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호텔 대불호텔 개관과 함께 호텔산업이 시작된 지 130여 년이 흘렀다. 한 세기에 걸쳐 성장해온 산업인 만큼 호텔은 시대에 맞게 다양한 변화를 거쳤고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다. 이에 <호텔앤레스토랑>은 창간 29주년을 맞아 역사 속에서 호텔들이 어떤 사회적 기능을 해왔는 지 살펴봤다. 정치와 권력의 상징, 호텔 호텔의 역사는 정치, 경제, 문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왔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이 호텔 회담을 통해서 이뤄지기도 했으며, 각국의 주요한 정계 인사들은 어김없이 호텔에 투숙해 여장을 풀고 그곳을 교류의 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은 1889년 대불호텔에서 시작하는데, 당시 각국의 외교사절단과 외국 방문객들이 인천항으로 몰려들어 인천에 자리했으며, 주 투숙객들은 외국인들이었다. 서울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은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졌던 현장이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04년 3월, 1905년 11월에는 이토 히로부미가 이용했으며, 러일전쟁 시에는 윈스턴 처칠이 하룻밤을 묵기도 했다. 고종과 명성왕후의 신임을 얻어 서양 외교사절들의 사교장으로도 이용됐다. 근대 정치의 거점이
손탁 호텔 표지석 독자 이현규 ※ 본 에세이는 호텔앤레스토랑 11월호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은?’ 기획기사를 보고 독자분께서 보내주신 기고문입니다. 오랜만에 동인들과 봄나들이 겸 해설과 함께 하는 정동길 답사에 참여했다. 시작 전 미리 덕수궁에 모였다. 꽃 대궐이라는 동요 가사처럼 덕수궁은 꽃잔치 중이다. 궁을 돌아보며 봄의 상징인 진달래부터 오래된 모과나무, 능수 벚꽃나무, 할미꽃 하나하나에도 감동하며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이야기꽃이 넘쳐난다. 반면에 체험학습 온 학생들은 꽃이나 나무보다는 친구들과 사진 찍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우리들도 당시에는 그랬을까 하고 기억을 더듬어본다. 곧이어 시작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정동교회, 시립미술관, 배재고, 이화여고, 러시아 공사관 탑을 찾았다.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정동 길은 역사를 담은 공간이다. 당시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대사관 대부분이 정동 길에 자리 잡았다. 그중에는 아관파천을 주도한 러시아 공사관도 있다. 현재는 공사관 탑만 남아있지만 해설사가 보여주는 규모가 컸던 옛 사진에 한참 눈길이 간다. 러시아 공사 아내의 언니인 손탁. 러시아 공사의 소개로 궁중에 들어와 여러 나라 언어도 잘하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