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2022년 3월 15일 외국인 관광객 전면 개방 정책을 펼쳤고, 5월 21일 비엣젯이 한국-푸꾸옥 직항을 재개했다. 작년 11월에 임시편이 운항되긴 했지만 정규편으로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운항한 첫 번째 비행기로, 실로 감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 또한 5월에 한국으로 휴가와 출장을 다녀오면서 5월 말 비엣젯 직항을 통해 푸꾸옥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푸꾸옥을 포함해 베트남 여러 도시들이 적극적인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베트남 및 푸꾸옥이 준비하고 있는 부분과,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을 현지에 있는 관점에서 기술해 보려 한다.
베트남 입국의 간소화
5월 푸꾸옥으로 재입국시에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면, 백신접종을 확인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팬데믹 이전의 해외입국과 다르지 않았다. 입국 시에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없었고, 정규편도 현재는 국제선 중에선 한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유일해서 여유 있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나올 수 있었다. 한국에서 출국 시에도 특별히 필요한 서류는 없었고, 일상적인 체크인 과정을 거쳐 비행기 탑승을 했다. 이처럼, 한국-베트남만 놓고 본다면 해외여행 재개가 성공적으로 시작된 듯 보이고, 좀 더 많은 관광객들이 편하게 베트남을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베트남 입국이 간소화됐다고 해서, 해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
베트남 관광의 한계
하노이/호치민/다낭의 경우 한국에서 들어오는 정규편이 팬데믹 전과 비슷하게 회복하고 있다. 2018~2019년도처럼 모든 항공편이 만석으로 꽉꽉 채워오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하노이의 몇몇 호텔들은 5월 객실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5월 말 기준).
하지만 푸꾸옥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엣젯이 일주일에 5일 운항하고 있고, 하루에 한 편만 운항 중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제주항공 등 국내의 여러 항공사들도 일주일에 4~5편을 매일 운행하고 있던 것과 비교해보면 아직 부족한 수치다. 대한항공이 6월 말부터 전세기 운항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수요에 한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푸꾸옥 현지의 호텔과 관광업계는 외국인을 맞이할 준비가 돼있을까? 이 부분은 다소 회의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JW메리어트 푸꾸옥의 경우도 올해 초부터 리조트의 외관과 객실 내부 레노베이션 및 터치업을 진행했고, 점유율이 비교적 낮은 시점인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올 하반기를 대비했다. 하지만 숙련된 직원들을 뽑고 재교육하는 과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타 호텔 역시 내국인 손님들을 위주로 영업하다가 해외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려고 하니,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을 포함, 높은 서비스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숙련된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뽑고 있다.
베트남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경우에도 5월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커리어 페어를 개최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오려 했다. 이처럼 관광업계에서 인적자원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것은 푸꾸옥 뿐만이 아닌 해외관광객이 많이 찾는 호치민, 다낭, 나트랑에서도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한 가지 드러난 문제점은 오랜만에 해외여행이 재개되다 보니, 일부 로컬 업체와 관광업계에서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지나친 호객행위와 불공정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이긴 하나, 2년 만에 재개되는 현 시점에서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단속과 교육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블루오션인 베트남 관광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베트남은 많이 가본, 익숙한 해외여행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에는 여전히 푸꾸옥을 포함, 개발 중인 관광지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한국에서 나트랑으로 들어오기 전 반드시 거쳐야하는 깜란이라는 도시도 그중 하나다(깜란공항에서 내려 1시간 정도를 가야 나트랑이다). 메리어트 사에서도 깜란에 JW 메리어트, 웨스틴(올해 하반기 오픈 예정) 브랜드를 개발 중이고, 다낭에도 JW메리어트, MEA, 코트야드 등 향후 3~5년 안에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진행 및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푸꾸옥의 관광지 개발 상황을 살펴보면, 북쪽의 빈펄 그룹의 경우 사파리나 테마파크 공원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을 운영, 확충해 나가면서 대규모의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실제로 빈펄 그룹은 비엣젯 항공과도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남쪽에 JW메리어트, 프리미어 빌리지, 프리미어 레지던스, 뉴월드 푸꾸옥은 선그룹이 가지고 있는 프리미어 브랜드들로, 빈펄처럼 자체 브랜드가 아닌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코르, 로즈우드 그룹의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럭셔리 관광객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쪽에는 풀만, 노보텔, 인터컨티넨탈, 리젠트 푸꾸옥 등 다양한 인터내셔널 브랜드와 오너사들이 복합적으로 단지를 구성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푸꾸옥 동쪽 해안 개발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가에서 개발을 막고 있어서 리조트와 호텔의 개발이 전무하지만, 향후 정부의 결정에 따라 다양한 호텔, 리조트, 관광 시설이 개발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푸꾸옥은 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호텔 타운으로 개발돼 해외 관광객 수요를 더 충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푸꾸옥 관광의 나아갈 길
필자는 2020년 말부터 푸꾸옥에서 일하기 시작해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팬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볼 때 푸꾸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개발 가능한 지역이 광활하고 자연이 잘 보존돼 있으며, 다양한 호텔/리조트 브랜드의 진출로 숙박 공급도 원활하다. 하지만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숙련되고 유능한 관광 인적자원들에 제한이 있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푸꾸옥만의 독특함과 신선함이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위험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아직 푸꾸옥은 시 자체의 관광 기구나 단체가 활발히 활동하지 않고, 정부차원에서도 캠페인이나 지원을 따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만약 푸꾸옥을 베트남 최대의 관광 교두보로 만들 계획이 있다면,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태국이나 필리핀의 경우 관광재개시점에 관광부 장관과 각 정부의 관광공사들이 앞다퉈 한국이나 주요 타깃 국가를 방문해 로드쇼나 전시회를 기획했던 것들을 레퍼런스로 삼아야 할 것이다.
푸꾸옥이 아름다운 섬이라서 많은 리조트와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방문을 하는 관광객들도 많겠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한다면 이미 충분히 성숙한 관광산업을 가진 기타 아시아 국가들과 데스티네이션 관광지에게 그 기회를 뺏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발 직항을 기점으로 팬데믹 전에 푸꾸옥 직항이 있었던 기타 국가들도 직항을 재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좀더 적극적인 마케팅과 캠페인이 이뤄진다면 더 빠른 시기에 푸꾸옥이 해외 관광객들에게 크게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