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7월 코로나19 증상이 있었는데도 해열제를 복용하고 제주도를 여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이를 상대로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자가격리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이들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법무부가 이미 지난 4월 말,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부처에게 격리조치위반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매뉴얼을 배포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와 같은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는 확진판정자의 방문으로 부득이하게 방역 등을 위해 일정 기간 폐쇄된 피해 업체들과 함께 위 소송을 제기했는데, 앞으로는 자가격리 조치 등을 적정하게 취하지 않은 자들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은 자들의 소 제기 등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즉 향후 코로나19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소송이 더욱 증가할 것이 예상되면서, 코로나19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특히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 등이) 코로나19 발병사례로 인한 손해 내지 비용 등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나아가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며, 참고할 수 있는 선례 또한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호텔산업 또한 감염병예방법상 격리조치 및 이로 인한 책임 내지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자가격리 조치 등을 비롯해 현행법에서 정하고 코로나19 관련 격리조치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호텔 등이 현행법에서 요구하는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함께 알아보자.
감염병예방법상 격리조치 등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
최근 제기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당수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한 격리조치 등의 위반을 직·간접적 원인으로 하고 있다는 점, 위 격리조치 등을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내지 행정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우선 위와 같은 격리조치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현재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 타목의 ‘제1급감염병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관할 행정청은 대체로 동법 제42조, 제47조, 제49조 등에서 정하고 있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 조치들 중 가장 강제력이 높은 것은 감염병예방법 제42조에 따른 강제처분으로, 위 규정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은 제1급감염병의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각종 강제처분을 취할 수 있다.
위 규정에 대해서는 지난 3월 4일, 강제처분의 종류를 늘리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이 이뤄졌으며, 흔히 ‘자가격리’에 대한 근거 규정(동법 제42조 제2항) 또한 위 시기에 입법화됐다.
감염병예방법 제42조에 따른 강제처분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준수하지 않은 처분이 동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3항 또는 제7항에 다른 입원 또는 격리 조치에 관한 것이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동법 제79조의3 제4호),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각 처해질 수 있다(동법 제80조 제5호).
한편 위와 같은 강제처분 이외에도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 전파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예방법 제47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감염병환자 등이 있는 장소나 감염병병원체에 오염됐다고 인정되는 장소를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일반 공중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방역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동법 제49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바에 따라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 등을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방역 조치 및 예방 조치를 위반한 자 또한 입원 또는 격리 조치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감염병예방법 제79조의3 제5호)에, 그 이외의 조치를 위반한 경우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동법 제80조 제7호)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동법 제81조 제10호)에 각 처해질 수 있다.
참고로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벌써 약 20개로, 이들 중 감염병예방법상 강제처분 등에 대한 내용을 정비 내지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중 주된 것은 아래와 같다.
감염병예방법상 격리조치 등의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호텔산업 또한 감염병예방법상 격리조치 및 이로 인한 책임 내지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관련된 형사처벌 내지 행정제재는 물론, 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거나 반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관할 행정청의 집합 자제 요청 등에도 불구하고 호텔 등이 당초 예정돼 있는 행사를 강행해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호텔이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 또는 입점업체 내지 다른 이용객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해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우려 내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되기 때문에 관련 분쟁의 결과를 미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하에서는 개별 사안에서 코로나19의 특성 등으로 인해 다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측면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관련
관할 행정청이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형사처벌 내지 행정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과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 등이 본인이 입은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 또한 민법 제750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손해배상금의 지급 등을 구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 않지만, 그 인용가능성 내지 인용 범위에 대해서는 제반 사실관계 등을 충실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최근 일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은 호텔 등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 등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거나 집합제한 명령을 발령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행사 등을 강행해 코로나19 확진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곧바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거나, 관련 법령 내지 행정명령에서 요구하는 각종 방역조치를 위반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요건 중 고의·과실로 의한 위법행위의 존재가 인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단지 행사 등을 자제해 달라는 정도의 요청만 이뤄졌고, 해당 호텔이 달리 방역조치 등 본인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호텔 등의 고의·과실로 의한 위법행위의 존재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코로나19와 관련된 손해배상책임이 이른바 무과실책임에 이르는 것이 아닌 만큼, 호텔 등이 달리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정된 행사 등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는, 달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며, 손해배상책임을 묻고자 하는 자가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라고 해 다르게 보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제반 사정에 비춰 호텔 등이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호텔 등이 부담해야 하는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의 산정 또한 상당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자면,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상태와 불법행위가 가해진 이후의 재산상태와의 차이라는 것이라는 점이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2다12659 판결 등)인데, 이와 관련해 호텔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투입되는 방역비용, 격리비용 등이 전부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아직 구체적인 선례가 축적되기 전이라 미리 판단하기 어려우나, 설령 위 추가 비용 등이 전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라고 하더라도,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이뤄지는 각종 조치에 대해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경비를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점(동법 제64조 내지 제68조) 등을 고려하면, 호텔 등이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액은 어느 정도 감액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외의 사인(私人)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관련
앞서 제주특별자치도의 격리조치 위반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살핀 바와 같이, 호텔 등이 위와 같은 이유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 제47조로 인해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 입점 업체 등 제3자들 또한 해당 호텔 등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설령 자가격리 조치 등을 위반한 확진자가 호텔 등에 투숙하거나 관련 행사에 참가한 사실이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개인이 여러 업체 등에 대한 스스로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피해자들로서는 상대적으로 자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호텔 등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제3자들 중 입점업체나 투숙객 등 호텔 등과 이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관련 계약에 따른 본인의 권리를 주장할 있으나, 코로나19 발병 초기 당시 문제된 바와 같이, 코로나19 확진 사례 등으로 인해 입점계약 내지 투숙계약 등의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관련 계약에서 달리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은 이상, 이로 인한 손해 등을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투명한 경우가 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유)율촌 강선주 변호사kangsj@yulchon.com / tskim@yulchon.com법무법인(유) 율촌은 '정도를 걸으며 혁신을 지향하는 최고 전문가의 공동체'를 비전으로 삼고 있으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 등을 자산으로 삼아 다양한 업무 분야에 대해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