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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화)

[김용덕의 스페셜티 커피 이야기 8] 커피의 오스카상 COE(Cup of Excellence)

COE, 브라질에서 첫 개최
지금은 커피업계에서 어느정도 상식적인 용어가 돼버린 COE(Cup df Excellence)는 1999년 브라질에서 처음 개최됐다. 1994년부터 1999년에 걸쳐 스페셜티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던 중요한 시기인데, 국제커피기구(ICO-유엔 산하 기관)와 국제 무역기구, 국제연합 무역개발회의 채택 융자제도가 공동으로 구르메 프로젝트(Gourmet Project)를 진행해 커피의 생산량 증가보다는 커피의 품질 향상을 위한 생산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이 때 참가한 나라가 브라질, 에티오피아, 브룬디, 우간다, 파푸아 뉴기니 5개국이다.
그동안 커피 산업은 양을 중심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양에 따른 가격의 변동 폭이 심해 양이 증가할수록 가격은 떨어지는 악순환을 낳았고, 대부분의 커피 생산국이 가난한 나라에 위치하는 것을 본다면 이는 빈곤의 악순환을 가지고 오는 국제적인 사회 문제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제 커피 기구를 중심으로 커피 가격 안정화를 위한 고품질 커피 재배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게 됐다. 이들은 구르메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 상업용 커피인 커머셜커피와 커피의 질적으로 구별되는 고품질 커피 생산으로 상업커피의 이미지를 벗고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농부들을 독려하자는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5년간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 관계자들은 새로운 커피, 즉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잠재성을 봤다고 한다. 커피의 품질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 질적 향상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를 알게 된 것이다. 특히 가장 큰 잠재성을 보여 준 곳이 브라질이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인 1999년 컨설턴트로 활약했던 미국 보스턴의 조지하웰과 브라질의 테크니컬 매니저인 실비오레이테, 현 COE 수장인 수지스핀들러, 당시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협회 회장이었던 마르셀로비에라는 전세계 바이어들을 초청해 새로운 브라질 커피들을 선보이고 인터넷 옥션을 통해 팔아보자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것이 바로 COE 대회의 첫 출발점이다.


철저한 준비, 엄격한 관리로 명성 지켜
국제 커피기구의 도움을 받아 진행된 첫번째 브라질 COE 대회에는 약 310개의 농장이 참여했고, 전세계에서 14명의 유명한 바이어들이 초대됐다. COE 대회를 직접 참가해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대회를 준비하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관계자들이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매번 놀라게 된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대회인 것이다. 평가방식의 섬세함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옥션이 끝나고 커피들이 바이어들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엄격한 관리가 오늘날까지 COE커피의 명성을 지킨 밑바탕인 것이다. 그러나 이 대회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지나온 것은 아니다.
고급커피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 않던 시절에 최상급 스페셜티를 가려내는 품평회를 연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한 시도였고 예상대로 대회는 여러가지 난관 속에서 치러졌다. 열악한 시설은 물론 진행 방식도 채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가 치러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을 통해 시간대가 전혀 다른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경매에 참여하는 옥션 역시 그 발상 자체가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따름이다.
우여곡절 끝에 첫 COE 대회를 통해 스페셜티 커피의 놀라운 잠재력을 확인한 브라질 농부들은 자신들의 돈으로 다음해에도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브라질 COE 성공으로 대회 규모 점점 커져
기록에 의하면 2000년 브라질 COE 대회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스페셜티와 COE 대회에 확신이 없었던 농부들도 첫 COE 대회의 성공를 목격하고 고품질 커피 재배를 위해 더욱 노력했을 뿐 아니라 소문을 듣고 많은 바이어들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대회는 이전보다 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브라질 COE의 성공으로 2001년에는 과테말라, 2002년에는 니카라과가 COE 대회를 열면서 대회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또 2002년 부터는 좀더 체계적인 조직 정비를 위해 비영리 기구인 ACE(Aliance for coffee,Inc)가 결성되면서 대회의 운영을 본격적으로 맡았다. 2015년 현재는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멕시코, 엘살바도르, 르완다, 부룬디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 이상은 글은 테라로사에서 발간한 테라로사 커피로드에 실렸던 글을 일부 발췌했다.


COE, 산지 관심 이끌어내
그동안 USAID나 많은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COE만큼 산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낸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COE 프로그램이 갖는 최대의 수혜자는 어쩌면, 아니 확실히 구매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가장 유명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가 된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프타운, 그리고 일본의 마루야마 등이 수혜자 중 가장 유명한 로스터일 것이다. 특히나 그 중 일본의 겐따로 마루야마는 가장 큰 승리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마루야마는 한국의 평창 같은 곳, 즉 동경에서 나고야 방향으로 신간센을 타고 1시간 5분을 달려야만 하는 가루이자야라는 산악 시골도시에 있는 그야말로 숲속의 작은 시골 로스터였다. 그런 마루야마에게 전 세계의 커피흐름을 알게 하고, 또한 전략적으로 COE 옥션에서 항상 1등과 2등을 번갈아 사들이며 커피의 세계, 커피를 생산하는 생산국의 농민이나 그 나라의 커피 관계자들과 수많은 커피 로스터들에게 확실하게 ‘마루야마’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개인적으로는 꼭 일등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때조차도 그들은 그 등수 자체에 집착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들은 그것으로 일본시장에서 마케팅으로 확실하게 소비자를 사로잡았고, 그로 인해 언론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스페셜티커피를 일본 시장에 가장 빠르게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아마 이를 본 커머셜 시장의 대표격인 일본의 UCC 커피는 재작년 그해의 COE 옥션에서 1등을 가격 제한을 두지 않고 매입했었다. 그들 또한 스페셜티 시장에 뛰어 들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들어 또 하나의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는 사례는 전 세계 최대의 커피업계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이다. 그들은 시애틀에 1000만 달러(110억 원)를 들여 장대한 로스터리 숍을 오픈했고, 몇 달 전 끝난 브라질 COE Late Harvest(Early Harvest, 펄프드 네추럴 옥션은 따로 있다. COE에서 콜롬비아와 함께 한해에 두 번 옥션을 하는 나라다.) 옥션에서 파운드당 23.8달러로 1등 커피를 사들였다. 향후에 스타벅스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뛰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국내에서도 리저브 커피라는 이름으로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매장이 늘고 있고, 향후에도 각국에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대형 로스터리를 오픈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어쨌든 시애틀에서 개최된 미국 스페셜티 커피 컨퍼런스에 참가해 느낀 많은 것들, 특히 중국 참가자들이 눈에 뛰게 많아 졌다는 것, 아마 이것은 향후 스페셜 업계에 많은 중국인들이 뛰어 들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고, 몇 년 전부터 생산국들의 많은 농부들이 질문하던 “중국 시장은 어때?”라는 질문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이미 마시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어떤 일이 생길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COE가 영향을 준 것 중 또 하나의 큰 혜택은 농부들을 눈뜨게 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COE에서 다년간 입상했던 상위의 농장들은 그로 인해 생긴 유명세를 이용해 그들 자체적으로 농장 옥션을 시작했다. 특히 파나마의 에스메랄다 농장(이 농장은 COE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COE 성공을 지켜보고 그들의 방법으로 옥션을 한다.)은 성공적인 농장 옥션으로 엄청난 파장을 이끌어 냈다. 이 농장의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한국에도 많이 소개됐고, 많은 커피숍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만, 때론 맛에 의한 판매라기보다는 유명세에 의한 판매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과거의 쟈마이카 불루마운틴처럼 말이다.
또한 과테말라의 인헤르또 농장은 COE 1등을 다년간 차지한 유명세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농장 옥션을 하고 있다. 요 근래의 가장 큰 변화는 콤롬비아에서 찾을 수 있다. 콜롬비아 북부 안티오키아 지역의 지방 정부는 자체적으로 농부들을 교육시키고 ‘안티오키아 컵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해 한국의 많은 로스터들을 대거 초청했고, 대회가 끝난 즉시 옥션을 치러 대회와 함께 옥션이 동시에 하게 함으로써 많은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COE가 커피의 품질에 대한 오랜 노력으로 커피 산지의 농부들과 정부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면, 지금은 이를 바탕으로 농부들과 각 나라의 정부들이 스스로 이를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COE를 외부에서 함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에 대한 부담과 COE의 흥행과의 갈등 속에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지난주에 다녀왔던 2015 SCAA 컨퍼런스에 만났던 실비오와 함께 이에 대해 우려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쨌든 그동안 COE는 그 어떤 기구들도 하지 못한 많은 일들을 하고, 농민들과 로스터들에게 놀라울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해준 공로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에서는 COE가 커피 가격만 많이 올려 놓는다고 푸념도 많이 하지만, 수백 년 간 커피를 소비하는 선진 소비국들은 이들의 저임과 희생에 힘입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향후 10~20년 간 커피 생산국들의 경제 발전과 임금 인상으로 커피 시장의 변화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 변화를 받아 들일 준비와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2015년 5월 게재>


김용덕
(사)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
김용덕 회장은 강원도 강릉이 커피 도시로 변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 테라로사 커피의 대표로 (사)스페셜티커피협회 활동과 함께 국내에 올바른 커피 문화 전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kyd78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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