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은 브리티시 스타일 홍차의 탄생지이자, 오늘날 세계적인 티 문화로 성장한 애프터눈 티, 하이 티의 본고장인 만큼,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 애프터눈 티 서비스가 유명한 곳들이 많다.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리버사이드에 유명 호텔들이 많듯, 런던도 템스강 주위에 5성급 럭셔리 호텔들이 밀집돼 있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런던 동부의 템스강을 따라 서부로 여행하면서 즐길 수 있는 호텔 애프터눈 티 명소 세 곳을 소개한다.
그리니치 본초자오선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인터컨티넨탈 런던 - THE O2 호텔(The InterContinental LondonⓇ – The O2)
런던 남동부의 그리니치(Greenwich)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면 템스강을 따라 이어지는 다양한 명소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카나리부둣가(Canary Wharf) 인근에는 영국 연방 최대의 무기둥 대연회장을 자랑하는 거대 건축물이 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IHG)의 럭셔리 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인터컨티넨탈 런던 - The O2 호텔이 그것이다.
이곳은 본초자오선의 그리니치에서도 제일의 맛을 자랑하는 다이닝 레스토랑과 템스강을 270°로 드넓게 바라보면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5성급 럭셔리 호텔이다. 라운지에서 선보이는 애프터눈 티의 훌륭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니치 내 본초자오선을 지나는 호텔 위치를 이름에 반영한 1층의 메리디언 라운지(Meridian Rounge)는 만남의 장소이자 애프터눈 티 명소다. 프리미엄 티 브랜드 업체인 카멜리아스 티 하우스(Camellia’s Tea House)에서 제공하는 최고급 품질의 티, 진하고 방향성이 풍부한 커피, 갓 구운 패스트리와 함께 외부 테라스 또는 실내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런던에서도 애프터눈 티의 최고 추천 명소로 꼽히는 이곳은 정오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그리니치 본초자오선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과연 어떤 맛일까? 스파클링 샴페인이나 와인을 특별 메뉴로 곁들인다면 또한 그 맛은 어떨까? 티 애호가라면 직접 방문해 경험해 봄 직하다.
호텔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마켓 브라스리(Market Brasserie)는 영국 연방 최고의 요리 수준인 AA 1로제트(Rosette) 공인을 받았을 정도로 런던 내에서도 일미(一味)를 자랑한다. 그리니치를 방문한 미식가라면 이곳의 명물인 브리티시 브렉퍼스트와 디너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미쉐린 가이드>에 2019년, 2020년 2회 연속으로 오른 페닌슐라 레스토랑(Peninsula Restaurant)은 혁신적인 유럽의 요리로 고객들에게 명성이 높은 곳으로서 런던의 풍부하고도 다채로운 요리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클리퍼 바(Clipper Bar)는 창문을 통해 270° 방향으로 템스강과 카나리 부둣가의 스펙타클한 시야 속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클래식 칵테일을 지역 요리나 이곳에서 새로이 창조한 진토닉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또한 에이틴 스카이 바(Eighteen Sky Bar)는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선보인다.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면서 스파이스와 허브로 가향, 가미한 칵테일 메뉴나 각 고장 또는 세계적인 맥주, 그리고 최고급 와인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도시적인 감각의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칵테일을 즐기고자 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 볼만한 곳이다.
서유럽 최고 빌딩에서 즐기는 특급 애프터눈 티
더 샤드의 샹그릴라 더 샤드 런던 호텔(Shangri-La The Shard, London)
런던 템스강 유역의 세인트 토머스 스트리트(St. Thomas Street)에는 서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건축물인 더 샤드(The Shard) 빌딩이 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37~)가 건축, 2012년부터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은 더 샤드 빌딩은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오늘날 런던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필수 관광 명소다.
더 샤드 빌딩에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약 50년의 역사를 지닌 호스피탈리티 기업, 샹그릴라 그룹(Shangri-La Group)의 럭셔리 브랜드 호텔인 샹그릴라 더 샤드 런던이 들어서 있다. 높이 125m의 하늘로 치솟은 더 샤드 빌딩, 이곳의 34층에서 시작돼 52층에 이른 샹그릴라 더 샤드 런던은 런던 No. 1 호텔, 유럽 No. 2 시티 호텔, 세계 호텔 톱 100 등 화려한 이력과 함께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도 5성급의 럭셔리 호텔로 공인, 이와 함께 런던 최고의 스카이 뷰와 다이닝 레스토랑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같은 층의 스카이 라운지(Sky Lounge)는 일반적인 다이닝 외에도 특급 수준의 일요일 브런치를 선보인다.
35층의 레스토랑인 팅(TĪNG)에서는 영국 정통 미식 요리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요리들을 1인당 3코스, 2인당 5코스의 다양한 메뉴로 준비하고 있다. 특히 런던의 마천루를 볼 수는 있는 다이닝 룸에서는 다이닝 인 더 스카이(Dining in the Sky)의 메뉴를 통해 3코스의 미식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팅 레스토랑은 이름 자체에서 아시아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뜻밖에도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 명소로 손꼽힌다. 창가에서는 구름 위에서 런던의 시내를 바라보며 영국 정통 애프터눈 티와 샴페인 애프터눈 티, 그리고 피크닉 애프터눈 티, 그리고 겨울에는 독특한 알파인 애프터눈 티(Alpine Afternoon Tea)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알파인 애프터눈 티는 감미로운 스콘, 버찌와 크림을 켜켜이 쌓은 초콜릿 케이크인 블랙 포레스트 가토(Black Forest Gâteaux), 비엔나식 유명 케이크인 자허토르테(Sachertorte) 등 우아한 오스트리아의 패스트리를 제공하며 티 애호가들에게 애프터눈 티의 신세계를 보여 준다. 또한 일반, 할랄, 베지테리언, 글루텐 프리로 세분화돼 있어 사람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호텔 최상부인 52층의 바, 공(Gong)은 서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텔 바로, 런던의 일몰을 바라보면서 칵테일을 즐기거나 늦은 밤 런던의 화려한 빛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특히 믹솔로지스트가 직접 창조한 시그니처인 ‘공 칵테일(Gong Cocktail)’을 구름 위에서 즐기는 맛과 정취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칵테일 애호가라면 꼭 직접 방문해 보기 바란다. 한 가지 더, 오후 12시~오후 4시까지 칵테일 등 주류와 함께 선보이는 리퀴드 애프터눈 티(Liquid Afternoon Tea) 서비스는 오로지 이곳, 공 바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창공에서 즐기는 리퀴드 애프터눈 티는 티 애호가들에게 구름 위에 붕 뜬 듯한 기분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 목테일, 칵테일, 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보자.
세기의 명사, 영국 왕가를 고객층으로 둔
130여 년 전통의 사보이 호텔(The Savoy Hotel)
런던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템스강 유역의 노스뱅크(Northbank)에는 1889년 설립돼 약 133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럭셔리 5성급 호텔로 영국 호텔 역사상 럭셔리 호텔의 선두주자로 인정을 받는 사보이(The Savoy)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은 특히 19세기의 연극, 오페라의 거물급 여배우들에서부터 20세기의 무비, 록스타 등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세계 유명 스타들이 활약하거나 거쳐 가고, 영국 왕가와도 세기를 뛰어넘는 깊은 인연으로 유명세가 높다.
19세기 프랑스 연극배우인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1844~1923), 호주 오페라 가수 넬리 멜바(Dame Nellie Melba, 1861~1931), 영국 상류 사교계의 명사이자 연극배우 릴리 랭트리(Lillie Langtry, 1853~1929)에 이어 20세기 할리우드 영화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1901~1992), 존 웨인(John Wayne, 1907~1979),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1915~1998),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 밥 딜런(Bob Dylan), 존 바에즈(Joan Baez), 록밴드 비틀스(The Beatles) 등 모두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스타들의 방문지기도 하다.
또한 이 호텔은 19세기 설립 당시부터 영국 최초의 디럭스 호텔(Deluxe Hotel)을 겨냥해 영국 왕가에서 각종 연회나 브렉퍼스트, 디너를 위해 참석한 곳인 만큼, 영국 정통 애프터눈 티를 비롯한 다이닝과 바의 수준은 세계 톱 수준이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현재 총 14개의 별점을 보유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셰프이자 푸드 작가,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고든 램지(Gordon Ramsay)의 리버 레스토랑 바이 고든 램지(The River Restaurant by Gordon Ramsay)에서는 템스강의 전경을 드넓게 바라보면서 온종일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해산물 요리를 비롯해 탄두리(Tandoori) 화덕 요리인 아귀커리, 랍스터구이 등 알라카르트 메뉴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호텔 입구의 레스토랑 1890 바이 고든 램지(Restaurant 1890 by Gordon Ramsay)는 2022년에 문을 연 곳으로 ‘요리의 제왕’, ‘왕들의 요리사’라 불리는 요리계 거두이자, 프랑스 요리 장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Georges Auguste Escoffier, 1846~1935)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최고의 다이닝을 선사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최고 품질의 재료들만 엄선해 사용하는 요리와 빈티지 와인의 절묘한 조화로 요리의 새로운 프론티어가 펼쳐져 미식가들에게는 버킷리스트다.
또한 사보이 그릴 바이 고든 램지(the Savoy Grill by Gordon Ramsay)의 전신인 사보이 그릴(the Savoy Grill)은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 할리우드의 반항아 제임스 딘(James Dean, 1931~1955), 할리우드의 배우 마릴린 먼로, 프랭크 시나트라,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II, 1926~2022) 등 세계 최고의 인사들이 자주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었다.
현재는 당대의 유명 셰프인 고든 램지의 지휘 아래에 운영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정통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런치와 디너에서 테르미도르(Thermidor), 도버 서대기 뫼니에르(Dover sole meuniere), 석화 등 요리의 대기행을 즐길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인사들이 즐겨 찾았던 이 기념비적인 레스토랑을 미식가들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호텔의 아메리칸 바(The American Bar)는 1893년 문을 연 뒤 런던의 칵테일 바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세계 칵테일 역사상에서 매우 상징적인 곳이다. 칵테일계 전설적인 바텐더 해리 크래덕(Harry Craddock), 에이다 콜먼(Ada ‘Coley’ Coleman)이 활약하기도 했다. 이곳은 처칠 수상에서부터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어니스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숱한 인사들이 들러서 칵테일을 즐겼던 명소로 월드 베스트 바 50선에 든다. 아마도 칵테일 마니아들에게는 최상의 방문지가 아닐까 싶다.
영국의 술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명소, 바 앳 심슨스 인 더 스트랜드(The Bar at Simpson’s in the Strand)가 있다. 이곳은 수많은 칵테일들이 그동안 탄생한 곳으로 유명하고, 지금도 초일류 바텐더들이 스피릿츠, 토닉, 진, 비터를 믹솔로지한 칵테일들을 창조해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곳이다.
또한 사보이 호텔에는 지난 130년 역사와 함께한 애프터눈 티의 명소, 레스토랑 템스 포이어(The Thames Foyer)가 있다. 이곳은 호텔 개업과 함께 문을 연 뒤 애프터눈 티의 고향인 런던에서도 사보이 애프터눈 티(Savoy’s Afternoon Tea)의 메뉴로 지난 130년간 명성을 누려왔다. 1840년대 영국 정통 방식의 사보이 애프터눈 티는 세계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으로서 티 애호가들에게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