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아름다운 간판을 드립니다
취재 차 방문한 도쿄의 거리는 분주하지만 차분했다. 거리가 전하는 무언의 정돈됨이랄까. 연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역 앞, 오밀조밀 모여 있는 상점거리에서도 혼란스러운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점은 바로 ‘간판’이다. 휘황찬란한 입간판 대신 일본어로 표기된 상호명이 상점의 머리 위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간혹 외국의 브랜드가 영어로 표기돼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과하지 않게’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간판은 개체의 DNA를 명확하게 전달할 뿐 아니라 홍보 효과도 담당한다. 한국에서는 유독 간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사람을 평가할 때 ‘간판이 좋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학벌이나 경력의 의미를 담아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로써 간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곤 한다. 사람에게나 사물에게나 간판은 자신을 알리는 데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거리에 시선을 던져보면, 다양한 입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가 더 눈에 잘 띄는지 경쟁하는 것처럼 형형색색의 네온 싸인, 볼륨을 높인 음악과 조형물까지 가세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미국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