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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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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옥의 Erotic Food] 연인들의 사랑의 묘약 퐁듀

때로는 몸이 언어가 된다. 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나무를 흔들고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의 관계에 있어서 몸으로 주고 받는 사랑의 언어는 그 어떤 말보다 더 감성적이다. 이미숙, 이정재 주연의 <정사>, 에이코 마츠다 주연의 <감각의 제국>, 탕웨이 주연의 <색(色),계(械)>의 정사 장면은 말의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몸은 훌륭한 표현도구이며 섹스는 자막이 필요 없는 전달 매개체가 돼 준다.
영화 속의 섹스장면은 몽한적이고 가슴이 아릴 정도로 멋있다.
누구나 가슴으로 꿈꾸는 장면일 것이고 동작 하나하나가 창을 타고 내리는 빗물처럼 멈출 수 없이 부드럽게 연결되며 내 스스로가 주인공이 돼 그 영화 속에 나를 대입시켜 다음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정사> 동생의 남자를 사랑한 중년 여성의 씁쓸한 열정
영화 정사는 열 살 난 아이를 둔 가정주부가 열 살 연하의 동생의 약혼자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만난 사랑에 어쩔 줄 모르는 중년의 열정과 두려움을 무표정하면서도 함축된 언어만을 구사하고 몸짓으로 언어를 대신해 이미숙을 중년의 섹시스타로 올려놓은 작품이다, 동생 지현(김민 분)의 결혼 준비를 대신하게 된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서현(이미숙 분)은 운명처럼 다가온 남자, 동생의 약혼자 우인(이정재 분)을 만난다. 처음 본 순간부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시작한 서현과 우인은 오후 햇살처럼 스며드는 사랑에 오락실, 아이의 학교 지구과학실 등에서 은밀한 정사를 벌인다. 미국에 있던 동생이 돌아오면서 혼란은 더해가고 우인과 서현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줄 알면서도 파멸을 향해 치닫게 되는 사랑이다.


<감각의 제국> 사랑을 소유하고자 하는 여자의 뜨거운 집착
일본영화 <감각의 제국>은 일본의 어느 기생이 사랑에 대한 집착으로 정부(情夫)를 살해한 뒤 그의 성기를
잘라버린 ‘아베 사다’의 충격적인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1936년 도쿄의 요정 주인 이시다 기치조(타츠탸후지 분)가 성기가 잘린 채 변사체로 발견된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요정의 종업원인 아베 사다(에이코 마츠다 분)를 범인으로 밝힌다. 첫 눈에 반한 두사람은 3개월동안 밀애를 나누다가 기치조의 부인을 속이고 요정에 틀어박혀 사랑을 나누어왔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애정을 넘어서 서로의 육체에 대한 집착으로 나나나고, 결국은 사다는 기치조를 영원히 자신만의 남자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으로 그를 교살한다. 기치조의 성기를 자른 사다는 이불과 시체에 ‘사다와 기치조 둘이서 영원히’라는 문구를 피로 새기고 행복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 눕는다. 그로부터 며칠 후 체포된 사다의 손에는 종이에 꼭 싸인 기치조의 성기가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신체를 흡입하고자 하는 여자의 갈망을 왜곡된 사랑과 열정의 결말로 그려낸 가장 원초적이 영화라 할 수 있다.
연인들은 열정의 통로는 다르지만 인간이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그것은 상대방을 완전히 흡수하고자 하는 사라의 구체적 표현이다.


<색(色),계(械)>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방법, 섹스 그 씁쓸하고 달콤함
<색(色),계(械)>는 스파이가 되어야만 했던 여인과 그녀의 표적이 된 남자.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관음증환자 처럼 즐겼던 영화이다.
대학교 연극부에 가입한 왕차즈(탕웨이 분)는 제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보게 된다. 연기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이 연기에 열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무대에서 느끼며 무대 위에 서의 떨리는 그 느낌과 찰나의 순간에 매료된다. 항일단체 연극부는 그들은 친일파의 핵심인물이자 모두의 표적인 정보보 대장 ‘이’(량차웨이 분)의 암살계획을 세우고 왕차즈는 계획대로 이에게 접근한다. 처음 본 순간 두사람은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끌리지만 경계를 풀지 않는다. 관계가 거듭될수록 이는 점점 경계를 풀고 그녀를 더욱더 깊이 탐하게 되고 몸을 던져 마음을 얻은 왕차즈 역시 연기가 아닌 실제로 사랑에 빠진다. 이의 부인과 함께 머물며 은밀하게 펼쳐내는 둘의 사랑은 차가운 겨울 바람 속을 헤치고 보금자리에 들어선 그런 느낌이었지만,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욕의 연인 왕차즈를 총살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 때 그 영화 속의 총성은 짧으면서도 공허하게 들렸다. 영화 <색(色),계(械)>에서 왕차즈와 이는 ‘섹스’와 ‘몸’을 통해 그 어떤 언어보다 강렬하게 표현한다.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섹스를 나누는 여자 왕차즈는 읊조리듯 혼자 말을 한다.
“남는 뱀처럼 내 몸 속으로 파고 들어와요. 그 뱀은 심장까지 공격하죠. 하지만 언젠가 내 시망이 굴복하고 말
것 같아요. 그는 내가 피를 흘릴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고통에 몸부림치며 지쳐 떨어질 때, 그는 이 모든 행위
를 멈추죠.” 섹스를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하나씩 벗기듯 말없이 자신의 육체를 전시하고 남자를 유혹하고 따뜻하게 녹인 초콜릿같은 사랑을 한다.


달콤한 바나나와 뜨겁고 달콤쌉쌀한 초콜릿 퐁듀의 느낌과 닮아
바나나를 달콤하고 씁쓸한, 적당한 온도로 걸죽하게 녹아져 있는 초콜릿에 온 몸을 적시듯 찍어 먹는 초코릿 퐁듀(chocolate fondue)!
퐁듀는 프랑스어의 ‘fondue(=meat)’에서 비롯되었는데 ‘녹이거나 섞는다’란 뜻으로 밥상 가운데 작은 항아리 그릇(caquelon)을 불에 올려놓고 다양한 치즈 등을 녹여가며 먹는 요리로 긴 포크 끝에 고기나 빵조각을 끼운 뒤에 녹아서 걸죽해진 치즈나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을 말한다. 퐁듀는 한겨울에 키를 넘길 정도의 눈이 쌓여 식량을 구하러 나갈 길조차 끊기던 스위스인들이 겨울나기 음식으로 개발한 메뉴이다.
별다른 양념도 조리법도, 먹을 때의 격식도 따로 없는 소박한 요리지만 요즘은 치즈와 와인, 초콜릿과 과일이 어우러져 연인들 사랑의 묘약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사’의 이미숙과 ‘감각의 제국’에서 에이코 마츠다, <색(色),계(械)>의 와차즈의 연기는 열정을 먹듯 입안 깊숙이 넣어 사랑을 음미하는 모습은 흡사 바나나 퐁듀를 즐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들이 고통스럽게 사랑한 사랑은 바나나는 껍질을 벗고 달고 부드러워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초콜릿으로 옷을 입었다.


바나나 퐁듀!
퐁듀를 먹을 때면 그 영화가 떠오른다.
언어를 대신해 줄 몸짓으로 연인과 사랑의 묘약, 바나나 퐁듀를 즐기기 바란다.

<2015년 5월 게재>

김성옥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식품기술사. 조리기능장. 영양사 등 식품, 조리에 관련한 자격증 국내 최다 보유자로 현재 외식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관광음식협회 부회장, 조리학회 이사,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및 해외 한국홍보관 책임연구원, 농림축산식품부,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노동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so5200@t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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