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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목)

레스토랑&컬리너리

[Dining Story] 전철 타고 떠나는 추억의 맛 여행, 춘천닭갈비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사계절 봄내음 가득한 호반의 도시 ‘춘천’


강원특별자치도 중서부에 위치한 춘천은 도청소재지가 자리하고 있는 수부도시이자 영서북부지역의 중심 거점 도시로 꼽힌다. 댐으로 생긴 호수가 4개나 자리하고 있어 ‘호반의 도시’라는 불리는 춘천은 그야말로 정겨운 물의 도시다.  


‘춘천(春川)’이라는 지명은 ‘봄고을’. ‘봄내’라는 이름으로 뜻풀이 해 쓰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상 춘천이라는 지명은 삼국시대 때 순 우리말로 수차약, 오근내로 불렸는데 우두산 일대가 소의 머리와 닮아 불렸다는 설이 남아있기도 하다. 고려 태조 때 ‘봄이 빨리 오는 고을’이라는 ‘춘주(春州)’로 고치고 이것이 ‘춘천(春川)’으로 바뀌게 됐다. 봄의 따뜻한 이미지 때문인지 직관적인 ‘봄내’라는 명칭을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하기고 있기도 하다. 순 우리말 지명인 ‘오근내’라는 지명은 특정 닭갈비 브랜드 명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오근내’는 닭갈비 브랜드임에 앞서 고유한 ‘춘천’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름임을 기억하자.

 

 

정겨움이 담긴 춘천의 음식


필자의 고향은 춘천으로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누구나에게 고향은 그렇지만 춘천이라는 곳은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춘천은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모닥불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기위해 떠날 수 있는 따뜻한 여행지의 기억, 그곳이 바로 춘천이다.


춘천은 강원도에 속해 있는 도시지만 서울, 경기도와 더 가까이 인접해 있어 강원도의 순수함, 서울의 세련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맛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강원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투박하고 정겨운 음식, 바다내음 등과는 사뭇 다른 춘천만의 고유한 음식문화가 존재한다. 중립적인 성격의 맛,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음식 문화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춘천하면 떠오르는 대표 요리는 닭갈비와 막국수다. 사실상 춘천의 대표 음식으로 알려진 막국수나 닭갈비도 특별히 강렬한 맛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지인과 함께 춘천을 방문하면 유명한 막국수나 닭갈비 노포를 소개하곤 하는데 대부분 “첫 입에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다.”라는 평가가 돌아온다. 또한 닭갈비의 원조로 알려진 숯불 닭갈비 맛도 역시 비슷한 답이 나오곤 한다. 춘천의 맛은 ‘슴슴하다’로 표현될 수 있는 재료 본연의 맛, 그것이 춘천을 표현하는 맛의 원형이 아닐까 싶다. 

 

춘천 닭갈비의 시작, 숯불로 굽는 닭갈비


춘천의 대표음식인 닭갈비는 사실상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은 아니다. 지금은 커다란 둥근 철판에 갖은 채소를 얹어 빨간 양념을 더해 볶아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닭갈비의 원조는 숯불에 직화로 굽는 숯불닭갈비였다.

 

 

춘천은 예로부터 양계업이 발달해 팔다 남은 닭을 이용, 연탄불에 구워 안주로 먹기도 할 만큼 닭고기가 흔한 식재료였다. 원조의 닭갈비는 1960년 초반 중앙로에서 돼지고기 집을 운영하던 식당에서 돼지갈비 재료가 소진되자 급하게 닭 두 마리를 사다가 숯불에 구워 판매했던 것이 시초가 됐다.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얇게 펴서 통째로 구워 잘라 먹으니 맛본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는데 저렴하고 맛있게 배를 채워주던 풍부한 만족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닭갈비는 뼈째 토막낸 것이 돼지갈비와 비슷하다고 해 닭갈비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주문 기준도 닭갈비 한 대, 두 대가 판매 기준일 정도로 돼지갈비와 유사하게 판매되기도 했다. 

 

서민갈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다


소갈비, 돼지갈비보다 저렴하면서 맛과 영양은 뒤지지 않았던 닭갈비는 서민갈비라고 불렸을 정도로 춘천시민의 대표적 외식 메뉴 중 하나였다. 숯불 닭갈비의 형태가 점차 철판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되면서 각종 채소와 양념을 더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철판 닭갈비가 여러 재료가 어우러지는 풍부한 맛으로 표현된다면, 숯불 닭갈비는 은은한 숯 향이 나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말할 수 있다. 숯불 닭갈비가 대중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철판볶음의 형태로 거듭나고 다시 다양한 재료의 접목으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호불호가 많지 않은 사랑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춘천에서는 닭갈비집이 삼겹살집보다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닭갈비집이 다수 자리하고 있는데 일상에서 자주 먹고 즐기는 대표적 음식 중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또한 지금은 전국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특히 외국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메뉴가 되고 있기도 하다. 

 

춘천 닭갈비 골목 ‘닭갈비’


춘천의 명동 거리에 가면 닭갈비 골목이 형성돼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곤 한다. 이 골목은 1970년 초에 형성되기 시작해 1980년대 닭갈비전문점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춘천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닭갈비 골목을 찾아가서 닭갈비를 맛보고 가지만 숯불 닭갈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춘천을 더 자세히 느끼고 싶다면 숯불 닭갈비 형태의 맛을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철판 닭갈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에 가면 오래된 노포에서 숯불닭갈비와 철판닭갈비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고 춘천 중앙로에 가면 처음 형태 그대로 ‘숯불 닭갈비’, 또는 ‘숯불 닭 불고기’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노포들이 여전하다. 이곳에 가면 두런두런 모여 앉아 닭고기로 허기를 달래던 1960년대 서민들의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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