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모두 좋아하는 블랙러시안
어느 기사에 2014년 한국인이 사랑하는 칵테일 베스트 10에서 5위에 블랙러시안 칵테일이 랭크됐다. 또 다른 기사에는 쌉싸름하고 달콤한 맛의 매력에 한국 남성이 좋아하는 칵테일 1순위라고 하는데, 내가 일하는 바에서는 남자 고객보다는 여자 고객들이 더 많이 찾는 칵테일이 블랙러시안이다. 그만큼 블랙러시안은 남녀가 모두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블랙러시안 칵테일의 탄생설에는 공산주의의 맹주 구 소련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 철의 시대로 아무도 저항할 수 없던 때, 소련의 KGB의 횡포에 맞서겠다는 뜻으로 만든 칵테일이라는 설과,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소련의 사람들을 비하하기 위해 소련의 대표적인 술인 보드카에 깔루아라는 검은색의 리큐르를 타서 블랙러시안을 만들었다는 설, 1949년 벨기에 바텐더인 구스타브텝스가 브루셀 메트로폴 호텔에서 블랙러시안을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두 번째다.
블랙러시안은 보드카와 커피리큐르를 사용해 만드는데 커피리큐르에는 보통은 깔루아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가끔씩 티아마리아 그 외의 커피리큐르를 사용하면 된다. 블랙러시안의 변형된 칵테일은 화이트 러시안과 깔루아 밀크가 있다. 블랙러시안에 우유를 타면 화이트러시안이 되고 화이트러시안에서 보드카를 빼면 깔루아 밀크가 된다. 블랙러시안의 만드는 방법으로 빌드가 있다. 이전에 한 남자 고객이 블랙러시안을 시켜 빌드 방법으로 만들어 제공했더니 본인이 늘 마시던 맛이 아니라며 칵테일을 잘 못만든다고 화를 낸 적이 있다. 그래서 다시금 “어떻게 만들어 드릴까요?”라고 물으니 그 고객은 늘 블랙러시안을 셰이킹해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셰이킹해 제공하며 원래 블랙러시안은 빌드 방법으로 만드는 칵테일이라고 이야기해줬다. 보통의 고객들이나 칵테일을 잘 모르는 이들은 빌드로 만드나 셰이킹으로 만드나 별 차이가 없지 않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음식을 만들 때도 각각의 음식에 따라 재료 손질방법과 만드는 방법이 정해져 있듯이 칵테일도 레시피에 정해진 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블랙러시안은 여러가지 방법들 중 빌드 방법으로 만드는 게 가장 블랙러시안의 맛과 특징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바에 오는 고객들 중 이런 말을 하는 고객이 있다. 왜 집에서 블랙러시안을 만들면 바에서 바텐더가 만들어 준 그 맛이 안나냐고.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약은 약사에게 칵테일은 바텐더에게”라고...
*블랙러시안 레시피
재료_ 보드카 1 1/2온스, 커피리큐르 3/4온스
만드는 법_ 온더락글라스(또는 올드패션 글라스)에 보드카와 커피리큐르를 따른다.
바 스푼으로 잘 저어준다.
장식은 없지만 기호에 따라 체리를 넣어 마시기도 한다.
블랙의 진수, 블랙모히토
블랙모히토는 내가 2008년 신사동에 ‘쎄레인’이라는 키친 앤 바를 오픈해 줄때 만든 칵테일이다. 바텐더들은 칵테일을 만들 때 색깔을 많이 생각하는데 칵테일을 개발하거나 고객이 만들어 달라는 색깔은 거의 표현하거나 표현하려고 한다. 그 중 블랙의 색깔을 만들기가 어렵다. 보통은 깔루아나 콜라로 색깔을 표현하는데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이전에 칵테일을 만들었던 기억으로 블랙의 색을 만들어 본 것이다. 그래도 3년 전 강원도 양양의 잔교리 해수욕장 비치 바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비치 바에서 내가 만들었던 칵테일을 좋아하던 서퍼들은 올 여름에도 서핑을 즐기겠지?
*블랙모히토 레시피
재료_ 다크럼(또는 일반 화이트럼) 1온스, 블루큐라소 1/2온스, 크렌베리주스 2온스, 라임 1/4개, 민트 20잎, 설탕시럽 1온스
만드는 법_ 글라스에 라임, 민트, 설탕시럽을 넣고 머들러로 머들링(으깨어 준다.)을 한다.
크러시드 아이스를 넣고, 다크럼과, 블루큐라소, 크렌베리주스를 넣고 잘 저어준다.
<2016년 2월 게재>
이성현
바텐더 / Bar Uncle Tom’s Cabin 운영
1996년 방배동 Bar Uncle Tom’s Cabin에서 바텐더를 시작, 현재 다음카페 바텐더세상 운영자이며 산업인력관리공단 조주기능사 실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만간 <2015 Cocktail Bible - 850 Recipe Book>을 발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