 알빠씨온의 기본급 품종 와인은 항상 가뿐한 무게감에 음식을 보좌하는 우아함을 가졌다.  

Price 6만 원대

 

 

 

알빠씨온, 그랜드 말벡  Alpasión, Grand Malbec 


‘그랜드 말벡’은 알빠씨온의 대표 고급 플래그십 와인으로서, 8~10년생 나무로부터 4월까지 완숙시킨 포도로 생산됐다. 그만큼 풍미와 농축미를 강조시킨 와인이다. 15일간의 긴 침용 기간을 거쳐, 100% 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시켰다. 매우 깊은 암적색에 2000년 빈티지임에도 보랏빛 톤이 새 것처럼 선명한 힘을 가졌다. 블루베리의 이국적 향이 감도는 가운데 잘 익은 자두와 체리의 향긋한 풍미가 융합된 근사한 부께가 인상적이다. 기본급 포도들보다 2주 이상 후에 수확했기 때문에 약간의 감미가 입안에서 행복감을 주며, 알코올이 15%vol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아한 균형미를 표출한다.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는 과일의 산미와 바닐라와 토스트, 다크 초콜릿이 고급스런 부께를 형성하며 마지막 여운을 마무리 짓는다. 음식은 필자의 경우 숯불 석쇠에서 굽는 안창살 등 특수 부위 구이와 함께 해 최상의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2015 빈티지 그랜드 말벡은 <Wine Spectator> 점수 91점을 받으며, Top 100 리스트에서 8위를 차지했다. 레이블에는 이 포도밭을 소유한 16명의 투자자의 손 지문과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그들로서는 매우 영광스럽고 뿌듯할 것이다. “음... 필자의 지문이 들어갈 자리도 있을까?”  

Price 9만 원대

 

 

 

알빠씨온, 프라이빗 셀렉션  Alpasión, Private Selection

 

프라이빗 셀렉션 와인은 알빠씨온 브랜드의 정규 와인으로는 최상위급 와인이다. 단품종 와인이 아니라 다양한 적포도 품종의 블렌딩 와인으로서, 필자가 시음한 2018년 빈티지는 말벡 80%에 시라 15%, 쁘띠 베르도와 까베르네 프랑이 5% 정도 블렌딩됐다. 필자는 여기에 까베르네 소비뇽이 빠진 이유가 상당히 궁금했는데, 아마도 아직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인 듯 하다. 100% 새 프랑스 오크통에서 18개월 장기 숙성시켰다. 보랏빛 톤과 브라운 톤이 살포시 교차하는 흑적색 보르도 레드 칼라를 보이며, 블랙 커런트와 자두, 블랙 베리향에 정향과 아니스 향신료가 고상하게 등장하며, 삼나무와 바닐라, 살짝 그을린 목재향이 향긋하고 구수하게 나타난다. 특히, 쁘띠 베르도의 아니스 향과 까베르네 프랑의 파프리카 향이 살짝살짝 게릴라처럼 부께 속에 등장하며 향의 복합미와 개성을 키워주며 후각의 즐거움을 완성하는 묘미가 있다. 절묘한 당-산 밸런스에 빳빳한 타닌감, 단단한 구조감에 15.5%vol의 알코올이 받춰 주는 무게감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같은 이미지를 보여 주는 와인이다. 블렌딩된 포도의 평균 수령이 7년 정도인데, 역시 연륜이 깊어지는 5~10년 후에는 대단한 복합미를 창출해 낼 것이다. 1만 3000여 병 정도 소량 생산되며, 검정 레이블에 황금색상으로 표현된 손 지문이 더욱 품격과 신비감을 더해주니, 식탁을 빛내줄 오브제로서의 효과도 일품이다. 숙성된 치즈나 티본 스테이크, 양갈비 구이와 함께할 미식 와인이다.  

Price 10만 원대

사진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 1588-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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