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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일)

[남재철의 의전 노하우] 담배연기는 바람에 날리고 - 이광요 수상 VIP 서비스 사례

싱가포르를 경제 번영의 길로 이끌었고, 30년에 가까운 장기집권을 하면서도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이광요(李光耀) 수상. 자원도 없는 작은 도시국가를 1인당 국민소득 7000달러의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청렴한 독재자’인 이 수상은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다. 싱가포르를 세계 속의 물류 및 금융 허브이자 선진국으로 도약시킨 세계적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한국을 여섯 차례나 방문하는 등 우리와 각별한 인연을 가진 인사였던 그는 2015년 3월 23일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이 수상의 청렴함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의 아버지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의 번화가(街) 슈프림빌딩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도자기와 조명 용품 가게에서 점잖게 늙은 노인이 손님을 맞이하곤 했는데 이 노인이 바로 이 수상의 아버지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총리의 아버지가 30년이 넘게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수상의 청렴함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렴결백하며 엄격한 합리주의자인 이 수상은 이데올로기보다 양심을 존중하고 미사여구로 치장된 이상보다는 현실을 소중히 하는 편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여론에도 굽히지 않고 추진하는 권위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1979년의 첫 방한 때 당시 내가 일했던 호텔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86년 6월과 1988년 7월 방한 때도 우리 호텔에 숙박하면서 단골고객이 됐다. ‘객실 온도는 20~22℃를 맞출 것, 공기 방향제는 사용하지 말 것, 두 개의 별도로 된 딱딱한 침대를 준비할 것, 침실의 전화기를 철수하고 전화밸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할 것….’ 우리 호텔에서는 위와 같은 사전준비 내용이 비치돼 있어 언제라도 이 수상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한식, 특히 갈비를 좋아하는 이광요 수상의 식성에서부터 신문, 잡지를 즐겨보는 독서습관, 수영과 조깅(비가 오는 날에도 30분간의 조깅을 쉬지 않는다.)에 대한 취미, 더구나 담배연기에 과민한 반응이 있다는 것까지 완벽한 기호사항이 체크돼 이 수상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선뜻 우리호텔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이광요 수상은 싱가포르의 경제성장과 유능한 관리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는 각료들보다 적은 보수로 검소한 생활을 하는 한편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과감히 척결, 공무원 사회에서 뇌물이나 청탁을 몰아냈다.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을 추진해 싱가포르의 저소득층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줬고, 사회기강을 바로잡는데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여왔다.
나 또한 항상 번뜩이는 눈초리와 신념에 찬 그의 얼굴에서 사심없는 탁월한 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호텔에 묵는 동안 어느 누구보다 엄격한 시간 관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체력관리도 철저히 한 편인데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스케줄을 변경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그의 세 번째 방한 때는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30분간 조깅’의 스케줄이 그대로 강행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수상이 호텔에 묵는 동안 호텔직원들은 두 번의 ‘아찔한’ 순간을 마주했는데 첫 번째는 식당에 세팅된 백합꽃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골초 경호원과의 마찰 때문이었다. 이 수상이 백합꽃을 매우 싫어하는 것을 모르고 식당에 백합꽃을 꽂아 뒀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 챈 담당 직원이 사색이 됐던 것은 큰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수상과 담배’ 만큼 VIP 담당 사원들을 긴장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을까.
이 수상은 담배연기나 냄새에 알레르기 체질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였었다. 그래서 기자회견장에서도 회견 1시간 전부터 금연을 시킬 정도로 담배에 대해 조심하곤 했다. 그런데 이 수상의 두 번째 방문 때 VIP 담당 사원은 머리칼이 곤두서는 경험을 했는데, 경호원이 버젓이 대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 담당 사원이 이를 저지하자 골초였던 경호원은 다짜고짜 화를 냈고, 결국 담배 때문에 생긴 마찰로 담당 서비스 맨을 바꾸는 소동을 겪어야 했다. 담배연기가 바람에 날아가듯, 담배 소동은 호텔 사원들 사이에서 간간히 화제가 되다가 지금은 거의 잊혀졌다. 그러나 VIP 서비스의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만은 호텔 직원 누구에게도 잊혀 지지 않고 있다.



남재철
(주)아이앤비컨설팅 대표/대림대 교수

남재철 대표는 20년 간 국내 최고 품격을 자랑하는 호스피탤리티 서비스업에서 경험한 VIP 환대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체 대상으로 행사 및 VIP 의전서비스 전문 대한민국 1호 강사로 왕성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 4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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