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베트남 호텔 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22년 6월 22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베트남의 가장 큰 호스피탈리티 그룹인 빈펄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2200여 개의 객실에 상당하는 빈펄 그룹사의 8개 베트남 호텔들이 2022년 9월부터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사의 호텔로 리브랜딩을 하며 메리어트 브랜드로 편입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베트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직원들에게도 놀라운 소식이었다. 현재 베트남에는 총 10여 개의 메리어트 브랜드 호텔이 운영 중인데, 8개가 곧 리브랜딩되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텔 브랜드로 20개에 가까운 호텔이 있게 되는 것이다.
베트남 호텔 업계의 큰 지각변동임에 틀림없다.
빈펄 X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일전에 기사에서도 썼지만, 빈펄 그룹은 베트남에서 호텔 & 리조트로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특히 빈펄 골프장은 푸꾸옥을 포함 베트남 내 여러 지역에 호텔 & 리조트와 함께 운영되고 있어서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하다. 이러한 빈펄 그룹사가 무려 8개의 호텔 & 리조트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사의 브랜드로 바꾸는 것은 과감하고, 큰 결정이었다.
지금까지 빈펄 호텔 그룹은 기타 인터내셔널 호텔 그룹과 전략적 제휴나 기타 파트너십을 고려하지 않아왔다. 베트남 현지 호텔 그룹으로서, 베트남 전역에 호텔/리조트/골프장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인지도를 쌓아온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사와 8개 호텔에 대한 경영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전문적인 호텔 경영사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빈펄 그룹 또한 대기업이지만, 호텔 & 리조트 분야에서는 인터내셔널 브랜드를 이용하면서 얻는 장점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그룹사와 경영 계약을 체결할 경우 생기는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경영 노하우를 바로 적용해 운영할 수 있고, 표준화된 브랜드 스탠더드를 지키면서도 로열티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 다만 경영계약이기 때문에 매니지먼트 비용이 발생하며, 브랜드 기준을 지키기 위한 비용의 발생은 어느정도 감수해야할 것이다.
빈펄 그룹사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사를 선택한 것은 메리어트가 베트남 내에서 지속적으로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현재 운영 중인 10개 호텔 모두 좋은 영업 실적과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베트남 호텔들의 변화
베트남은 확실히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사를 포함해서 인터컨티넨탈 그룹, 아코르, 멜리아, 하얏트 호텔 그룹들이 베트남 전역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호텔 그룹사로는 호텔롯데과 호텔신라도 진출해 있다. 그나마 빈펄 호텔 그룹이 베트남에서 인지도 있는 로컬 호텔 그룹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지만, 이번 전략적 제휴로 인해 빈펄 그룹사 또한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의 오너사가 되며 변화가 생겼다.
푸꾸옥의 경우를 보면, 로컬 호텔 & 리조트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영업도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 하지만 마켓 셰어의 측면에서 보면 중대형 규모의 호텔 & 리조트들은 모두 인터내셔널 브랜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한국만 보더라도 호텔신라나 호텔롯데 그룹사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도 높고 지속적인 확장을 하고 있지만, 기타 그룹사의 경우 인터내셔널 호텔 그룹사에 비해 인지도나 확장성 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도 메리어트, 하얏트, 힐튼, 아코르 등 다양한 해외 호텔 브랜드들이 서울에 포진돼 있고, 부산이나 제주에서도 지속적인 확장과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로컬 호텔들의 발전 방향
그렇다면 로컬 호텔들은 베트남에서 설 자리가 없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은 하노이부터 푸꾸옥에 걸쳐서 도시단위로 특색이 있고, 하롱베이, 후에, 달랏, 붕따오 같이 각 도시의 특징과 색채들이 아주 짙은 곳들이 많다. 이런 도시들에는 아직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이 진출해 있지 않고, 여러 로컬 호텔들이 왕성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로컬 호텔들이 인터내셔널 호텔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호텔 규모는 작아도 로컬 호텔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을 유지하고, 각 지역 상권과 연계해 여행객들에게 특별함을 전달한다면 그것이 로컬 호텔들의 발전방향이 되지 않을까? 필자도 호치민을 종종 방문하는데, 출장을 제외하고는 기타 로컬 부티크 호텔들도 찾아서 방문해 보고 있다. 비록 메리어트 브랜드가 주는 익숙함은 없지만, 각 호텔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과 특별함은 방문할 때마다 신선함을 준다.
빈펄 호텔들이 9월 말부터 메리어트 브랜드로서 공식 운영에 들어가는데, 기회가 된다면 몇 호텔들을 방문해 보고 리브랜딩된 호텔들의 감상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