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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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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 김준철의 Wine Trend] 좋은 와인, 고급 와인, 고가 와인, 어떤 와인을 선택해야 하나?

신문이나 TV 방송 또 SNS 등에서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주위에서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되므로 와인이 상당히 대중화가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회식 자리에서 모처럼 분위기 잡는다고 “와인으로 한잔 합시다.” 했다가는 “야, 무슨 와인이냐. 맥주로 해, 아니면 소주로 해!” 하는 핀잔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와인이 대중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와인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 와인을 좋아하거나 마시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와인에 관심을 가진 분 중에 “와인이 어렵고 복잡하고 비싸다.”라는 이들을 많이 본다. 사실 와인은 종류가 너무 많다. 맥주나 소주는 제품의 종류가 몇 가지 안 되므로 구입하거나 주문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와인은 종류가 너무 많아서 막상 와인을 구입하려고 하면 무엇을 구입해야할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오랜만에 집에서 와인 한잔 하려고 마트에 가는 길에 와인 코너에 들려보면 와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사야할 지를 결정하기 어렵고 판촉사원이 추천하는 것은 왠지 설득당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매장을 쭉 돌아만 보다가 그냥 돌아온 경험이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와인 애호가들이나,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혹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 모두가 다 같이 원하는 와인은 바로 좋은 와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와인을 사고 싶어 하고 또 마시고 싶어 한다.
그런데 좋은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막상 좋은 와인이 뭐냐고 하면 마땅히 어떤 와인이다 하고 머리에 정리되지 않는다. “고급 와인이면 좋은 와인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또 “비싼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있다. “고급이 아니고 또 저렴한 와인은 전부 나쁜 와인일까?” 좋은 와인, 고급 와인, 고가 와인 중에서 어떤 와인을 사야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좋은 와인은 어떤 와인인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고 보관된 와인은 모두 좋은 와인이다. 반대로 잘 못 만들
어지거나 변질된 와인은 나쁜 와인이다. 고급이건 아니건 또 가격이 싸건 비싸건 간에 정상적으로 만든 와인은 모두 좋은 와인이다.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란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해서 정상적으로 양조하고 숙성된 와인을 말한다.
양조용 포도는 특히 온도와 강수량 등 자연환경이 적당한 곳에서 재배되어야 하는데, 자연환경이 좋지 못한 곳에서는 포도를 재배는 할 수 있으나 좋은 와인은 만들 수 없다. 또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서 포도를 재배하여 정상적인 포도를 생산했다고 하더라도 양조할 때 발효, 숙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와인이 미생물로 오염되거나 산화되어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하면 포도재배에 적합한 자연 환경에서 좋은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고 공장에서 제대로 양조한 와인은 모두가 정상적인 와인이고 가격의 고하간에 좋은 와인이 된다.
정상적인 좋은 와인을 대중 와인과 고급 와인, 저가 와인과 고가 와인으로 구분을 하는 것이다.


고급 와인과 대중 와인은 어떻게 다른가?
많은 사람들이 고급 와인을 선호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고급 와인은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그러면 값이 비싼 와인은 모두 고급 와인이냐? 그렇지 않다. 고급 와인은 가격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고급 와인은 사회 통념상 의미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고 와인 법으로 구분한다. 유럽의 와인 생산국들에서는 와인 법으로 넓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과 원산지 호칭 규제 와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넓은 지역 와인을 대중 와인으로 구분하고, 좁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즉 원산지 호칭 규제(보호) 와인을 고급 와인으로 부른다. EU에서는 고급 와인을 VQPRD, 대중 와인을 Les vin de Table(Table Wine)라고 구분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에서 A.O.P.(과거의 A.O.C.)는 고급 와인이고, I.G.P.(과거의 Vin de Pay)과 Vin de France(과거의 Vin de Table)는 대중 와인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와인에서 D.O.P.(과거의 D.O.C.G.와 D.O.C.)는 고급 와인이고 I.G.P.(과거 I.G.T.)와 Vini Varietali, Vini는 대중 와인으로 구분한다. 스페인에서는 D.O.Ca, D.O.가 고급 와인이고 VdlT, VdM 은 대중 와인으로, 독일에서는 QmP가 고급 와인, Qba, Land Wein, Deutscher Wein을 대중 와인이라 한다. 유럽에서는 고급 와인과 대중 와인을 법으로 엄격하게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다.
유럽 중 프랑스에서는 와인 법으로 정해진 고급 와인을 다시 몇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즉 보르도의 메도크와 그라브 지역의 수많은 샤또들 중에서 선정된 특히 좋은 샤또들을 ‘Grand Cru Classe’로 구분하고 이들을 다시 5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생떼밀리옹 지방에서는 특히 좋은 샤또들을 ‘Premier Grand Cru Classe’와 ‘Grand Cru Classe’로 구분한다.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포도밭을 구분해서 최고의 포도밭들을 ‘Grand Cru’, ‘Premier Gru’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지에서도 고급 와인을 다시 몇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유럽 이외의 나라들 즉 뉴월드(북미, 남미, 호주, 아프리카, 아시아)의 와인 생산국들에는 와인 등급에 관한 법이 없다. 다만, 단일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서 병에 담고 상표에 그 품종 이름을 표기하면 Varietal Wine이라고 하며 고급 와인이라고 부른다.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 와인을 만드는 경우 품종 이름이 아닌 별도의 브랜드 이름을 붙인다. 이런 와인은 Generic Wine 또는 대중 와인이라고 하며 가격이 저렴하다.
그런데 뉴월드에서 포도 품종을 몇 가지 섞어서 와인을 만들고 그 와인이 대중와인이 아니고 고급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호주에서 몇 가지 품종을 블렌딩한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포도 몇 품종을 블렌딩해서 자기들은 Generic Wine이 아니고 고급 와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지론은 “몇 가지 포도 품종 블렌딩 했지만 그냥 블랜딩이 아니고 프랑스 와인과 같은 방법으로 블랜딩했기 때문에 고급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블랜딩한 고급 와인은 최근 뉴월드 와인 전체에서 보이는 것으로 세계적인 추세다. 이런 일은 과거에는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다반사다.


고가 와인과 저가 와인은 어떻게 구분되나.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와인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얼마짜리 와인부터 고급이고 마시기 괜찮은 와인인가? 이것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 “나는 얼마부터가 고가 와인이다.”라고 개인별로 각각 다른 가격 기준을 가질 수 있다. 개인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부터 고가이고 얼마부터는 저가다.”고 말하기 어렵다.


고가 와인은 어떤 와인인가?
와인의 가치를 가격측면이 아니라 품질적인 면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품질면에서 고가 와인은 포도 재배 적지에서 좋은 양조용 포도 품종을 재배해 컬러도 짙고, 당도도 높고, 신맛도 적당히 있는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하고 이 포도를 적절한 발효 기간을 거쳐서 와인이 된 것을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켜서 포도의 향과 오크 향과 맛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고 병입하는 등 비용을 많이 들여서 만든 와인이다. 병에 담을 때에도 무거운 유리병을 사용하고 코르크 마개와 캡슐도 비싼 것을 사용한다. 이런 생산 원가를 많이 들인 와인은 가격이 비싸게 되는 것이다.


저가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저가 와인은 원료 포도의 가격부터 싸다. 포도 재배 자연 환경이 최고인 곳에
서 재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포도의 생산량은 많지만 컬러가 약하고 당도도 낮고 또 신맛이 적거나 혹은 너무 많은 포도들이 생산된다. 또 저가 와인은 와인의 양조 방법에서도 다르다.
저가 와인은 오크통이 아니고 큰 탱크에서 숙성시키고 숙성 기간도 짧다. 발효가 끝난 후 2~3개월 지나면 병에 담게 되는데 병도 가볍고 싼 병에, 마개도 천연 코르크가 아닌 압축 코르크나 프라스틱 마개 등을 사용하여 가능한 싸게 만들어서 빨리 출하한다. 생산 원가가 낮은 와인으로 저가 와인이 된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나쁜 와인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저가 와인은 포도가 좀 싸고 양조도 비용이 저렴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인 뿐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가격이 저가냐 고가냐는 생산 원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저가 와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저가 와인이 많이 팔려야 와인 시장이 커지고 와인이 대중화될 것이다. (와인의 가격은 브랜드 가치, 빈티지, 저장 기간 등에 따라서 달라지나 여기서는 생략한다.)
와인은 꼭 가격이 비싸고 고급이라야 좋은 것이 아니다. 저렴한 와인 중에도 좋은 와인이 많고 대중 와인에도 좋은 와인이 많다. 여러분들께서는 고급 와인 또 고가 와인을 많이 드시기 바란다. 아울러 저렴한 가격대의 좋은 와인 또 대중 와인도 더 많이 즐기기를 바란다.

<2015년 7월 게재>


김준철
소믈리에 / 마주앙 공장장 출신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 소믈리에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근무했다. 미국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양조를 연수했으며,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수학했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의 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밖에 와인 수입회사와 도매상, 소매점, 와인 바와 와인 스쿨을 운영하여 다양한 와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 와인 가이드, 와인 홀릭스 노트 등이 있으며 현재 신문과 잡지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SNS상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서 활동 중이다.
jcsommeli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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