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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목)

[소믈리에 김준철의 Wine Trend] 와인, 이럴 때 답답해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은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나,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다음의 경우에 대부분 와인 때문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한다.
하나, 잘 알지 못하는 와인 상식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사회생활을 하면서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럴 때에 아주 신이 나서 떠들 것이나 와인을 잘 모르면 대화에 끼어들지 못 해서 답답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경우 답답하더라도 그냥 가만있던지혹은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넘어가야 한다.
둘, 와인 매너에 관한 일.
와인을 마시는 데에는 ‘무슨 특별한 격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사실 와인의 문화는 유럽의 문화이기 때문에 잘 모르고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분위기가 있는 자리에 참석을 하게 되면 자신 없어지고 옆자리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때도 눈치껏 행동해 무사히 잘 모면해야 할 것이다.
셋, 와인 마시고 그 맛을 표현하는 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와인을 마시는 일도 생기는데, 이때 마신 와인의 맛이 어떤지 말해보라는 강요를 심심찮게 받게 된다. 이럴 때가 실로 난감하고 답답하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맥주나 소주는 그냥 마시면 되는데, 왜 와인은 마시고 맛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이런 상황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이때에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 하더라도 답답하기는 하나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만약에 여러분들께서 이런 답답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은 그냥 와인을 마시는 단계의 사람이 아니고, 상당히 와인을 좋아하고 와인을 아는 사람들의 사회 즉 문화적으로 상당히 서구화된 사회에 소속돼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사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즐기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와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공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경우 외에 더 답답하고 곤란한 상황일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와인을 구입하거나 주문해야 할 때다. 이는 당장 내가 필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 온다.


와인을 구입하거나 주문해야 할 때
우리가 와인을 구입하게 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조만간 마시기 위해서, 선물이나 행사를 위해서, 지금 당장은 사용하지 않지만 좀 오랫동안 보관해두려고 등 세 가지가 될 가능성이 많다.


a. 조만간 마시기 위해 와인을 구입하는 경우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마시는 경우에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야채,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나 로제 와인이 좋고, 육류에는 레드 와인이 좋다. 닭고기는 육류이지만 화이트가 잘 어울린다. 돼지고기는 부위에 따라서 화이트, 로제와 레드 와인을, 쇠고기에는 가벼운 레드 와인과 무거운 레드 와인을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선택할 때 요리할 때에 사용되는 주재료 이외에도 요리할 때에 사용된 소스에 따라서도 선택하는 와인의 종류가 달라진다. 소스의 향과 맛이 강하고 짙은 경우 와인도 이와 비슷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선택할 와인은 가격대가 다양하게 있다. 굳이 비싼 와인이 아니더라도 음식과 같이 즐겁게 마시면 될 것이다. 사실 와인이 없어도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식사 때 와인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식사와 관련 없이 마시는 경우에는 맛이나 분위기에 따라서 화이트, 로제 또 레드 와인을 선택하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의미를 둬서 적당한 와인을 선택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계절적으로 여름에는 아무래도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겨울에는 난방이 되는 실내에서 레드 와인이나 단맛이 많은 화이트 와인이 좋을 듯하다.


b. 선물이나 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와인을 구입하는 경우
요즘에는 와인을 선물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 간에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또 명절 선물로 와인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가족, 친지나 친구들을 축하하는 경우에는 샴페인이 좋을 것이고 명절 선물로는 레드 와인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거래처의 선물로 와인을 사용하는 경우 상당히 조심해서 와인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와인은 가격도 중요하지만 등급이라는 것도 있으므로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뒷말이 없겠으나 잘 아는 사람의 경우 와인을 대충 고르면 결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인을 선물하는 경우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은 물론 첫째 가격이다. 선물은 당연히 예산의 규모에 따라서 적절한 가격대의 와인을 결정해야 한다. 와인을 선물로 받는 사람은 내가 받은 와인이 상당히 고급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하며 또 와인숍에 넌지시 가격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 가격 이상으로 생각해야 할 점은 바로 와인 등급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와인에는 등급이 있기 때문에 선물을 받을 대상과 와인의 등급을 걸맞게 잘 선정해야 한다. 와인 선물을 받을 사람이 와인을 잘 아는 경우에는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c. 와인을 지금 당장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선물로 줄 계획도 아닌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와인을 구입하거나 와인은 오래 두면 좋아진다고 하니 구체적인 계획 없이 몇 병을 구입하는 경우
이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와인을 구입할 때에 의미가 있는 와인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본인이 출생한 해의 와인이나, 결혼한 해의 와인을 구입한다든지, 자식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다. 본인의 생일을 축하할 때에 사용할 수 있고, 결혼한 해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가 은혼식이나 금혼식 때에 아무 술로 축하할 것이 아니라 결혼한 해의 와인으로 축하하면 정말 뜻이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또 자식이 장성해서 결혼할 때에 상견례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무 술로 할 것이 아니라 자식이 태어난 해 와인으로 축하를 한다면 이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와인을 구입하는 경우, 가능하면 와인을 한 병만 구입할 것이 아니라 몇 병을 같이 구입할 것을 권한다. 은혼식이나 금혼식이야 한 번씩이지만 생일과 결혼 기념 등은 여러 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와인을 몇 병을 가지고 있으면서 특별한 날 사용하고 남으면 자식에게 물려주기 바란다. 그러면 그 자식은 귀한 와인을 쉽게 따서 마시지 못하고 간혹 그의 자식에게 물려주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해 와인은 수백 년씩 보관돼 가는 것이다.
이런 와인은 본인이 구입할 수도 있고, 나이 드신 부모님이 있는 경우 자식들이 부모님의 생일이나 결혼한 해의 와인을 구입했다가 축하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성이 담긴 뜻이 있는 효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와인은 꼭 비싼 와인은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정성과 성의가 담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오래 보관하고 있다가 축하할 때에는, 사용할 와인을 구입할 때에는 꼭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을 구입하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대체로 빨리 소비하도록 만들어진 대중적인 와인은 금방 맛이 약해져서 오래 보관하면 맛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오래 보관할 와인은 와인 중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한 와인을 골라야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그랑 끄뤼 샤또 와인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여러 나라 와인 중에서 특히 알코올 도수가 높고 오크통에 숙성된 와인을 구입하면 좋은 선택이다.
오래 보관하는 와인으로는 그랑 끄뤼 샤또의 레드 와인과 아울러서 화이트 중에서도 추천할 와인이 있다. 바로 귀부 와인과 아이스 와인이다. 샤또 디껭 등의 프랑스 쏘떼른 와인 등과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헝가리의 토카이에센시아 등의 귀부와인과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나라에서 생산되는 아이스와인들은 수백 년이 지나도 와인의 맛이 유지되는 좋은 와인들이다.
와인을 장기로 보관하는 경우, 비싼 와인을 많이 가진 분들은 당연히 와인 셀러를 준비하기를 권한다. 와인은 오래 보관하면 상당 기간 동안 그 품질이 좋아지고 가치가 올라간다. 그런데 이렇게 와인의 품질이 좋아지는 것도 보관이 잘 됐을 때의 이야기다. 참고로 요즘에는 와인 셀러도 싼 것이 많다. 그러나 와인을 몇 병만 가지고 계신 분들 중에서 달리 보관할 장소가 없다면 냉장고에 보관해도 좋을 것이다. 또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기 바란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 와인의 보관 온도로는 상당히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게 돼서 와인이 숙성하는 속도는 많이 늦어지게 된다. 그러나 와인의 품질은 나빠지지는 않는다. 지하실이 있는 주택의 경우에는 지하실을 적당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1월 게재>


김준철
소믈리에 / 마주앙 공장장 출신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 소믈리에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근무하고, 미국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양조를 연수했으며,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수학했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의 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밖에 와인 수입회사와 도매상, 소매점, 와인 바와 와인 스쿨을 운영한 다양한 와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 <와인 가이드>, <와인 홀릭스 노트>, <와인시음학> 등이 있으며 현재 신문과 잡지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SNS상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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