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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월)

호텔&리조트

[Column]감정노동, 친절과 갑질의 위험한 동거



얼마 전 ‘갑질’ 사건들로 인해 나라가 시끄러웠다. 운전기사 폭행, 항공기 라면상무, 인분교수 사건 등 일명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도를 넘은 행동들이 갑질이라고 일컬어지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슈가 된 건들은일부분에 불과하다. 우리가 흔히 생활하면서 볼 수 있는 식당에서의 고객 횡포, 은행에서의 친절 강요, 대기업의 하청기업 목줄 죄기 등 갑질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만연해 있으며, 나 자신조차도 모른 체 갑질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증상이 단일하지 않고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갑질증후군에 제대로 걸린 것 같다. 이러한 갑질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짚어내긴 매우 어렵다. 그리고 갑질의 범주를 정하는 것도 명확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통상적으로 어떠한 상황에 있어 개인 혹은 조직간 어느 한 쪽에 비해 다른 한 쪽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한다. 즉, 갑과 을은 권한의 상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을 가리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갑의 위치에서 올바르지 않은 행동들을 소위 갑질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증후군은 서비스 산업에 있어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서비스업은 친절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종사자의 사명과 고객이 마음껏 누리려고 하는 갑질이 위험하게 동거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갑질증후군, 그리고 감정노동자
‘고객은 왕이다’라는 문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야만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주입되는 가장 중요한 철칙이다. 사실 이러한 고객 중심적 사고가 잘못됐다고 얘기 하긴 어렵다. 모든 서비스업의 중심이 고객인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배려는 너무나 부족하다. 사실 갑과 을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정의도 잘못됐지만, 고객은 갑, 그리고 서비스 종사자는 을로 굳어진사람들의 인식이 결국 갑질이라는 형태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고객과 서비스 종사자의 관계를 넘어서 생각해본다면 우리 역시 언제든 갑의 위치일 수 도, 혹은 을의 위치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증후군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배려, 그 의식의 변화로부터 서비스 종사자에게 있어 가장 큰 고충은 바로 감정과 관련된 부분들이다. 고객의 부당한 서비스 요구, 언어 폭행 등 우리가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고충 외에, 보다 심각한 것은 바로 고객의 부정적인 감정을 서비스 종사자가 공유한다는 것이다. 즉, 고객이 부정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서비스 종사자들은 이를 느끼며, 그로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고객의 표정과 말투로 인해 드러내지 않은 감정까지도 서비스 종사자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때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고용주가 종사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고객은 질 좋은 서비스를 종사자로부터 받길 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려가 무시되고 최소한의 존중이 침해된 갑질이 일상화된 사회가 과연 건강한 것인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갑과 을, 바로 내가 누군가에게는 갑이 될 수도 있고 언제든 우리는 또한 누군가의 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예로부터 강조해왔다. 크고 작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공감이 우리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점원을 함부로 대하는 고객에게 상품을 팔지 않겠다는 어느 도시락 가게 주인의 문구가 무척 인상 깊다.


대한항공 객실승무부  

유효진 대리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정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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