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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금)

호텔&리조트

[Tourism Issue] 여행자와 여행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콘텐츠, 공정여행

- 자연보호, 윤리적 소비 트렌드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여행에는 수많은 목적이 있다. 어떤 이는 그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물품들을 플렉스하기 위해서, 어떤 이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어떤 이는 일상의 피로를 덜고 새로운 나를 찾아가기 위해서 등 그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그중 최근 단연 돋보이는 것은 친환경 여행이다. 일명 ‘공정여행’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여행 유형은 여행지에서 봉사활동, 자연보호 등을 통해서 여행지에서 경험을 얻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지역에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가능케 한다. 더불어 환경을 지키며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여행사에서 이러한 착한 여행의 진면목을 알아 보고 여러 패키지를 고안할 뿐만 아니라 여행 패키지 전반에 착한 여행의 요소를 넣어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공정여행은 착한여행, 친환경여행 등 다양한 명칭으로 쓰이고 있는 가운데 본 지면에서는 공정여행으로 표기합니다.

 

 

여행자와 여행지 간의 긴밀한 소통
경험하게 만드는 공정여행


공정여행이 떠오르고 있다. 착한 여행, 친환경 여행, 공정여행, 가치소비 여행, 지속가능 여행 등 수많은 단어로 불리는 공정여행은 최근 대형 여행사, 중소형 여행사를 막론하고 가장 이슈를 모으고 있는 여행 유형이다. 


공정여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무역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정무역’이란 상호 간의 혜택이 동등한 가운데 이뤄지는 무역을 뜻한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중간 유통과정을 없앤 뒤 직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공정무역은 1940년대 유럽과 북미의 비영리단체들과 종교기관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아프리카 등 노동착취가 빈번한 나라에서 생산자들이 직접 만든 제품들을 자선단체 등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판매한 것이 첫 발자국이었으며, 그 뒤로는 다양한 기업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해 지금은 흔하게는 커피, 초콜렛 등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공정여행은 이러한 맥락을 같이한다. 공정여행을 국내에 최초로 들여온 여행사인 착한여행의 나효우 대표(이하 나 대표)는 “공정여행은 여행자 뿐만 아니라 여행지 거주민들도 행복할 수 있는 여행”이라며 “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나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유산도 좋은 경험이지만, 추후 기억에 남는 건 사실 대체로 사람을 만나 교류한 일이다. 공정여행은 이러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첫째, 현지인과 동등하게 교류하는 여행, 둘째, 환경파괴를 최소화해 현지인도 여행자도 행복한 여행, 셋째, 로컬푸드나 시장을 이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여행사에서 내놓은 제품들 중 많이 보이는 유형이 트래킹하며 쓰레기 줍기, 지역의 산을 올라 지역민에게 지역 이야기 듣기, 빈민촌에 위치한 학교에서 벽화 그리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다. 나 대표는 “현지인이 즐거우면 여행자에게도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라며 “나라와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서 도움을 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행자들에게 호의적이고 무엇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는 성향이 짙다. 여행자들도 현지인이 직접 이야기해주거나 소소한 소통을 통해 지역에 관심을 가지니 일반 가이드가 말해주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폭넓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공정여행은 공정무역처럼 한 쪽만 즐거운 여행이 아닌, 둘 다 즐거운 여행이다. 더불어 로컬에 있는 다양한 체험을 맛보며 현지인과 소통도 가능하니 만족뿐만 아니라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까지 느끼게 되는 유형인 셈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여행사들


그렇다면 여행사는 공정여행을 어떻게 선보이고 있을까? 하나투어는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라오스 봉사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현지에서 봉사활동 물품을 구입 후 방비엥 빈민촌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방문, 위생교육, 벽화 그리기 등 봉사활동과 레크레이션을 진행하는 일정이다.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재미도 놓지 않았다. 튜브를 이용한 동굴 탐험, 숲속에서 즐기는 짚라인 뿐만 아니라 저녁에는 비엔티엔 야시장 체험과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레스토랑에서 현지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봉사활동으로 현지인의 삶을 느껴보고 나눔을 실천, 여행의 경험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여행 트렌드를 반영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노랑풍선은 하와이 관광청, 아시아나 항공과 함께 ‘말라마 하와이 캠페인’에 참여한다. 하와이 전통 오두막인 할레를 청소하고 토란을 수확하는 등 자연보호 활동과 전통 문화 둘 다를 경험할 수 있다. 숙박은 탄소중립세 부과 기금으로 나무를 심고, 고객 요청 시에만 시트와 타월을 교체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는 리조트 호텔을 택했다.


또한 최근에는 공정여행의 콘텐츠가 다른 여행의 패키지에도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추세다. 나 대표는 “기존에는 공정여행은 공정여행대로, 다른 여행 패키지는 그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 여행 상품에 공정여행의 콘텐츠를 삽입해 보다 친근하게 느끼게끔 하고 있다.”며 “공정여행하면 트래킹이나 자연보호 등 어렵고 힘들 것이라는 시선이 있어 조금씩 접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올해 7월 국내 업계 최초로 동물학대로 인지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 지역 여행 패키지에서 제외했다. 대표적으로 악어쇼, 우마차 등을 폐지했지며 코끼리 트레킹 대신 코끼리 보호구역에서 먹이 체험과 사파리 체험 등으로 대체했다.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아이슬란드 북부에 위치한 후사비크에서는 해마다 10만 명이 고래를 보기 위해 찾는 관광지다. 다양한 여행사가 후사비크에서 고래를 보여주는 패키지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한 여행사에서 ‘침묵의 고래 관찰’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엔진 굉음 등으로 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유로 보트 대신 참나무 어선을 개조하고, 배의 방향을 바꾸는 등 관광객들을 고래 집단에서 떨어뜨려 멀리서 조용히 고래를 관찰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렇듯 여행업계에서는 공정여행을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는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제는 나의 위기
젊은 세대가 공정여행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


2021년 에어비앤비가 한국인 502명을 포함,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국 4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약 61%, 그리고 응답자들의 3분의 2 이상이 여행할 때 방문지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한국인 48%는 지역 사회의 경제적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 이런 점을 고려해 여행 장소를 고른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제는 무조건 쉬기 위해서, 혹은 플렉스를 하기 위해서 여행하는 흐름을 벗어나는 여행객이 들어 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경향성이 공정여행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 입을 모은다. 때문에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흐름의 주축으로 자리잡는 중이다. 그렇다면 윤리적 소비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전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기업윤리 브리프스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란 소비자가 개별적, 도덕적 신념을 가지고 인간, 사회,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소비행동이다. 소비자가 소비를 할 때 개인의 사적인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소비가 이웃,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소비 실천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대 소비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인 소비행동으로, 환경오염, 빈부격차, 삶에 대한 불만족 등 현대 소비사회의 주요 문제를 개선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러한 윤리적 소비는 코로나19 이후로 환경 변화에 민감해진 젊은 세대들에게 떠오르고 있는데, 여행업계에도 공정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나 대표는 “과거에는 4050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공정여행에 대한 문의를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물론 최근에도 4050들이 공정여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2030세대의 참여 또한 뚜렷하다. 실제로 공정여행을 배우고 싶다는 젊은 세대의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빠질 수 없는 공정여행의 콘텐츠
환경보호


현재 사회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심각한 기후변화는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을 앗아갔으며 극동지방의 빙하는 녹고 있고, 매년 태풍과 가뭄은 심각해져만 간다. 기후 위기와 자연 재해는 더이상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의 일이 됐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16살의 나이로 2018년부터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벌였다. 이 운동은 전 세계로 확장돼 2019년 9월에서는 국내에서도 일어났다. 10대로 구성된 청소년들은 학교를 결석하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어쩌다 태어나보니 이런 지구’, ‘지구의 모든 십대는 멸종위기종’, ‘수능도 무섭지만, 기후 위기가 더 무섭다’라는 팻말을 들고 기후 위기의 위험성을 알렸다. 앞으로의 미래가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기후 위기가 당장 닥친 ‘우리의 일’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세대들 사이에서 ‘줍깅’이라는 단어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줍깅은 스웨덴어의 ‘줍다(Plocka Up)’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봉사활동으로 걷거나 뛰면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실제로 SNS에 ‘줍깅’이라고 검색해보면 여행이나 등산 중 산과 해안과의 쓰레기를 줏으러 다니는 젊은 세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 대표는 “교과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행에서도 기후나 로컬의 문화를 보존하고 배울 수 있는 공정여행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이들이 공정여행 콘텐츠에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소비에도 적극적이라 소위 ‘힙한’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찾거나, SNS에 힙하게 홍보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기도 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정여행은 앞다퉈 다가온 기후위기와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지닌 젊은 세대에게 보다 각광받는 중이다. 

 

 

지역경제 활성화하는 효자


공정여행은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보호의 니즈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로컬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착한여행은 훗카이도 북동쪽에 위치한 시레토코 섬을 방문하는 패키지를 만들었다. 2월, 3월이 되면 러시아에 위치한 아무르강에서 강물이 흘러 시레토코 섬에서 어는데, 일본여행은 많은 이들이 찾지만 이곳은 희귀한 관광지인 데다가 보호종인 동물들도 많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 의미가 깊다. 마을의 촌장에게 부탁해 여행객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한다고. 뿐만 아니라 마을의 호텔 주인장을 부르고, 특성이 살아있는 호텔을 여행객들의 숙소로 삼아 지역민들과 융합을 도모한다. 모든 것을 지역에서 해결하니 당연히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밖에 없다. 나 대표는 “자연보호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인 콘텐츠 중 하나가 지역 경제 기여에 얼마나 기여하냐는 것”이라며 “그렇게 한다면 사람들을 얼마나 머물게 할 수 있는지, 체류시간이 중요해진다. 때문에 공정여행들은 대부분 장박”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공정여행 상품들은 대부분 5박 6일에서 8박이 넘어가는 장박 상품으로 구성돼 있기도 하다.


더불어 ‘마을호텔’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공정관광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마을호텔은 지방소멸시대에 들어선 호텔 중 하나로 단일 건물에 숙박과 서비스 시설을 갖춘 호텔을 넘어서서 여러 건물을 연결하는 호텔을 뜻한다. 지역소멸시대에 마을의 협동조합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주식회사나 비영리법인에서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기존에는 탄광촌이었던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마을호텔 18번가는 골목길 전부가 하나의 호텔이다. 홈페이지 속 호텔안내 카테고리에는 골목길에 위치한 카페와 사진관, 음식점을 호텔의 부대시설로 적어놓았다. 공정관광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서울시립대학교 김희수 연구원은 “기존 건물과 장소에 새로운 역할 부여함으로써 장소와 장소, 마을과 방문객, 주민들이 연결돼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며 “관광의 특성상 연쇄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공정관광의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정여행은 지역경제를 되살리기도, 도움을 주기도 하는 하나의 사례로서 선한 영향력을 더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공정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공정여행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적인 여행 유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로컬에게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점, 여행객에게는 지역경제에 도움을 줬다는 보람과 다른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로컬의 경험을 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하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실이 된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윤리적 소비 문화의 확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공정여행을 찾는 고객들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 대표는 현재 공정여행 시장에 아쉬운 점은 없냐는 물음에 “없다.”고 답하면서 다양한 여행사에서 공정여행 상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 퀄리티 좋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귀띔했다. 


공정여행은 가격보다는 프로그램의 가치를 생각하는 고객이 많이 찾는 여행이다. 또한 공정이라는 가치에 니즈가 있는 고객이라면 많고 많은 여행 상품 중 기꺼이 고를 만한 유형이며, 여러 지표를 확인해 봤을 때도 이러한 고객들은 가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공정여행 시장의 진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2009년 당시 국내에 최초로 공정여행을 들여왔다. 계기가 궁금하다.
국제개발협력 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할 때였다. 당시 많은 이들이 여행을 하는 패턴을 보면 현지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돈을 쓰고 마음껏 노는 데 치중하는 것 같았다. 더 재미있게, 의미 있게 여행을 즐길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이후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국내에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행자 중심의 사고를 타파하고자, 또한 여행자도, 여행지도 재미있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 들여오게 됐다. 처음에는 ‘공정’이라는 이름 때문에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 그래서 ‘착한여행’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알리기 시작했다.  

 

공정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행지와 여행자 둘 다 만족할 수 있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여행에 가면 다양한 문화유산도 보고 자연의 경치에 감격하기도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현지인과의 만남이다. 이를테면 그곳의 사람이 쥐어준 음식 같은 것(웃음). 때문에 여행지가 행복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와서 즐기고 난 다음의 자리가 치우는 건 현지인들 몫이다. 그렇게 되면 여행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여행자의 행복과 즐거움 때문에 여행지가 오히려 파괴되면 여행지의 자존감이 낮아진다. 때문에 현지와의 관계를 심어준다. 예를 들어 마을의 촌장이 와서 가이드 대신 이 마을의 역사를 너무 기계적이지 않게,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들려주는 거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현지의 삶은 어떻게 돼 가는지 등등…. 그렇게 되면 여행자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으니까 여행지에 조금 더 교화돼 보다 배려하게 되고 현지인들도 여행자들의 배려에 힘입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지역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것이다. 아침에는 지역의 어느 곳에서 명상을 하고, 밥은 로컬 식당에서, 혹은 로컬 시장에서 장을 보고 현지인들과 나눠먹는 홈스테이를 만들거나 하는 것. 그래서 패키지도 보통 장박으로 만드는 편이다.

 

최근 젊은 세대에게 공정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알고 싶다.
기존에는 공정여행의 가치를 알려야 하니 규범적으로,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고는 했다. 그러니까 다들 ‘좋긴 좋은데, 너무 힘들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더라. 뭔가 하드한 트레이닝을 하는 것처럼 생각한 것이다. 특히 초반에는 중년층의 남성들이 주로 경험했고, 뒤에는 여성들이, 그 뒤에는 아이들이 즐기는 그런 순서였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게끔 소프트하게 만들었다. 다른 건 조금 힘에 부치는 일정이더라도 숙소는 편하게 만든 다거나 5박 중 이틀은 노는 것으로 하고 3일은 자연보호, 봉사활동 등 현지 체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프로그램도 세분화했다. 아예 하드하게 즐길 수 있는 것과 초심자가 즐길 수 있는 것들로.


또한 코로나19 이후에는 기후환경 변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원봉사를 모집하면 몇 십 대 1로 모이기도 한다(웃음). 이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재미있게 환경을 지키는 방법,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공정여행을 더 쉽고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덕분에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 패키지를 기획했고, SNS에 예쁘게 나올 수 있는 구도도 만들어 봤는데 인기가 좋다.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조성하고 싶은 호텔에 제언해줄 것이 있다면? 
일본 호텔에 가보면 지역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호텔들이 많다. 호텔 로비에 지역의 농산물이나 생산물을 두는 거다. 이 지역에서 막 수확한 사과나 지역의 수공예가들이 만든 제품들을 놓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이런 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이미 친환경 객실이나 어메니티를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들에게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줄 수 있기도 하고. 더불어 사회적 기업과 협업 후 호텔 공간에서 특별한 크리스마스 파티 등을 계획하는 것도 괜찮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주는 의미가 있으니까. 여행사와 함께 여행객들이나 주민들을 트레킹 등 간단한 체험을 시킨 뒤 조식 등 음식을 호텔에서 먹는다던지. 실제로 울산의 한 호텔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호텔은 공간을 제공하는 만큼 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아주 많다. 

 

앞으로 공정여행의 비전은 어떨 것이라고 보나?
글로벌 시장, 더 자세하게는 유럽 시장은 이미 공정여행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관광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흐름이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지금 여행사들의 ESG 경영을 위해서도, 더 퀄리티 좋은 여행을 위해서도 공정여행은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 예상으로는 2030년 안에는 공정여행이 스탠더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 안에 고민하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 이럴 때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호텔, 마을, 여행사, 혹은 기업과 기업이 손을 잡고 이 판을 더 크게 키워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 앞으로는 새로운 마케팅적 요소로 공정여행이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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