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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월)

한국음식평론가협회

[Dining Story] 부산 아픔의 음식, 그러나 희망의 찬가 - 돼지국밥

-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음식은 그 시대를 담아내는 한 폭의 그림이라 할 수 있으며, 음식을 통해 시대적 문화를 읽어낼 수도 있고, 사회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부산의 음식은 역사가 소리 내 울지 못했던 아픔을 그릇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산의 음식문화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에서 시작됐다 표현할 수 있는데, 일본인 거류 지역의 음식은 요리에서 시작돼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피난민들의 음식은 하루의 삶을 견뎌야 했던 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큰일이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침략의 아픔과 더불어 근대 문물이 유입되는 근 현대사가, 한국전쟁은 피난민들에 의한 팔도의 식문화가 부산에서 새로운 부산 음식으로 형성되는 부산만의 특별한 음식문화를 만들었다 볼 수 있다. 이처럼, 부산의 음식문화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내일이라는 희망을 이어가는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었다 할 수 있겠다.

 

 

부산 대표 소울 푸드, 돼지국밥


최근 여러 방송을 통해 ‘부산’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들이 있는데, 동래파전, 흑염소불고기, 복어요리, 곰장어, 밀면, 돼지국밥 등이 그것이고 그중에서도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돼지국밥은 오랜 시간과 진득한 정성이 있어야만 맛있어지는 음식이다. 해서 부산 사람들의 성정과도 많이 닮은 음식”(<부산 탐식 프로젝트>_ 최원준, 2018)인 것이다. 


부산 사람들에게 돼지국밥은 역사, 문화, 기질 등 부산을 대표하면서 소울 푸드라 할 수 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부산, 경남지역에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어왔던 맑은 고깃국이 부산 돼지국밥의 원조라 할 수 있으며, 고깃덩어리로 국물을 우려내 시원한 국으로 먹어왔으나 한국전쟁 이후 부산에 정착하게 된 피난민들의 음식문화가 반영되면서 돼지머리, 내장 등 부산물을 넣고 돼지 뼈로 육수를 내고 지금과 같은 돼지국밥의 모양으로 자리 잡게 됐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발달한 부산 돼지국밥


부산의 돼지국밥은 한 가지 조리법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여러 지역의 다양한 조리법이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사용돼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다. 이북지역의 고기 육수와 순대, 제주지역의 몸국과 고기국수, 부산근교의 소머리육수 돼지국밥 등 다양한 부산 돼지국밥은 육수의 특징으로 저마다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먼저 뽀얀 육수는 주로 돼지 다리뼈를 이용해 국물이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내고, 조금 연한 육수는 돼지뼈와 고기, 내장, 또는 돼지대가리를 넣어 육수를 만들어 깊은 맛을 내며, 맑은 육수는 돼지고기를 삶아 국물을 낸다. 이렇게 국물을 내는 방법이 다르듯 상을 차림에 있어서도 다양하다. 한 그릇에 밥, 고기, 고명을 함께 담아 토렴을 통한 국밥에서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고향의 밥상문화를 정착시키면서 따로국밥이 자리를 잡고 여러 지역의 음식문화가 부산에 정착하면서 지금의 ‘부산 돼지국밥’이 됐다.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은 예전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서민적 음식에서 이제는 추억을 찾아 떠나는 소울푸드 또는 맛집을 찾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성지가 돼가고 있다. 


부산에는 어느 동네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돼지국밥집이다. 하지만 오랜시간 부지런했던 노동자들에게 행복을 전했던 대표 골목들이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부평시장과 국제시장은 부두 노동자들의 애환을 들어주던 부산 돼지국밥의 원조지역으로 이북 피난민들이 새로운 돼지국밥을 선뵌 곳이다. 그러한 영향으로 그 인근 지역은 전통적인 돼지국밥집들이 향수를 자극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 외에 대표적인 돼지국밥 지역으로 ‘서면시장 돼지국밥 골목’, ‘수정시장 돼지머리국밥 골목’, ‘조방 앞 돼지국밥골목’이 있다. 최근에는 항정살을 이용한 돼지국밥집이 젊은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 발달


부산은 돼지국밥을 선두로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이 발달한 곳이다. ‘초량돼지갈비’, ‘초량돼지불백’, ‘초량대패 삼겹살’, ‘문현동 돼지곱창’, ‘수정시장 돼지뽈 수육’, ‘부평동 돼지족발’, ‘자갈치시장 돼지껍데기’ 부산 지역의 돼지고기 음식 발달 지역은 매일의 삶에서 힘들게 하루를 버티며 희망의 찬가를 부르던 부두 노동자들이 즐겨 찾았던 음식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원조물자에 의존했던 우리의 현실이 부두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부산 음식문화의 발전에 영향을 줬다는 아픔을 담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대표 음식은 부산의 근현대사와 맞물려 수용, 혼용,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러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근래에 와서는 그 존재의 위기를 맞고 있다.”

- 박정배, 맛칼럼니스트

 

부산의 희망찬가, 돼지국밥


아픔의 역사에서 시작된 부산의 수많은 음식문화가 당시의 고단했던 우리의 삶을 대변하고 그 순간을 이겨내고, 내일의 태양을 바라볼 수 있도록 버틸 수 있는 힘을 줬다면 지금 부산의 음식문화는 우리가 아직 걸어보지 못했던 그 길을 힘차게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도록 꿈을 심어주는 원천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오랜 시간 정성으로 푹 고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아픔을 잊게 했던 한 그릇의 국밥에서 새로운 변화를 찾는 내일의 희망이 담겨있는 ‘부산의 희망찬가’라 할 수 있는 부산 돼지국밥, 시대가 변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선호도가 변하면서 다양한 맛과 재료, 새로운 레시피로 전통을 지키면서 새롭게 발전해 나가는 부산의 돼지국밥과 함께 부산의 숨은 곳곳을 둘러보는 식도락 여행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욱

영남사이버대학교 교수. 한국음식평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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