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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월)

한국음식평론가협회

[Dining Story] 외식업에 요구되는 이미지 스타일, 메뉴와 식기와의 조화

 

완벽한 밥상


우리는 호흡, 체온 유지, 섭생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그중 섭생은 미각이라는 쾌락을 동반하기에 가장 힘이 있고 그 힘은 공평무사하지 않은 세상사에서 유일하다 할 만큼 공평하게 작용한다. 허기를 찬 삼아 마주 앉은 밥상에서 우리는 서로 똑같은 인간임을 깨닫게 되니 밥상 앞은 차별 없는 공간이며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인 것인 셈이다. 또한 한 접시의 요리가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타 예술분야처럼 밥상에서 치유와 공감의 기운이 생겨나야 하는데 필자는 그 기운들이 조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훌륭한 악기와 연주자, 청중이 있어야 그 기운이 발현되듯이 밥상 역시 장소, 음식과 식기, 함께 먹는 이, 대화, 여러 테이블 아이템들이 결합함으로써 기운이 발현되는 것이다. 잘 구성된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아이템들이 상황에 따라 자기 역할을 배당받고 쓰임에 맞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바탕에는 왜 그 공간에 모여 앉았는지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다. 그리고 게스트와 호스트 모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따뜻하고 편안하고 부드럽고 즐거운, 그런 식탁을 모두 바라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결국 그 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다. 그렇기에 상을 차리는 것이 직업인 필자에게 기운이 발현되는, 완벽한 밥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화라고 답할 것이다. 그 조화의 기본 인자는 앞서 얘기한 ‘이해’와 ‘정성’ 또는 ‘배려’ 같은 친숙한 것들이다.

 

이제 우리는 비싼 그릇 세트의 나열이 멋진 테이블 세팅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박하든, 우아하든 밥상에 함께 앉은 이에게 전하고픈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다른 방법이 상차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기본을 알리기 위해 테이블 디자이너들은 오랜 시간 강의와 전시, 매체를 통해 일반인과 소통하며 어렵게 얻은 많은 정보를 공유했다. 덕분에 이제는 집에서 군대 반합에 라면을 끓여 먹고 아이의 돌상을 직접 차려주기 위해 전통 돌상을 연구하거나 스웨디시 식기를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일반인들이 많아졌고 외식업소들은 그들에게 감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보는 밥상, 기운을 주는 밥상


그릇, 메뉴, 식탁의 소재나 디자인, 동선과 공간 구획, 마감재, 조명 등의 인테리어, 플레이팅, 소품, 서비스. 이렇게 많은 요소의 결합에서 우리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대중들이 먹는 밥상뿐만 아니라 보는 밥상, 더 나아가서는 기운을 주는 밥상을 차리기 위해 자신들의 감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문화의식의 성장이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반가운 현상이지만 셰프, 기획자, 외식업 오너들은 더 많이 보고 제대로 공부하고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때문에 영상이나 사진 촬영 외에 테이블 세팅과 식기 선택, 플레이팅을 하는 부분에 꾸밈과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영화나 CF는 극도로 연출된 상황이고 미술, 소품, 의상, 조명등이 끊임없이 조율하며 최상의 그림을 연출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가 맡은 음식과 관련된 부분을 연출자의 의도에 맞게 가장 잘 드러나도록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업장이라면 셰프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헤어스타일과 옷을 입고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며 어떤 음식을 내고 싶은지, 평소 플레이팅의 스타일, 메인 타깃층에 맞는 가격대가 설정돼 있는지 고객이 어떤 사람들일지 미리 예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는 경영자의 이미지도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시대다. 꾸밈은 클라이언트에게 총체적인 브랜드의 비주얼을 살펴서 이미지 스타일을 제안한다. 예산안에서 가격대에 맞고 메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식기를 선택하지만 아쉽게도 식기를 고르는 예산은 거의 마지막에 정해지고 식기에 힘을 쏟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다.


그 외에 전문가로서 아주 원론적인 상차림의 가이드는 실용성과 심미성의 조화, 테이블 아이템들의 디자인 통일성 등이 있을테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추면서 조금 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선구안과 테이블 디자이너만의 개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것,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조율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먹는 시대


이제 외식업소는 단순한 이벤트나 식재료를 강조하는 방법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위에서 혀로, 혀에서 눈으로 먹는 시대를 지나 지금은 맛과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요리를 머리로 이해하며 먹는 시대를 거치고 있다. 곧, 마음으로 먹는 시대가 올 것이다.

 

강소 매장의 열풍이 왜 생겼을까? 코로나라는 시대적인 특수성도 있겠지만 아주 작은 가게라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담긴 곳을 고객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브랜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고 브랜딩의 힘인 것이다.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업소의 이야기가 조화롭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분위기의 통일성이 중요하다. 분위기를 이루는 많은 요소 중에 직접 음식과 하나가 되는 식기가 시각화에 민감하게 작용하므로 좀 더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이나 건축, 인테리어의 발전에 비해 사실, 식문화 분야는 다소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식문화를 조리문화와 식탁문화로 나눠 본다면 그 둘조차 균형적이지 않다. 우리가 음식의 풍요를 만끽한 60년도 채 되지 못한 시간에 비례하면 파인다이닝의 약진, 쿡방, 먹방 열풍, 미쉐린 가이드 발간, 스타 셰프 등 조리문화는 발전이 매우 빠르다.

 

그러나 식탁문화(메뉴, 식도구, 테이블 세팅, 서비스를 주고받는 매너를 포함한 식사예절 등)는 아직 그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부분을 공략해야 남들과 차별화된 완성도 높은 공간을 경쟁력으로 지니게 되니 아웃테리어, 인테리어, BI, CI, 메뉴판까지 신경쓴다. 그러니 소품과 식기에 자기 색깔을 더 부여하려고 자체 제작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릇 선택의 팁


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팁을 주자면 강도가 너무 약한 그릇이나 너무 무거운 그릇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 업장의 이미지 스타일을 분명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재질, 형태, 컬러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파손 등으로 수량이 줄어들 때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업장의 레시피대로 조리할 경우 무리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오븐에 넣거나 직화가 가능한지 등. 또 스테이크 접시인데 칼질을 하면 흠집이 나는 경우도 있으니 실제 사용해보고 유약의 강도를 확인하는 것도 추천한다. 보온이 유리한 경우 재질도 중요하다. 열원에 따라서도 기물의 소재도 달라진다.

 

또한 본인의 안목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취향에서 벗어나서 업장을 객관화시켜서 평가하길 바란다. 식기만 예쁘다고 해서 그 요리가 더 맛있어 보이는 건 한계가 있으니 가성비도 잘 고려해야할 것이다.

 

음식을 소비하는 일상을 통해 식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수많은 업주들과 일반 소비자의 힘이기도 하다. 본인 가게의 메뉴와 그것을 담는 식기와의 조화가 아름다울수록 음식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이해하고 고객의 만족도는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개성있는 식기 사용의 예

 

 

남영동 꺼거와 키보의 식기
오너셰프 아내의 어린 시절 사진, 옹심이라는 반려견 사진을 넣어 매장 특유의 뉴트로 무드를 업그레이드했다.

 

 

제주 고깃소리의 스타터 요리 식기
도자작가와의 협업으로 식기를 디자인해 오마카세 매장의 웰컴의미와 페어링을 강조했다.

 

 

서관면옥의 겨울면상
일일 한정으로 제공하는 계절 면상은 가을, 겨울 정취에 어울리는 흑자를 바탕으로 그레이 톤의 모던한 색감과 디자인을 담아 세련미 있고 단아한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감의 메밀차
제주 향토음식을 젊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브랜드답게 내어주는 물도 제주 특산물인 메밀차를 옻칠 트레이에 도자 찻잔과 유리 숙우를 이용해 서비스한다.

 

 

글 : 김민지 / 꾸밈 대표 
식공간 디자인 그룹 꾸밈 김민지 대표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국대학교 호텔관광대학원에서 푸드비즈니스 석사과정을 마쳤다. 작가이자 외식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하며 각종 영화와 드라마 음식 연출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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