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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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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f’s Restaurant] 변형 없이 즐기는 수제 전통 독일 빵 - BROTCHEN 1552의 Executive Bakery Chef. Josef Bloth


지난해 SNS를 통해 사랑받았던 길을 꼽자면, 단연 ‘빵로드’다. 대략적으로 2014년부터 시작된 국내 여성 소비자들의 빵 사랑은 ‘빵로드’, 성지순례를 빗댄 ‘빵지순례’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킬 정도로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에서 오래된 단팥빵집부터 천연 발효종을 직접 개발해 선보이는 작은 빵집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 빵순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또 하나의 성지가 있다. 바로 전통 배합 방식을 고집하는 베이커리 ‘브로첸(BROTCHEN) 1552’다. 요세프 블뢰스(Josef Bloth)가 총괄 셰프로 있는 ‘브로첸 1552’은 수제 전통 독일 빵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꼭 들려 보라고 전하고 싶다.

취재 오진희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Q. 베이커리 셰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셰프로서 그 간의 이력이 궁금합니다.
베이커리를 배우게 된 동기를 말하려면, 먼저 개인적인 집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저희 집안은 건축을 하는 집안입니다. 제게 위로 형들이 있습니다만, 형들이 가업을 이어받기로 해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웃음)
어려서부터 부엌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베이커리 쪽에 관심을 두게 됐고, 베이커리 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1975년도부터 베이커리 셰프로 일했습니다. 스위스의 수브레따하우스-세인트 모리츠, 바젤에 위치한 미슐랭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 슈트키, 이집트의 오베로이알-아리시 리조트, 대만의 샹그릴라 파 이스트 플라자 호텔 등 중국, 홍콩,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지내왔습니다. 한국은 1996년 쉐라톤워커힐 호텔에 몸담았을 때, 발령받아 오게 됐습니다. 많은 대륙과 나라에서 느낀 문화는 저의 기반이 돼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줬습니다. 이런 성장을 통해 ‘브로첸 1552’의 총괄 베이커리&패스트리 셰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브로첸 1552’에 어떻게 총괄 베이커리 셰프로 하게 됐습니까? 브로첸 1552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공고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특별한 인연을 통해 알게 되진 않았지만, 저는 브로첸 1552를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했는데, 이때 많은 부분 제 의견이 반영됐습니다. 인테리어라든지, 운영 방식, 특히 빵 가격 역시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로첸 1552’는 독일의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독일어 발음상으로는 브뢰첸(Brochen)이라고 하는데, 브뢰첸은 호밀 빵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주식이 쌀, 밥이라고 한다면 독일의 주식은 브뢰첸인 것이죠. 앞서 브로첸 1552을 단순한 베이커리, 빵집이 아닌 독일의 주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동유럽 식의 스프나 독일 맥주 등도 함께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독일 빵, 식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는데, 한 번은 휘문고 독일어학과 학생들과 독일 빵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독일의 아침 식사 풍경, 독일 빵을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학생들에게 전해 독일의 식 문화, 빵 문화를 널리 알리기도 했습니다.


Q. 국내에는 아직 독일 빵이 생소합니다. 독일 빵의 특징 및 강점을 이야기 한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빵이 주식인 유럽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빵의 나라’로 불리는 곳이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에는 약 600종 이상의 빵과 1200여 종의 케이크 과자류가 있습니다. 한국의 밥처럼 빵은 독일 사람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일 빵의 가장 큰 특징은 ‘건강 빵’이라는 것입니다. 독일 사람들의 식사에는 잡곡을 넣은 빵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호밀, 통밀, 오트밀 등 다양한 곡물을 섞어 만들어 거친 듯 구수한 한국의 잡곡밥과도 같은 건강한 맛을 내는 게 특징입니다. 더불어 아마란스 씨, 해바라기 씨, 호박씨, 통깨 등 다양한 재료가 섞여 더욱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냅니다. 물론, 독일 빵에도 버터를 사용하고, 설탕을 사용한 소프트 빵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소프트 빵보다는 하드롤 빵을 좋아합니다. 이유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독일 사람들은 버터가 들어간 빵 보다는 버터를 잼처럼 발라 먹는 빵을 좋아 때문입니다. 독일 사람들이 즐겨먹는 하드롤 빵은 천연 발효종을 이용한 호밀 빵들이 많습니다. 독일에는 호밀 빵 종류만 100여 종이 넘으니, 얼마나 호밀 빵을 좋아하는지 아시겠죠? 독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호밀 빵의 가장 큰 매력으로 겉은 딱딱하나 속은 촉촉함을 꼽고 싶습니다.
독일 빵을 처음 맛보면 다른 나라의 빵에 비해 시큼한 냄새와 딱딱한 질감에 편안하게 먹기 부담스럽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먹을수록 담백하고 구수한 맛에 은은한 발효풍미까지 더해져 자꾸 맛보면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대부분의 독일 빵은 천연 발효종인 사워 도우(Sour dough)를 사용하는데요, 호밀의 특성상 발효과정에서 강한 산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빵에서 시큼한 향과 맛이 느껴지게 됩니다.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만든 빵은 발효종에 살아있는 각종 미생물이 밀가루를 소화하기 쉽게 분해해 먹었을 때 속이 편안합니다. 브로첸 1552의 호밀 빵들 역시 모두 직접 만든 천연 발효종으로 사워 도우 과정을 거칩니다. 5일 동안 만들고 숙성되는 천연 발효종으로, 속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되며 깊은 풍미를 냅니다.


Q. 베이커리 총괄 셰프로서 빵을 만들 때 무엇을 가장 신경 쓰는지 궁금합니다.
독일 빵이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전통 독일 빵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독일의 전통 방법으로 만드는 전통 빵을 구현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원래하는 방식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제 손을 거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프리믹스를 쓰는 베이커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전통 호밀 빵 구현을 위해 전통 배합률을 지키고 있으며, 100% 수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모든 과정을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빵을 만들면서 가장 지키고, 고수하고 싶은 원칙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지키는 것이 돈을 많이 벌게 하진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브로첸 1552를 시작하면서 운영진들에게 “독일 빵으로 많은 돈은 못 벌 것”이라고 못을 박아두기도 했죠.(웃음) 그러나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그렇게 배웠고, 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독일 빵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호밀 빵은 한국의 밥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건강과 직결된 주식인 만큼 힘들더라도 질리지 않고 꾸준히 즐길 수 있도록 계속 전통 방식을 유지할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베이킹을 시작하면서부터 똑같은 맛, 똑같은 품질을 위한 레시피 정립을 해왔습니다. 같은 맛과 품질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독일 빵의 발전을 위해 전통 방식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3~4개 정도 신제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독일 빵’이라고 지칭되는 것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북쪽, 체코, 러시아 등에서도 주식으로 널리 먹는 빵입니다. 척박한 환경의 나라에서 주로 먹는 빵이 ‘독일 빵’인 셈이죠. 이런 전통 호밀 빵을 건강하게, 제대로 먹는 방법 등을 널리 알리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더불어 전통방식의 독일 빵에 관한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프리믹스가 아닌 전통 배합, 반죽, 굽는 방식 등 독일 빵을 온전히,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것은 멀리 바라보고 진행해야 할 사항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지내면서 독일의 전통 빵을 교육한다면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20년 전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천연 발효종을 이용한 호밀 빵을 선보이는 가게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이태원과 같은 핫 플레이스에 많이 오픈하는 것을 보며, 제가 교육할 날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방’이 아닌 ‘진짜’를 알리고,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6년 2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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