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반려’라는 단어의 뜻은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한다. 처음에는 ‘반려를 맞이한다’라는 뜻으로 배우자인 ‘반려자’로 자주 쓰던 단어는, 시간을 거듭하면서 여러 대상에게 쓰는 말로 확대돼 왔다.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에서, 이제는 그냥 키우는 식물이 아니라 ‘반려식물’에까지 옮겨온 것. 이러한 반려식물은 단순히 장식용 오브제로 대했던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식물을 중점으로 한 플랜테리어(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 및 집에서 직접 정성들여 가꾸는 홈가드닝을 통해 일상의 힐링을 선사,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더 나아가서는 기업과 소비자로 하여금 친환경적인 소비 촉진, 브랜딩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제는 반려식물의 시대
바야흐로 ‘반려동물’을 지나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매스컴에서 종종 보이는 시대다. ‘홈가드닝’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홈가드닝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원예를 뜻하는 가드닝(Gardening)의 합성어로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활동을 뜻한다.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농업정보포털에서 지난 2021년 발표한 <빅데이터로 알아보는 반려식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대비 화분은 40%, 묘종·묘목은 92%, 원예용품은 20% 이상이 증가했으며 향후 2023년은 2021년의 매출 규모 8배를 전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인 현재, 이러한 전망은 더욱 또렷하게 비쳐진다. 홈가드닝에 더불어 자리를 비운 사이 식물을 맡아주는 식물호텔, 식물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솔루션을 받아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식물 유튜버, 식물과 함께하는 호텔 패키지…이렇듯 식물은 많은 이들의 삶 가운데 뿌리내렸다.
김난도 교수의 <2022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러스틱 라이프’가 중요한 키워드로 꼽혔다. 책에 따르면, 이전부터 있어왔던 귀농 트렌드는 최근 들어 한 달 살기, 텃밭 가꾸기, 홈가드닝 등 도시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러스틱(Rustic) 라이프로 바뀌었다고 한다. 모두 내려놓고 귀농하는 것이 아니라 고급 백화점 안으로 식물 공간을 들여놓는 등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삶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렌드 전문가인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의 책 <라이프 트렌드 2022 Bettr Normal Life>에서는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가장 먼저 ‘가드닝’을 꼽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 자연과 가까워져야겠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 더 놀라운 점은 홈가드닝에 관심이 있는 연령층도 2030으로, 집에서 식물을 키운다고 했을 때 40대나 50대를 흔히 떠올리게 되는 기존의 인식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과 소통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다. 반려식물은 이 두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또한 인테리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간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성향과 잘 맞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로 서울 양재화훼시장과 종로화훼시장은 MZ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튜브에 ‘화훼시장’을 검색해보면 운영시간 및 주차팁, 화분 금액과 저렴하게 식물을 들여오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MZ세대를 타깃한 영상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인스타그램에서는 MZ세대를 위주로 어렵지 않게 아프리카 다육식물 등 희귀식물을 취급하는 가게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인스타그램의 댓글창에서는 키우는 방법이나 분갈이 등 여러 질문이 오가는 모습을 쉽게 확인가능하다. 이렇듯 반려식물은 4050 뿐만 아니라 2030 MZ세대들 사이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하나의 트렌드로 작용하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소통, 반려식물 들이기
#안정 #힐링 #친환경 #친근감
MZ세대는 어째서 이러한 반려식물 트렌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온라인으로 쉽게 화분을 구매하고 식물 관련 솔루션과 컨설팅 플랫폼 ‘플립’을 운영하는 풀른의 김성훈 대표(이하 김 대표)는 “최근 식물을 기르는 대부분의 식집사(‘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반려식물을 키우며 기쁨을 찾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신조어)들은 MZ세대며 1인 가구다. 중장년층이 식물을 그저 집을 꾸밀 수 있는 오브제로 봤다면 최근의 젊은 세대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위해 식물을 찾고 있다. 또한 같이 살아가는 동등한 생명체라는 마음가짐으로 반려식물을 대하고 있다.”면서 “혼자 쉴 수 있는 곳을 휴식의 장소로 보는데, 그곳에 식물이 있고 없고는 굉장히 크다. 반려동물도 물론 좋은 작용을 하지만, 식물은 반려동물처럼 뛰어다니거나 짖으면서 액션이 있는 소통을 하는 대신, 식물은 키우는 대로 자라나며 나름의 소통을 한다. 그러한 것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치유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2018년 환경과학회지에서 발표한 <반려식물 가드닝이 대학생들의 심리면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3개월 간 돌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증상이 더 적었다고 한다. 이처럼 반려식물은 많은 이들의 정신 건강에 안녕과 쉼을 주는 힐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식물을 반려도 들여 이들을 동등한 생명체로 본다는 말은, 생명 존중이라는 사상과 맞닥뜨리며 존재만으로도 사회에 선순환을 이루는 친환경을 생각하게 된다. 신념에 따라 가치 소비를 중요시여기는 젊은 세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 2021년 마크로밀 엠브레인에서 발표한 ‘반려식물 키우는 목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기 정화를 위해 키운다는 답변이 58%였다. 식물 4~5개가 있으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20% 가량 낮아지기도 하고,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에서는 천연 공기 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이전에 모 식품 대기업과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한강에서 식물을 분양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미뤄졌지만 내년 쯤 협업해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고 있다. 당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구상할 때 친환경 포장재나 친환경 제품 출시 같은 것도 생각했지만, 식물을 직접 키우고 분양해 공기를 정화시킨다는 점에서 기업의 친환경적인 요소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 4월, GS리테일은 식목일을 맞아 고객이 반려식물을 들이면 GS리테일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GS리테일 관계자는 “산불 피해와 벌목 후 방치된 지역에 새로운 건강한 숲을 만들어 푸르른 숲을 회복하는 캠페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렇듯 반려식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과 더불어 친환경에 일조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가치 소비를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각광 받고 있는 중이다.
반려식물 시장에 진출한 곳들
#LG전자 #식물호텔 #식물병원
이런 수요에 맞춰 기업들은 식집사들을 노려 제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호텔, 병원을 만들었다. 식물마다 다르지만, 식물이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물을 적당한 시기에 주는 것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보통 식물이 죽는 이유의 대다수는 과하게 물을 주는 것”이라면서 “식물을 들여올 때 구매처에서,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식물이 뿌리내린 화분과 흙의 성질, 공간의 습도나 온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식물을 잘 키우다가도 시들어버리고, 혹은 썩어버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쳤을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3월 식물 생활 가전 ‘틔운 미니’를 선보였다. 베란다와 화분에서 식물을 기르는 복잡한 과정을 줄이고 자동화, 초보 식집사도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는 ‘스마트 정원’ 콘셉트로 나왔으며, 조명 시간, 밝기를 조절해 식물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한다. 틔운 미니는 3월 사전예약 판매 시작과 함께 6일 만에 수량 1000대가 모두 팔렸고, 지난 8월에는 CU편의점에서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식물 가전의 대중화를 선보였다.
‘식물 호텔’도 나왔다. AK백화점 분당점에 입점한 ‘가든어스’는 마치 반려동물이 가는 호텔처럼 식집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 잠시 식물을 맡아주는 호텔이다. 식물 관리 전문가가 직접 식물의 특성에 맞게 관리를 제공하고, 영양분, 가지치기를 도맡아 해주는 곳이다. 반려식물을 들이는 방식도 호텔에 체크인하는 고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호텔에 맡기기 전 예약을 하고 식물이 아픈 데가 없는지 알린 후 방문하면 평소 생활환경, 기르는 방법 등이 포함된 진단서를 작성한다. 식집사는 식물이 머물게 될 객실의 번호가 부착된 팻말을 받은 뒤 부담 없이 여행을 떠나면 된다.
식물 병원도 생겼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식물병원은 진단 의뢰 신청서를 작성하면 소속 연구사들의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식물의 상담소와 같은 역할도 해낸다. 연구사들이 답변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자유롭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식물이 비슷한 질병을 겪고 있다면 답변을 살펴 본 뒤 유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들은 어떠한 니즈에 부응해 탄생했을까? 김 대표는 “반려식물을 들일 때 가장 중요한 지점은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적지 않은 이들이 식물을 그저 오브제로, 그냥 둬도 잘 자랄 것 같다고 보는 거다. 사람이 온도와 습도, 빛에 민감한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이 식물은 집에만 둬도 안정이 되고 힐링이 되는 친구다. 많은 식집사들이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식물을 키우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통해 추측해보자면, 반려식물이 동등한 생명체로서 아프지 않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이 있고, 기업과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니즈에 맞춰 등장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빠질 수 없는 트렌드, 반려식물
사람과 식물이 함께하는 호텔도 오픈해
이러한 반려식물 트렌드는 한국에서만 지대한 것이 아니다. 앞서 식물 호텔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식물만이 아니라 사람과 식물이 동시에 지낼 수 있는 호텔도 있을까? 코트라는 2018년 기준 미국 가드닝 시장은 연 6%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매출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고객층이라고 밝혀 한국과 비슷한 트렌드 동향임을 추측해볼 수 있었다. 이에 발맞춰 올해 4월,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 엘우드 호텔은 세계 최초의 식물 호텔로서 발돋움 했다. “반려동물은 갓난아기고, 식물은 새로운 반려동물이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등장한 엘우드 호텔은, 호텔 안에서 식물이 태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객실마다 3개의 큰 창문을 만들었으며, 식물이 머무를 수 있는 온실 환경을 만들었다. 객실 내부도 각종 식물로 꾸며 플랜테리어 감성에 따랐다. 엘우드 호텔의 데이비트 베이더 공동 오너는 지난 7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식물 애호가가 늘었고, 관련 호텔 상품 개발 필요성을 느꼈다.”며 “반려식물 역시 새로운 형태의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했고, 식물 애호가들이 자신이 키우는 식물과 함께 여행을 희망할 것으로 봤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반려동물 전용 호텔처럼, 객실의 창턱, 테이블, 캐비닛 및 욕실 곳곳이 식물로 인테리어 돼 있고 세면도구도 식물성 제품으로 구비했다. 4월 오픈 이후 객실 예약이 급증, 5월 초까지 62개의 모든 객실이 매진됐다.”고 전해 뜨거운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실제 호텔에서 식물을 들이는 것은 어떨까? 김 대표는 “호텔은 식물을 들이기에 좋은 공간이다. 이미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게 갖춰져 있으며, 호텔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도 많다.”며 “식물을 키우는 법을 익히면 관리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 우리 호텔에 적합한 식물을 들이면 된다. 처음이 어려울 뿐 식물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는다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식물을 방에 들이면 며칠 지나지 않아 공기가 맑아지고,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플립을 찾는 고객들도 대부분 만족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예상한 듯 천천히 식물과 함께하는 공간을 꾸리고 있다. 호텔 객실 내 반려식물을 들인 호텔도 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호텔 아젤리아는 지난 7월 코로나19로 지친 고객들의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도록 힐링룸을 조성했다. 내부는 각종 관상용 식물과 라탄 재질의 가구 등으로 꾸민 신규 테마룸이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의 레스토랑 ‘더 큐(The KEW)’는 지난 8월 리뉴얼 오픈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식물들을 10분 활용해 세계 최대 식물원인 영국의 ‘큐 왕립 식물원’을 벤치마킹해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객실 내에도 다양한 식물을 준비해 플랜테리어 공간을 선보였다. 메이필드호텔 서울 김영문 대표이사는 “더 큐 레스토랑을 통해 식물이 주는 편안함과 휴식이 주는 가치를 전달하겠다.”고 밝혀 식물이 주는 편안함을 호텔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풀른의 김 대표는 “요즘 같이 반려식물이 각광받는 시기에는 식물을 들이는 것이 객실 내의 테마가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고객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호텔과 식물은 상성이 잘 맞는 주요한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반려식물 패키지도 등장!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_ 마이 리틀 베이비
반려식물을 중심으로 한 패키지도 만들어졌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은 풀른과 협약을 맺고 호텔에서 반려식물을 분양 받을 수 있는 독특한 프로모션 ‘마이 리틀 베이비’를 선보였다. 2박 이상 투숙 시 이용 가능한 패키지로, 호텔에서 반려식물을 제공, 반려식물 이름표와 함께 호캉스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 마케팅 담당 김다현 지배인은 “MZ세대들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는 에코 라이프, 플라스틱 줄이기, 친환경 포장재 등 친환경적인 요소들”이라면서 “기존에 구매하던 물건을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스토리가 있는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가치 소비를 선호한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도 이러한 니즈에 부응, 반려식물의 경우 바쁜 일상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장점과 동시에 공기 정화, 식물로부터 받는 힐링과 위안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 반려식물을 이미 키우고 있는 고객들 중에 추가 입양을 원하는 고객들도 있는 등 인기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호텔에 방문하지만, 식물이 주는 에너지와 힐링은 누구에게나 유익하다.”고 전해왔다.
이번 협업에 참여한 풀른의 김 대표는 “호텔 측에서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식물은 공통점이 많다. 물론 친환경 어메니티나 이러한 기업의 제품을 비치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며 “고객은 호텔에서 만난 반려식물을 바라보며 호텔을 추억할 수 있고, 또 호텔은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서로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뜻 깊은 협업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호텔에서도 반려식물을 들이기 위해 노력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려식물 들이기 좋은 호텔
다양한 프로모션과 협업 기대돼
앞서 언급했다시피 호텔과 식물은 함께하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들이 많다. 호텔을 방문하는 목적에는 비즈니스, 여행, 파티 등 여러 목적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하는 데 목적을 두기도 한다. 식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친환경적인 가치를 통해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휴식의 경험을 제공하고, 친환경적인 브랜딩에 관심을 두고 있는 호텔은 반려식물로 시각적인 임팩트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친환경 소재의 용품들도 고객으로 하여금 내가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하지만, 식물만큼 가시적이며 실질적인 효과를 주는 생명체도 없을 것이다. 또한 반려식물 시장은 아직 개척 중이다. 김 대표는 “현재와 같은 추세로 봤을 때 10년 후 반려식물 시장이 만개한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시장이 개척 중이라는 것은 즉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넘쳐날 수 있는 단계라는 뜻이며 식물이 공생하기 좋은 환경인 호텔 또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개발해볼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식물이 즐비한 호텔은 객실의 새로운 테마를 띄기도 한다. 흔히들 객실은 호텔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향상되면서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럴 때 차별화를 줄 수 있는 것은 테마의 명확함이다. 식물에 집중하고 또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테마 객실을 몇 가지 만들어 보거나, 혹은 패키지를 들여 고객에게 객실에서의 경험을 색다르게 기념토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고객을 위해 객실이나 패키지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반려식물을 위한 객실과 패키지가 더욱 생겨난다면 많은 식집사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반려식물 스타트업 ㈜풀른을 운영 중이다. 소개 부탁한다.
풀른을 차리기 전에는 리빙 디자이너로 일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던 중, 반려식물을 맞이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갈, 공기 정화에 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타까운 건 수많은 이들이 식물을 3번에서 4번, 혹은 그것보다 더 많이 죽이면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터득한다는 것이었다. 식물을 기르는 방법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오프라인에만 형성돼 있었던 화훼시장을 온라인 시장으로 가져오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풀른이며, ‘풀른(Fullen)’은 ‘가득 채우다’라는 뜻의 독일어로, 사람들의 삶과 공간을 채우겠다는 의미를 담은 사명이다. 누구나 쉽게 식물을 접하고 공간을 더욱 바람직하게 채우는 기회를 제공, 공간을 보다 건강하게 채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탄생했으며 2020년에는 이러한 소망을 담아 반려식물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 ‘플립’을 론칭했다.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을 통해 식물을 분양받고, 식물을 케어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식물, 사람, 공간을 가장 쉽게 연결할 수 있는 도구가 되자는 의미였다.
반려식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한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의 특징도 궁금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식물을 키운다고 한다. 그 중의 30%가 MZ인데, 이는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하는 계층이다. 반려식물은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그로 하여금 치유되는 경험을 선사해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더불어 조용히 잘 자란다는 특징도 있다. 식물 또한 이것저것 신경 쓸 게 있기는 하지만, 뛰어다니는 반려동물에 비해서는 당연히 조용하고(웃음) 내가 잘 키우면 키우는 대로 자라는데다가 접촉하면서 사회적인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듯이, 열심히 키운 생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되지 않나? 반려식물은 친환경적인 인테리어 요소임과 동시에 기댈 수 있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생명체인 셈이다.
또한 플랜테리어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식물이라는 소재는 그 어떤 가구와도 어울리고, 투자하는 비용 대비 방에 생기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기 정화 효과도 있어 널리 선호되는 편이다. 물론 이전에 그저 오브제로만 뒀던 것과는 다르다. 사람도 건조함에 예민한 사람이 있고, 습도에 예민한 사람이 있듯이 식물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스투키라도 기질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떤 스투키는 한 달에 한 번씩 물을 주고 또 다른 스투키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물을 줘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더불어 반려식물의 생김새와 생명력 유지를 위해서 흙이나 자갈을 신경쓰고 화분을 꾸밀 수 있는 요소를 신경 쓰는 식집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호텔에서 반려식물을 들일 시 얻게 되는 이점을 이야기해 준다면?
일단 한국은 반려식물을 들여놓은 호텔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 최초의 사례가 된다면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호텔의 공간은 너무 좋아서 식물의 종류를 고민하는 것 외에는 따로 준비할 것이 크게 없다. 온도나 습도를 고민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우선 온도에 영향 받는 식물은 생각보다 적은데다가 식물이 평균 24도에서 27도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호텔은 그 적정 온도를 늘 지키고 있는 공간이라 수고가 덜한 셈이다. 또한 평범한 객실 공간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몇 개 들여놓으면서 그리너리한 인테리어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 생명력 있는 객실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친환경 호텔을 염두하고 있는 호텔이라면 다른 것보다도 식물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가시적인 도움이 되니 생각해볼만 하다. 최근 반려식물 패키지를 협업한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의 경우 밀레니얼 고객과 비즈니스 고객이 많았는데, 쾌적한 느낌을 받아 좋았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반려식물 패키지나 테마 객실 기획에 대한 제언 부탁한다.
우선 객실의 장점과 단점을 살피고 식물을 들여야 한다. 통풍이 안 된다면 욕실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을, 햇빛이 부족하다면 일조량에 비교적 무던한 식물을 고르는 것이다. 생각보다 환경을 신경 쓰지 않으면 식물이 죽기 쉽기에 들일 때부터 전문가와 이야기를 한 뒤 공간에 적절한 식물을 배정 받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한다면 식물 관리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또한 공간감이 확보된 호텔이라면 떡갈고무나무처럼 키우기 어렵지 않고 잎이 큰 식물을 들여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면 좋다. 크기 덕분에 도난 위험에서도 안전하다.
또한 요즘 식집사들은 식물을 키우면서 예쁘고 개성적인 장식물 등을 부착하고, 더 나아가 반려식물에게 더욱 유익한 흙으로 바꿀 수 있는 분갈이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이러한 오브제들과 함께 반려식물을 분양하고, 꾸밀 수 있는 패키지를 기획한다면 특히 젊은 세대에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