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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수)

호텔&리조트

[Hotel Special Interview] “숙명과도 같았던 41년 호텔리어 생활, 앞으로의 소임까지 최선을 다할 것” 일성레저산업㈜ 설악지점 오재범 상무이사

 

지난 10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제50회 관광의 날’ 기념식을 열고 관광진흥 유공자 22명에게 정부포상을 수여했다. 올해는 총 22명의 유공자가 선정, 일성레저산업㈜ 설악지점의 오재범 상무이사가 41년간 관광업계에 종사하면서 관광객 유치, 서비스 품질 개선 등 관광산업 발전에 공헌한 것은 물론, 2019년 4월 고성대형 산불 발생 시 최초 발견자로 신속한 투숙객 대피를 통해 인명피해를 예방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강원도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그는 대외적으로는 강원도 내 인바운드 관광객이 많지 않았던 시절부터 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 강원도를 알리며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했고, 대내적으로는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지역과의 상생과 협력 관계를 구축, 도의 관광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먼저 이번 대통령 표창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41년 호텔 인생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으신데요. 


제가 호텔 생활을 시작한 것이 1982년부터니 벌써 41년이 됐네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고향이 시골이다 보니 당시는 호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다만 마을에서 종종 열리는 잔치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음식을 나눠주던 일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출장뷔페 같은 개념이었죠(웃음). 지금이야 ‘호스피탈리티산업’이라고 하지만 어렸던 시절에는 잘은 몰라도 누군가를 맞이하고 그들을 즐겁게 하는 일 자체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군대 제대 후 1982년부터 평창의 올림피아호텔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오래이신 만큼 호텔의 초호황기라고 불렸던 88올림픽부터 팬데믹까지 호텔업계의 여러 기회와 위기를 함께하셨는데 호텔리어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상무님만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벨맨부터 시작해 F&B, 프런트, 세일즈와 마케팅까지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것은 물론 그때마다 주어진 일들이 보람된 경험으로 남은 것이 많습니다. 86아시안게임부터 88올림픽, 1만 8000명의 대규모 인센티브 유치, 평창동계올림픽 경찰기동대 2500명 지원, 고성 산불로부터 투숙객의 안전 수호 등 호텔리어로서 얻을 수 있는 보람은 다 겪어본 듯합니다. 물론 여러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주말 밤낮없는 업무 특성상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몸소 체험했던 벅찬 순간들이 호텔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이야기해주신다면?


 아무래도 가장 최근 일이자 이후로도 가슴 아픈 일로 남게 된 2019년 4월 4일 고성 산불 당시입니다. 당일 저는 근무 중이었는데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부는 게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았죠. 당시를 기준으로 며칠 전에도 인제에서 산불이 났었던 터라 더욱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녁 여섯 시경에 눈앞의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었고, 튀자마자 불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산불로 번졌습니다. 강풍 때문에 불은 자꾸만 타오르는데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얼른 119에 신고를 하고 리조트에 투숙 중이던 400명의 투숙객을 대피시켰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주차장에 20톤의 LGP 저장탱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탱크에 불이 붙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폭발 위험이 있었던 상황이었고, 빠른 판단을 통해 투숙객 대피 후 직원들과 함께 모든 소화기를 끌어다가 작은 불씨도 붙지 않게 사투를 벌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원들도 합류해 결국 리조트 주변에는 한 명의 인명피해 없이 수호할 수 있었고요. 당시 전 직원들이 실신에,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열심히 뛰었는데 저는 수장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트라우마로 사이렌 소리만 들리면 심장이 뛸 정도입니다. 그래도 산불은 막을 도리가 없었지만 투숙객들과 직원들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호텔리어로서의 직업의식과 소명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호텔리어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배들로부터 듣는 호텔 ‘뽀이’라는 말이 굉장히 거슬렸습니다. 왜 우리가 스스로를 낮춰서 불러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죠. 아무리 요즘 시대에 AI 로봇이나 키오스크가 호텔리어를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환대, 호스피탈리티는 결국 인간과 인간이 서로 교감함으로써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무언가 전달해주는 것은 로봇이 할 수 있어도 그 속에서 감정적 교류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도 편리한 한편 자꾸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이겠죠.


갈수록 호텔이 기피업종이 되고 지역은 더 큰 인력난에 직면해 있지만 저는 호텔리어의 일이 그 어느 환대업종에 비교해봐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 아들이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적극 응원했던 것이고요. 지금 아들도 어느덧 호텔리어 7년 차에 접어들었네요(웃음).

 

지금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 것 같은 데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선 부딪혀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머릿속으로 암만 고민해봐도 직접 실행해보면서 깨닫고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게 체화되고 얻는 것이 많습니다. 책상에 앉아있기보다 직접 고객의 눈을 맞추고 가까이 갔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는 법이죠. 그렇게 현장의 실행력을 통해 쌓는 것이 곧 본인의 자산으로 남게 되고, 그러한 자산들이 모여야 더 나은 커리어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무님께 이번 대통령 표창 수상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퇴직 후 고문이나 자문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41년 동안 일만 하느라 가족들에게도 미안함이 많았는데 퇴직과 더불어 대통령 표창으로 지난 노고를 치하받는 듯 해 감회가 남다릅니다. 앞으로는 현장의 더 많은 기회는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그들이 필요로 할 때 나서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여 년 동안 축적해온 자산이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이나 경영지도의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나설 자신이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호텔리어이고 앞으로도 호텔리어로서 해야 할 소명이 있다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적극적으로 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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