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3일 동안 보지 않기 닫기

2024.05.19 (일)

카페&바

[소믈리에 김준철의 Wine Trend] 와인도 위조가 있다!

얼마 전 외국에서 고가의 와인을 구입했는데 진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가 매스컴에서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이런 위조 와인은 외국에서는 심심찮게 나타나서 와인 애호가들이 적당한 와인을 구입하지 왜 그렇게 비싼 와인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입하느냐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조 와인은 주로 포도주 공장에서 만들고 또 유통 회사들은 만들어진 와인을 가지고 유통 과정에서 장난을 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와인 산업은 외국에 비해서 규모가 작다. 또 국내 포도주 공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유통회사들도 아직은 이런 장난을 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조 와인은 소비자들이 만드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위조 와인의 청정지대라고 볼 수 있으나 위조 양주가 유통된다는 뉴스를 보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위조 와인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다. 국내 와인 소비자들을 위해서 외국 위조 와인의 사례를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하려고 한다.


위조 와인의 역사
위조 와인은 와인이 만들어진 이후에 누군가가 욕심을 가지고 장난을 치게 된 것으로 그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위조 와인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위조 와인의 시작은 와인에 물을 섞는 일이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대에 만든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아주 높았기때문에 와인을 마실 때에 물을 타서 마셨다. 당시에는 물을 타지 않고 와인을 마시는 것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했고 또 물을 타서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지금부터 2000여 년 전에는 알코올 도수를 잴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물을 많이 섞어도 마시는 사람들을 알아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점에서 물을 많이 탄 불량 와인이 등장하게 됐다. 옛날에 군대의 PX에서 막걸리 항아리에 물을 양동이로 붓고 휘휘저어서 팔던 기억이 난다. 로마시대에 하던 방법을 2000년 뒤의 우리나라 군 PX에서도 응용한 것이다. 로마 시대의 물을 탄 위조 와인은 애교로 보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원시적인 위조 와인이었다. 현대의 위조 와인은 와인의 품질 기준이 생기고 불량의 개념이 생기고 난 후로 추정한다. 와인의 품질 기준이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는 모든 와인이 특색있는 와인이었을 것이고 위조고 진짜고 논란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준이 되는 것이 있어야 그 진품에 대해서 품질과 모양과 이름이 비슷한 것을 위조라든지 짝퉁이라든지 말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와인의 품질과 원산지 규정 혹은 등급 등 나름대로의 와인 법이 생긴것은 18세기에 들어 와서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프랑스 등의 유럽에서 만들어졌다. 1756년 포르투갈에서 가장 먼저 원산지 규정을 만들었고 1910년경 와인 등급 규정을 만들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855년에 보르도 와인의 샤또 등급을 정했고 1935년 원산지 규정을 만들었다. 그 이전에는 와인의 품질이나 원산지 등의 기준에 벗어나는 위조와인은 있더라도 위조로 규정해서 벌을 주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다만 남의 상표나 상호를 도용한다든지 하는 위조 분쟁이 있었고 또 사회 통념상 허용 안 되는 첨가물을 와인에 넣었을 경우 등으로 한정됐었다. 이 시기에도 와인이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하는 욕심 많은 인간들이 와인을 가지고 많이 장난을 쳤을 것으로 추측한다. 1860년 영국 의회에서 불량식품과 음료에 관한 법을 제정했고 1889년 프랑스 정부에서 와인은 포도 주스를 발효한 음료로 규정했다.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법적인 위조 와인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와인 업계에서는 위조 와인 사건을 ‘Wine Scandal’ 이라고 말한다. 와인은 양조용 포도를 정상적으로 발효하고 숙성해서 만드는데 양조할 때에 와인 법에 정해진 대로 와인을 만들지 않거나 또는 상표에 표기된 것과 다른 와인을 병에 담았을 때에 이런 와인은 법에 위반되는 부정 와인 혹은 위조 와인이되고 이런 와인을 판매하는 것을 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외국의 위조 와인 사건들
근래에 있었던 위조 와인 사건을 나라별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985년 기후가 좋지 못해 인접 국가들에서는 고급 와인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유독 오스트리아에서만 고급 와인이 생산돼 수출됐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웃 나라에서 조사를 해보니 와인 속에 있을 수 없는 디에틸렌글리콜(부동액으로 사용)성분이 발견돼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다. 오스트리아가 이 오명을 벗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랑스에서 생긴 와인 스캔들은 1988년 보르도의 그랑 크뤼 샤또인 지스쿠르(Giscour)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빈티지간의 블렌딩을 한 것이 들통 났고 1995년 샤또 지스쿠르의 세컨드 와인에 마고가 아닌 다른 지역의 와인을 섞어서 말썽이 됐다. 2004년 프랑스 보졸레 지역의 조지 뒤베프 회사에서는 다른 해의 와인과 블렌딩한 것이 들통 났고, 일기가 좋지 못했던 2007년 보졸레 지역의 몇몇 와인 회사들이 규정 이상으로 설탕을 많이 첨가해서 처벌을 받았다. 2010년에는 프랑스 랑그독 루시용 지방에서 표기와 다르게 타 지역의 피노 누아를 섞어서 미국에 수출했다가 말썽이 생겼다. 2014년에는 프랑스 최고의 포도주 회사인 도멘 드 로마네 꽁띠의 위조 와인이 유통 경로에서 나타나 경찰에서 조사를 했다. 2014년 3월 르와르 지역에서는 뱅 드 따블 와인을 A.O.C. 와인으로 소비자를 속인 혐의로 와인 회사가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986년 기후가 좋지 못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의 알코올을 높인다고 저가의 메칠알콜을 첨가해서 이 와인을 마셨던 수십 명이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2007년에는 이탈리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지방에서는 100% 산지오베제 포도를 사용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일부 다른 품종 포도를 섞은 것이 들통이 났고 해당 와인은 고급에서 중급 와인으로 강등됐던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미국 와인은 아니나 와인 스캔들이 있었는데 1985년 런던의 크리스티 옥션에서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소장했다고 알려진 고가의 희귀 와인이 판매됐다. 이들 와인 중 1787년 Ch. Branne Mouton, 1784 Ch. Branne Mouton, 1784 VCh,. Lafite, 1787 Ch. Lafite를 미국의 Bill Koch가 1988년에 거금을 주고 매입했는데 2005년 Boston Museum of fine Arts의 전시회에 이들 와인을 전시하려고 직원들이 와인의 출처를 알아보던 중 토마스 제퍼슨 재단과 접촉해서 알아본 결과 그 재단에서는 이들 와인들이 토마스 제퍼슨이 소유했던 와인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을 했고, 이에 따라 판매했던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중국에서도 위조 와인 사건이 많았다. 포도 주스를 한 방울도 포함하지않고 물과 알코올, 색소와 향료 등으로만 만든 기가 막힌 와인을 판매하다가 들통이 나서 처벌 받은 일이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또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크뤼 클라세 샤또 중에서도 1등급으로 최고의 샤또인 Ch.Lafite Rothschild 와인으로 사기를 친 일이다. 별로 빈티지가 좋지 않은 해인 1991년 샤또 라피떼 와인을 수입해서 이 와인의 상표를 떼어내고 정교하게 복사한 1982년 상표를 붙여서 엄청 고가로 팔았다가 들통이났다. 1982년 빈티지는 1980년대에는 최고의 빈티지로 아주 비싸게 팔리는 와인이다. 올해 3월에는 타이완 와인 회사에서 값싼 칠레 와인을 벌크로 2달러에 수입해서 병에 담고 프랑스 고급 와인 상표를 붙여서 병당 22달러에 팔다가 경찰에 적발된 일도 있었다. 2014년 11월에는 중국 심천시 와인 상인의 6병의 위조 ‘샤또 라피떼’ 와인과 위조로 드러난 다량의 ‘샤또 라피떼’의 세컨드 와인인 ‘까루아데 드 라피떼’ 와인을 공개적으로 폐기한 일이 있었는데 이 딜러는 옥션에서 보르도 1등급 샤또 와인을 포함해 총 1만 3069병의 와인을 700만 위안(US$ 약 140만)에 구입을 했다가 거의 200병의 와인이 위조로 판정됐다. 이 와인들은 2012년 5월 압류 물품의 판매 옥션에서 구입했고 진위 여부를 알아보려고 샤또 라피떼 로칠드 회사로 보냈다가 위조로 판명됐다. 이 외에도 위조 와인의 사례는 많다. 외국에서 유통된 위조 와인을 만든 주체는 와인 회사와 유통회사들이었다. 와인 생산 회사가 만든 위조 와인들은 1. 포도 주스 한 방울도 안 들어간 위조 와인, 2. 포도 주스에 메틸 알코올을 혼합한 와인, 3. 허가되지 않은 첨가물을 넣은 와인, 4. 규정량 이상으로 설탕을 첨가한 와인, 5. 표기 품종을 속인 와인, 6. 원산지를 속인 와인, 7. 표기 빈티지를 속인 와인이며, 유통업자들이 장난질한 것은 주로 1. 저가 와인 병의 상표를 떼어내고 고가 와인의 상표로 바꿔치기한 와인, 2. 좋지 않은 빈티지 와인을 좋은 빈티지 와인으로 상표를 바꿔치기한 와인, 3. 전혀 다른 회사 와인의 상표로 바꿔치기한 와인 등이었다.


국내 위조 와인 유통 예상 유형 2가지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의 시장도 작고 와인을 생산하는 회사도 적기 때문에 아직 이런 위조 와인이 유통이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으로 만일 국내에서 위조 와인이 유통된다면 외국과 마찬가지로 다음 2가지 유형일 것이다.
첫째, 수입된 와인이 위조인 경우다. 외국에서 수입한 와인의 경우 소비자들은 위조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병에 담아져 있고 상표와 캡슐이 붙어 있는 와인을 정상적으로 수입했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위조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위조 수입 와인은 와인 수입 회사에서 걸러서 위조 와인이 수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와인을 수입하는 회사들은 거래처가 믿을 만한 회사인지를 잘 확인해야할 것이다. 또 그 회사가 자체 공장에서 생산한 와인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 저 회사의 와인을 모아서 수출하는 회사라면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 와인 수입회사들은 국제 와인 시장의 동향을 잘 주시하고 있다가 혹시라도 국제적인 와인 스캔들이 터지면 신속하게 대응을 해서 국내 와인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나아가서는 수입회사의 큰 손실을 미리 막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할 것이다. 문제가 있는 와인을 수입해서 회사가 망한 예가 일본에서 있었다.
둘째, 국내에서 생산된 와인 중에서 위조 와인이 만들어진다면 포도주 공장보다 유통 업자들이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저가와인을 구입해서 상표를 떼어내고 유명브랜드 와인의 상표를 복사해서 붙이고 비싸게 판매하게 될 것이다. 와인 소매점이나 레스토랑 등의 업주들이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서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위조 와인을 만드는 기술도 많이 발전하여 위조 와인이 출현되면 일반 소비자들은 구별하기가 무척 어려울것이기 때문에 수입회사, 소매점과 레스토랑 등의 업소들이 힘을 합쳐서 위조 와인을 취급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다.
특히 오래된 와인을 선호하는 와인 수집가들이 수십 혹은 수백 년 된 오래된 와인을 구입하는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오래된 와인은 대부분 고가이고 희소성 때문에 정상적으로 유통되지 않고 은밀하게 접촉하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와인의 진위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가지 않은 경우에는 구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오래된 와인이라도 보관이 잘 돼야 가치가 있는데 보관 기간 중의 상태가 검증이 안 된 와인도 구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의 코르크는 무한정 오랫동안 사용될 수 없다.
병 입 후 대략 30~40년이 지나면 코르크를 와인 생산회사에서 교환해야 한다. 이때 받은 증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래된 와인은 상표가 너무 깨끗해도 의심을 해야 한다. 종이 재질도 시대에 맞아야 한다.
또 오래되면 병 속의 와인량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데 와인의 양이 너무 정상이라면 의심을 해야 한다. 수백 년 된 와인은 병모양이 현대의 병 모양과는 다르다. 이런 몇 가지의 사항을 알고 있으면 오래된 와인을 구입할 때에 참고가 될 것이다. 저자도 이런 출처가 불분명한 100년 이상 되는 오래된 와인을 팔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모두 거절했지만, 와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런 제안을 받게 되면 특별히 조심하시 바란다. 아직은 우리나라에 위조 와인은 없다. 위조 와인 이야기는 먼 훗날 이야기이므로 아무 걱정하지 말고 와인을 즐기기 바란다.

<2015년 5월 게재>


김준철
소믈리에 / 마주앙 공장장 출신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 소믈리에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근무했다. 미국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양조를 연수했으며,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수학했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의 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밖에 와인 수입회사와 도매상, 소매점, 와인 바와 와인 스쿨을 운영하여 다양한 와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 와인 가이드, 와인 홀릭스 노트 등이 있으며 현재 신문과 잡지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SNS상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서 활동 중이다.

jcsommelier@naver.com





배너
배너

기획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Hotel&Dining Proposa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