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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월)

[소믈리에 김준철의 Wine Trend] 올해 보졸레 누보는 언제부터 팔기 시작할까?

보졸레 누보는 매년 매스컴에 주목받으면서 11월 셋째 주 목요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하된다. 그래서 올해 출하일은 11월 19일이다. 도대체 보졸레 누보가 무엇이 길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걸까?



보졸레 와인이란
보졸레 누보에 대해 알아보기 전, 먼저 보졸레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들여다보자. 보졸레 와인은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되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레드 와인이다. 보졸레 지방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남쪽에 있으며 상당히 높은 산악지방이다. 보졸레 와인은 이곳에서 재배되는 가메(Gamey)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들며, 보라색이 많은 적색으로 컬러가 옅으며 바나나 향, 포도 향, 딸기 향, 무화과 향, 배향 등의 과일 향이 강하고 신맛은 많고 쓴맛은 적다. 레드 와인으로는 아주 가벼운 맛이다. 보졸레 와인은 대개 5년 이상은 보관하지 않아, 와인이 어릴 때 마신다.
저장 기간이 수십 년이 돼서 천천히 판매해도 가능한 프랑스 다른 지방의 와인과는 다르게 보졸레 와인은 보관 기간이 짧은 와인이라는 특징 때문에 공장에서는 생산한지 2~3년 안에 빨리 팔아 치워야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대충 5년 전에 마셔버릴 것이다. 모든 와인을 2~3년 안에 팔아버리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궁리해 낸 것이 바로 가능한 어려서부터 빨리 판매하도록 해 어느 정도의 판매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빠르게 와인을 판매한다는 것은 포도 주스의 발효가 끝나서 와인이 됐다 하면 바로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어린 와인을 마시는 것은 유럽에서는 흔히 있는 전통이다. 지금도 유럽의 와인산지에 가면 포도주 공장 인근의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포도 수확기에 포도주 공장에 가서 발효 금방 끝난 와인인 그 해의 새 술을 사서 마신다. 미리 준비한 큰 용기를 가지고 공장에 가서 여과도 안 된, 뿌옇고, 효모 냄새가 풀풀 나는 아주 어린 와인을, 어떤 때에는 발효 중인 와인을 사 와서 “올해의 와인이다.”하고 마시며 즐거워하는 것은 와인 산지들의 오래된 풍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심부름을 가면 막걸리 공장에서 막걸리를 휘휘 저어 주전자에 담아줬고 돌아오는 길에 주전자 주둥이를 빨아서 막걸리를 맛있게 시음하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보졸레 누보의 탄생
와인을 빨리 팔아치워야 하는 절박한 목표를 가진 보졸레 지방의 와인 생산자들에게 이런 풍습이 눈에 띄었고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보졸레 누보가 탄생하게 됐다. 그런데 단순히 어린 와인이라고 해서는 그 많은 양의 보졸레를 판매하기 어려우므로 소비자들에게 특색 있게 어필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 이벤트가 바로 ‘11월 셋째 주 목요일 전 세계 동시 출하한다.’는 것이다. 이 보졸레 누보는 처음부터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 아니었다. 보졸레 누보가 있기 전에는 일반 보졸레가 있었는데 AOC 법에 의해서 수확한 해의 12월 15일부터 판매가 가능했다. 이것이 1951년부터는 11월 3일로 당겨졌고, Union Interprofessionnelle Vins de Beaujolais에서 공식적으로 11월 15일로 변경하면서 Beaujolais Nouveau로 부르게 됐다. 보졸레 누보는 1970년부터 국가적인 행사로 추진됐고, 1980년대에는 유럽의 이웃 국가들도 이 행사에 동참했다. 그 후 북미 대륙으로 전파됐고, 1990년대부터는 아시아 국가들도 보졸레 누보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1985년 보졸레 누보 데이가 11월 셋째 주 목요일로 변경됐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보졸레 누보 데이의 슬로건은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인데, 영어로는 “The New Beaujolais has arrived!”로 사용되다가, 2005년 이후 “It’s Beaujolais Nouveau Time!”으로 변경됐다. 초기 보졸레 누보는 100만 병이 소비됐으나, 보졸레 지방의 유력 와인 생산회사인 Georges Duboeuf의 헌신적인 노력에 지금은 보졸레 와인의 거의 절반인 약 7000만 병의 보졸레 누보가 판매되고 있다.


11월 셋째 주의 의미
보졸레 와인을 11월 첫째 주에 마시면 어떻고 둘째 주에 마시면 어떨까? 사실 11월 셋째 주 목요일 이라는 것은 와인으로 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 세계에서 똑같이 각 지역 시간으로 11월 셋째 주 목요일 새벽 0시 01분에 보졸레 누보 와인 병을 따서 마시기 시작해 이어온 것으로, 이것은 마케팅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며 다른 별다른 이유는 없다.
11월 셋째 주 보졸레 지방에서는 큰 행사를 하고 와인을 출하한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포도주 공장에서는 11월 초에 와인을 병에 담아서 각국으로 미리 운송한다. 한국에서도 보졸레 누보 와인을 미리 수입해 그날 이전에 와인 가게에 납품을 하고 셋째 주 목요일을 기다린다. 따라서 비밀로 하기로 입을 맞춰서 그렇지 그날 이전에 맛보는 사람도 많다.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운송과 통관 기간 등을 감안하면 선박 편으로 수입해서는 날짜를 맞추기 어려우므로 부득이 하게 비행기로 수입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항공기로 수입하니 운임이 많이 나가게 된다. 이것은 바로 와인의 가격에 반영되고 보졸레 누보의 가격을 인상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졸레 지방에서는 아주 싼 와인이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항공료 때문에 엄청 비싼 와인이 되는 것이다. 왜 우리가 보졸레 누보를 비싼 가격에 마셔야 하는 것인가? 11월 셋째 주 목요일은 보졸레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으나 우리가 왜 이렇게 싼 와인을 비행기로 가지고 와서 비싸게 마셔야 하는지이해하기 어렵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지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 배편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미리 보내고 보졸레 누보를 싸게 마실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와인 값보다 비행기 운임이 훨씬 더 들어가는 이상한 가격의 와인이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그 가격대의 와인을 비행기로 운송하는 것은 보졸레 누보 밖에 없을 것이다. 미리 와인을 배편으로 수입하기 어렵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배편으로 수입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보졸레 누보를 마셔도 아무런 탈이 없다. 이렇게 와인의 가격을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가격대로 책정해 많이 판매하는 것이 보졸레 지역의 와인으로서도 유익한 일일 것이다.
보졸레 누보 와인은 마세라시옹 카르보니크(Maceration Carbonique)라는 방법으로 발효를 진행하다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압착해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알코올 발효를 계속하기 때문에 색깔이 약하고 쓴맛은 적으며 과일 향이 강한 와인이 된다. 그래서 보졸레 누보는 일반 보졸레보다 더 훨씬 어릴 때부터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와인이다. 이 보졸레 누보가 전체 보졸레 와인의 거의 절반 정도로 판매돼 나머지 보졸레 와인은 2~3년 안에 판매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게 됐다. 보졸레 지역의 포도주 생산자들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하는 와인이다.


이 보졸레 누보 와인은 꼭 그 해 안에 다 마셔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예로부터 보졸레 누보 와인은 이듬해 봄 부활절까지 마신다고 하는데 이것은 대략 이 시기부터 날씨가 따뜻해지기 때문에 보졸레 누보의 상큼한 맛을 즐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냉장고가 있어서 보졸레 누보를 저온으로 잘 보관할 수 있고 또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으므로 굳이 연말까지가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상큼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보졸레 누보는 신맛은 많고 쓴맛은 적은 와인으로, 레드 와인이지만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시중에 보졸레 누보에 대해 ‘김치로 치면 겉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은 양조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배추 겉절이는 배추에 양념을 넣어서 버물린 상태로 일종의 야채 무침으로 볼 수 있고, 발효가 되지 않았으니 이것을 김치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이에 비해 보졸레 누보는 알코올 발효를 마치고 정상적인 와인으로 만들어졌으나 단지 숙성 기간이 짧은 것으로, 야채 나물인 겉절이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국이 보졸레 누보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것으로 시중에 알려져 있는데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한국이 수입하는 보졸레 누보의 양은 연간 50만 병 정도로,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전체 보졸레 누보 생산량의 1%도 안되는 양이고 이웃 일본에서 수입하는 양의 10%도 안 되는 양이다. 매스컴에서 많이 수입한다고 소개는 되고 있으나 실제로 별로 많이 수입하고 있지 않으므로, 보졸레 누보에 대한 잘못된 일반의 곱지 않은 인식도 바뀌었으면 희망한다. 특별히 다사다난했던 2015년을 보내고 희망에 찬 새해인 2016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연말 행사를 할 때, 2015년 산 보졸레 누보로 2015년의 한해의 즐거웠던 일들과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들을 흘러 보내기를 권해본다.

<2015년 11월 게재>


김준철
소믈리에 / 마주앙 공장장 출신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 소믈리에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근무하고, 미국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양조를 연수했으며,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수학했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의 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밖에 와인 수입회사와 도매상, 소매점, 와인 바와 와인 스쿨을 운영한 다양한 와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 <와인 가이드>, <
와인 홀릭스 노트> 등이 있으며 현재 신문과 잡지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SNS상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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