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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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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 김준철의 Wine Trend] 와인 공부, 이렇게 해보세요


새해를 맞이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1월이 지나면서 작심 3일로 끝난 것도 몇 개 나왔을 수 있지만, 혹 새로운 목표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와인을 배워보기를 제안한다.
세상이 글로벌화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와인의 문화가 아직은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으나 직장인들은 와인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와인에 대해서 말하는 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지하철에서 젊은이들 사이의 대화에서 와인을 언급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기도 했다.
와인 애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와인을 조금은 알고 싶은 분들은 많으나 바쁜 사회생활로 기초적인 와인 공부도 할 수 없었던 분들이 많다. 사실 시간을 못내는 것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왔을 것이다. 주위에 와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와인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언을 받을 곳도 없고 학원에라도 가고 싶지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우선 무엇부터 배워야 와인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는 분들에게 와인을 공부하는 요령을 알려주겠다.
수능 시험을 대비하는 학생이면 이 과목 저 과목 아무것이나 공부해서는 안 된다. 시험 과목이 뭔지를 알고 그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할 것이다. 와인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와인을 알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필자도 40여 년 전에 와인을 시작할 때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를 몰랐다.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하고 마주앙 공장에서 약 20년을 일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대치동에서 와인 숍과 도매상을 운영하고, 청담동에서 와인 바를 운영해보고 또 와인 수입회사 경영했으며 미국, 독일에서 와인 양조를 배우고, 프랑스에서 소믈리에 공부를 하고나서 지금의 나이가 되니 와인 공부를 하려면 어떤 것을 알아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와인을 아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필자가 알게 된 노하우를 알려주겠다.
일반인이 배워야 할 것과 와인 수입회사, 도매회사, 소매점 등에서 직업적으로 일하는 사람 등이 배워야할 것과 와인 바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소믈리에들이 공부해야 할 것이 다르다. 이들 세부류의 사람들을 위해서 각각 설명하겠다.


일반인이 배워야 할 것
일반인들이 공부해야 할 것은 와인의 이론과 실기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이론은 포도 재배, 와인의 양조, 세계의 와인을 공부하는 것이고, 힘은 들겠지만 이론은 혼자서 독학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도재배가 중요한 것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이고 포도의 품질은 자연환경이 결정한다. 따라서 포도 품종과 재배 자연 환경 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와인의 양조 방법에 따라서 와인의 종류가 달라지고 또 포도의 좋은 품질이 와인으로 유지되며 또 품질이 향상되기 때문에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은 기본으로 양조를 알아야한다. 와인의 양조를 모르고는 와인을 이야기할 수 없다. 포도 재배와 와인의 양조는 와인의 개론 부분이고 세계의 와인은 각 나라, 각 지역별 와인을 아는 것이 와인의 각론이다. 와인의 개론과 각론을 아는 것은 머리로 공부하는 것이다.
실기는 와인을 실제로 마시면서 맛을 구분하고 와인을 즐기는 것이다. 와인 맛보는 법은 머리로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눈, 코, 입으로 맛보는 훈련을 통해서 본인이 터득해야 한다. 와인의 맛을 보기 위해서는 혼자서 대충 맛을 보아서는 몇 년을 마셔도 맛보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와인은 맛보는 요령이 있으므로 이 요령대로 지도를 받아야 한다. 본인이 와인 맛보는 것을 터득하기 어렵고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 여러분들도 경험했듯이 와인은 맛보는 법을 모르면 그놈이 그놈 같아서 맛이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와인의 맛을 보았으면 그 다음에는 맛본 것을 말로 설명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와인의 맛을 주관적인 말로 설명하면 듣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표현을 할 때에는 남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객관적인 표현해야 한다.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는 사용되는 용어가 어느 정도 정리돼 있어서 전문가들은 이런 용어들을 사용해서 표현한다.
일반인들이 와인을 배우는 것은 결국 와인을 잘 즐기기 위해서다. 와인업계에서 직업적으로 일할 것도 아니면서 너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성이 있어 와인을 공부하는 이들은 필요한 만큼 공부하면 될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고 그저 입장이 곤란하지 않을 정도로만 알고 그냥 마시기만 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론 공부에 포도 재배, 와인 양조, 세계의 와인 또 실기로 와인 맛보는 법 등을 다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야, 차라리 안 마시고 말지. 골치 아프게 뭘 그렇게까지 공부해야 하나?”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여러 가지 이론과 실기를 공부하는것이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다.


와인업계 종사자들이 배워야 할 것
와인 숍, 와인 수입회사, 도매회사 등 와인업계에서 직업적으로 일하는 분들은 일반인들이 공부하는 것과 같은 과목을 공부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와인산업에서 직업적으로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만큼만 알아서는 안 된다.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이론과 실기 공부를 더 깊고도 넓게 해야 한다.
소믈리에는 와인 애호가들과 와인업계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과는 다르게 추가로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 이론 공부로 포도재배, 와인 양조, 세계의 와인(+ 소믈리에 실무 + 와인과 요리의 매치) 등이 있는데, 소믈리에는 이론으로 와인 애호가들이 배우는 포도 재배, 와인 양조, 세계의 와인을 더 자세히 공부하고 추가적으로 소믈리에 실무와 요리와 와인의 매치를 알아야 한다. 소믈리에는 와인만 서빙하는 것이 아니다. 소믈리에가 레스토랑에서 하는 일은 주방에서 나오는 요리 이외의 모든 것 즉 와인과 음료, 물, 커피 등을 서빙하고 이들의 재고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하며 또 요리와 와인을 잘 매치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기로는 와인 맛보는 법(+ 서빙)이 있다. 소믈리에는 일반 와인 애호가들과 같이 훈련을 통해서 맛보는 법을 배워야 하고 일반 와인 애호가들과는 다르게 서빙을 해야 하므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잘 해야 한다. 많은 소믈리에들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와인 맛을 잘 보는 것이 소믈리에의 첫 번째 책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소믈리에의 첫번째 임무는 서비스를 잘 해서 고객들이 만족하도록 하고 또 기꺼이 다시 방문하도록해 레스토랑의 매상을 올려 오너가 돈을 많이 벌도록 하는 것이다. 와인맛을 잘 본다는 것은 개인적인 능력이고 필요하다. 그러나 업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소의 매출이다. 첫째도 고객의 만족이고 둘째도 고객의 만족이다. 소믈리에가 이런 저런 공부를 하는 것은 모두 업소의 매상을 올려서 업주가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믈리에들은 이점을 꼭 명심하고 업장에서는 언제나 스마일, 스마일하며 일해야 한다.


필자가 와인업계에서 일하고 열심히 공부해온 온 세월이 40년이 넘었다. 이렇게 40년을 공부해서 와인에 대해서 다 알 것 같지만 지금에 와서 알게 된 것은 “솔직히 내가 아직도 와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와인의 이론 공부는 끝이 없다. 포도의 재배와 와인의 양조도 각각 하나의 어려운 학문이다. 또 세계의 와인은 종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기인 와인의 맛도 맛을 보면 볼수록 어렵게 느껴지고 사실 와인 한잔의 맛이지만 완벽하게 다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 특히 향은 너무 다양해 인간은 다 알 수 없다. 기계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와인 한잔의 맛도 완벽하게 보기가 어려운데 전 세계에 있는 수를 알 수 없는 종류의 와인을 다 마셔보지도 않고 와인을 다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100% 불가능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하고 일하고 맛보아 왔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와인을 모르겠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40년을 공부하고 와인 맛을 보고도 와인을 모르겠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뭐하려고 와인 공부를 하려 하는가? 공부하지 말고 그냥 와인을 마시기바란다. 와인은 자꾸 마시다 보면 맛을 알게 되고 즐기게 될 것이다. 여러분들도 처음부터 와인 공부를 다 한 뒤에 와인을 마시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시기 바란다. 자꾸 마시다보면 와인이 좋아지고 또 와인을 알고 즐기게 될 것이다. 소믈리에가 될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와인을 배우려고 하는가? 전 국민들이 모두 소믈리에가 되려는 듯이 왜 그렇게 와인 공부에 매달리려고 하는가? 그냥 와인을 마시기 바란다. 우리가 소주, 맥주, 막걸리를 처음 마실 때에 사전에 공부하고 마셨던가? 아닐 것이다. 그냥 마셨을 것이다. 그런데 왜 와인만은 공부를 하고 마시려고 하는가? 와인도 소주나 맥주나 막걸리와 같이 그냥 마시기 바란다. 그러나 와인업계에서 직업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또 필요해서 배우는 일반인들도 앞의 과목들을 열심히 공부하기 바란다. 지하실이 있는 주택의 경우에는 지하실을 적당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2월 게재>


김준철
소믈리에 / 마주앙 공장장 출신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 소믈리에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근무하고, 미국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양조를 연수했으며,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수학했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의 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밖에 와인 수입회사와 도매상, 소매점, 와인 바와 와인 스쿨을 운영한 다양한 와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 <와인 가이드>, <와인 홀릭스 노트>, <와인시음학> 등이 있으며 현재 신문과 잡지에 와인칼럼을 기고하고 SNS상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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