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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월)

[김용덕의 스페셜티 커피 이야기 4] 왜 한국의 호텔과 레스토랑의 커피는 진보하지 않는가?

커피, ‘맛’을 넘어 하나의 산업
필자는 호텔과 레스토랑의 커피 문화가 진보하지 않는 것에 많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15년 전, 21년간 근무했던 은행을 뒤로하고, 많은 은퇴자가 흔하게 선택하듯 첫 자영업으로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시골도시에서 돈까스, 함박스테이크를 파는 전형적인 시골 레스토랑을 하면서 자영업자가 겪는 거의 모든 시행 착오를 몸으로 겪었다. 또한 내가 얼마나 무지한 상태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는가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더불어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외식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음식을 이해하고자 청담동과 이태원 등 수많은 레스토랑을 순례를 하였고, 음식에 대한 생각이 조금 정리되면서 다시 와인을 배우러 다녔다. 또한 와인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 후 그 다음이 커피였다. 어떻게 하면 후식으로 제공되는 커피의 수준을 올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외식업을 전혀 모르고 뛰어 들면서 지불한 혹독한 대가(아마 끊임없이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와 더불어 나의 무지함에 대한 충격보다 더한, 그야말로 전혀 다른 충격이 내 뇌리를 강타했다.
“왜 한국의 커피 산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이렇게 낙후되어 있을까?” 특히 15년 전만 하더라도 당시에는 커피를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본에서 조금 배웠거나 일본을 롤모델로 커피업을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나에게 커피는 ‘맛’이라기보다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며 다른 나라보다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나에게 커피는 한 나라의 경쟁력을 갖는 산업의 한 축이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하게 되었고, 특히 어떻게 하면 이 분야에서 만큼은 경쟁력있는 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더 나은 품질과 시스템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어느 커피집의 ‘맛’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과 산업이라고 느끼면서 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시야를 갖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커피를 시작하기 전에는 커피를 통한, 커피를 위한 여행을 했지만, 이제는 커피를 통해 음식과 호텔, 다지인과 예술, 건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갖게 됐다.


스토랑 & 커피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Heat’(앗 뜨거워)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은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 ‘Babbo(밥보)’를 배경으로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원래 기자였는데 음식에 관한 취재를 하려고 밥보의 주방에 견습을 갔다가 아예 사표를 내고 밥보의 주방에서 정식으로 일을 하며 이탈리안 푸드에 대한 갈증 때문에 이탈리아로 다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책이다. 이 ‘BABBO’의 스타 셰프인 마리오 바탈리는 몇 년 전 미국의 유명 영화 배우인 기네스 펠트로와 같이 스페인 미식여행 다큐를 찍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저자인 ‘빌 버포드’는 결국 음식의 재료와 원천에 대한 갈증으로 먼 여정을 움직이고 있지만, 모든 레스토랑의 마지막 여정인 커피에는 이렇게 심각하게 재료를 찾는 것을 거의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전 세계 모든 레스토랑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뉴욕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러번 들렀던 ‘밥보’ 레스토랑은 여전히 커피는 진보하지 않고 있었다.(그들은 그들의 이탈리안 방식의 섬세하지 못한 에스프레소만 내고 있을 뿐이다.) 2년 전 들렀던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일레븐 메디슨 파크’는 영국의 ‘레스토랑’ 잡지가 주관하는 ‘2014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선’에서 4위에 랭크됐다. 내가 이 레스토랑에서 발견한 것은 후식 커피로 나오는 커피 메뉴판이 와인처럼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커피의 생산국, 농장, 고도, 품종, 테이스팅 노트까지 잘 정리되어, 5달러부터 16달러까지 드립메뉴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단에 “우리는 인텔리젠시아 커피로 서브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아직도 가보지 못한(아직도 갈 계획은 없다) 덴마크의 ‘NOMA’는 2014년 레스토랑 서열에서 다시 1위를 탈환하여 4번째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 덴마크 노마 레스토랑의 커피 또한 노르웨이의 스타 바리스타인 팀 웬들보와 콜라보를 하여 드립커피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5년 전부터 필자는 강릉의 시골 레스토랑에서 브런치와 함께 커피를 마리아주하여 음식메뉴를 2년 정도 시도한 적이 있어, 레스토랑 업계의 변화가 반갑게 들린다. 이는 스페셜티 커피의 또 다른 진보이고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을 닫고 있는 스페인의 ‘엘불리’(2002년, 2006년~2009년)는 5번이나 레스토랑 서열에 1위에 올랐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커피는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 커피를 사용하고 있었다. 브라질 COE(Cup Of Excellence; 국제 커피 품평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필자 회사의 공동 대표인 이윤선 대표가 스페인의 커피인을 만나 왜 엘불리가 이 브랜드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그가 말하길 이전에 그들이 커피를 공급했었으나 엘불리가 너무 큰 유명세를 타면서 브랜드 커피 회사가 커피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거금의 스폰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시험적인 분자요리를 하면서 수많은 무급의 요리사를 두고 있으면서도 레스토랑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의 재료에 대한 철학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뉴욕이나 덴마크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레스토랑들이 커피 문화를 바꾸고 있어 향후 커피의 진보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 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호텔 & 커피
호텔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진보하는 호텔은 시애틀에서 시작한 ACE 호텔이다. 시애틀의 청년 건축가였던 3명의 친구, 알렉스 콜더우드(Alex Calderwood), 웨이드 웨이절(Wade Weigel), 더그 헤릭(Doug Herrick)이 모여 시애틀에 24개의 작은 규모의 캐주얼 호텔을 1999년 열었고, 합리적인 가격과 멋진 디자인으로 곧바로 대중에게 관심을 끌었다. 그 이후 2007년 포틀랜드에 두 번째 호텔을 열었는데 이 때 포틀랜드의 스페셜 커피 업체인 스텀프타운과 콜라브레이션이 이루어졌다.
이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종전의 호텔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로비를 두고 있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부실한 운영과 퀄리티가 낮은(아니 퀄리티가 뭔지도 모르는) 커피를 제공했다. 반면 ACE 호텔은 스페셜커피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개념이 정리된 스텀프 타운을 만난 것은 서로에게 행운이 아니었을까? 그 이후 ACE 호텔의 로비는 이 지역 멋진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바뀌기 시작했다. 맛있는 커피와 ‘모던 빈티지’로 요약할 수 있는 멋진 로비 바에서 그들은 호텔 로비를 하나의 그림으로 변모 시켰던 것이다. 이후 2009년 드디어 뉴욕 맨하탄 29번가에 더욱 진보한 ACE 호텔을 선보이고 포틀랜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스텀프 타운 커피’와 콜라보레이션이 또 다른 완성된 모습으로 선보였다. 그들의 로비는 뉴욕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멋진 도서관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멋진 커피를 동시에 선보인 것이다. ACE 호텔이 동시에 ‘핫’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것이다. 이렇게 ACE 호텔은 많은 호텔들이 변화해야할 모습을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호텔들이 어떻게 진보해야 하는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얼마 전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필자 회사의 커피를 공급받기 원해 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호텔의 식음 담당 지배인은 독일인이었다. 아마도 그가 필자의 매장을 여러 번 다녀갔던 모양이다. 많은 호텔들이 커피를 공급받으면서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커피 머신을 함께 스폰서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몇 년 간 계약해서 커피를 쓰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커피 공급업자와 호텔과의 관계는 절대적인 갑과 을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수 천억 원을 투자하는 호텔사업에서 몇 천만 원에 불과한 커피기계를 늘 영세 공급업체에 스폰받기를 원하는 그들의 태도 또한 진보를 방해하는 확실한 걸림돌이다. 결국 기계 값은 커피 값에 포함되어 지겠지만 계약기간 동안 커피 퀄리티는 전혀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기 때문이다. 어쨌든 기계를 스폰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회사의 방침이어서 공급은 없었던 것으로 되었지만, 이러한 사소해 보이는 것들조차 결국은 그들의 신념과 철학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결재 체계 또한 퀄리티를 방해하는 장애요소이다. 담당 실무자는 커피를 개인적으로 배워서 퀄리티가 무엇인지 이해를 해도, 커피를 바꾸기 위해 수많은 결재라인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을 수차례 목격하였다. 심지어 총지배인조차도 오너의 눈치를 보느라 커피만큼은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또 다른 예지만, 어느 백화점의 경우 그 백화점의 오너의 부인이 이탈리아의 어느 브랜드를 좋아해서 백화점의 직원들이 백화점 내에 있는 다른 독립 매장까지 그 브랜드 사용을 강요하기도 했었다.
아마 3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특급호텔 중 한 곳에서 컨설팅 의뢰가 들어 왔다. 그리고 그 담당 팀장이 그들의 오너가 마시고 있는 루왁 커피를 감정 해달라고 가지고 왔었다. 루왁 커피는 인도네시아의 사향고향이가 커피를 먹고 그 배설물에서 찾아낸 커피 씨앗을 가공한 커피로 유명하게 된 데에는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큰 역할을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잭 니콜슨은 재벌이었고 또 다른 주인공인 모건 프리먼은 정비공이었는데 잭 니콜슨이 늘 사랑하는 커피가 바로 루왁커피였다. 사람들은 참으로 어리석을 때가 많다.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온 커피를 무슨 보약인양 마시는(또는 특별한 미식) 것을 보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난감할 때가 많다. 브라질의 커피 농장을 방문하다보면 수많은 동물들(소, 양, 염소 등)이 커피를 먹고 배설한 커피들을 보게 되는데, 이 때마다 우리끼리 웃는다. 우리의 친구인 브라질의 유명한 커피 전문가인 실비오는 “미스터 김! 여기 많은 루왁 커피가 있어. 공짜로 가져가서 비싼 값에 팔아!”라며 서로 웃곤 한다. 루왁 커피는 그냥 더러운 커피일 뿐이다. 무엇이 스페셜티 커피인가는 이미 전편에서 말했듯이 맛있는 커피인데, 동물의 변에서 이미 발효를 하고 더럽게 방치되어 있던 것을 주워서 말린 커피가 어떨까는 상상해보면 간단한 이야기가 아닌가? 최근에는 루왁 커피가 비싼 값에 팔린다니 인도네시아의 농장에서는 루왁을 잡아 농장 안에서 가두어 놓고 강제로 커피만 먹여인공 루왁 커피를 생산하고 있는 것을 여러차례 목격하기도 했다. 또한 수마트라 메단에 있는 어느 커피 집에서는 도심의 커피숍 한복판에 루왁을 가두어 놓고 커피를 먹여 그 커피를 가지고 소량씩 로스팅 하는 곳도 있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자. 어쨌든 그 호텔은 루왁 커피가 로비에서 비싼 값에 제공됨은 물론 오너가 직접 즐겨 마시는 커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수입 커피도 사용하고 있었다. 컨설팅의 결과에 대해 담당자는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보고가 올라가면 임원 몇 명이 심한 문책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컨설팅의 결과 개선책을 가지고 그 호텔의 오너를 만나기 이틀 전 이 건은 없던 것으로 정리다. 그리고 그 담당자는 호텔을 그만두고 다시 나를 찾아 왔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내가 이런 실례를 드는것은 우리나라의 상당수 호텔들이 비슷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처럼 좋은 인력과 안정된 인력시스템을 가진 곳도 드물다.(외식업과 비교했을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과 그에 따른 레스토랑들은 10년전이 지금이나 전혀 진보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공급을 의뢰 받았던 특급호텔과 10년 전에도 비슷한 미팅을 한 적이 있었다. 10년이 지나 다시 그 호텔을 방문해 식음 매장을 둘러보았을 때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호텔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특급호텔 중 한 곳이다.


나에게 커피는 ‘맛’이라기보다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며 다른 나라보다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나에게 커피는 한 나라의 경쟁력을 갖는 산업의 한 축이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하게 되었고,
특히 어떻게 하면 이 분야에서 만큼은 경쟁력있는 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더 나은 품질과 시스템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1월 게재>





김용덕 (사)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
김용덕 회장은 강원도 강릉이 커피 도시로 변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 테라로사 커피의 대표로 (사)스페셜티커피협회 활동과 함께 국내에 올바른 커피 문화 전파를 통해 삶의질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kyd78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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