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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목)

레스토랑&컬리너리

[김지연의 Taste Research] 맛 평론가


음식을 평론하는 것과 맛을 평론하는 것은 다르다. 음식은 영양과 문화 그리고 조리도구와 조리사의 능력으로 다뤄진다. 맛은 단지 맛으로 이어지는 현상 위주로 풀어낸다. 맛은 감각의 반응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포괄적인 풀이지만 맛은 감각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현상으로 이루어진다. 오감 위주로 일어나는 현상은 각기 다른 감동을 가지고 있다. 시각이 주는 감동이 있고 후각이 주는 감동이 있다. 이러한 감동을 즐기려면 시각의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감각에 대한 기능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감각의 활용을 최고로 높일 때 감동이 뒤따른다. 맛이 주는 감동은 감각에 대한 활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다.


맛을 표현하는 맛 평론_ 맛을 평론하는 것은 감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작용해야 한다. 맛에 대한 현상은 감각에 대한 반응이다. 이렇게 풀어내면 쉽고 간단하다. 고등학생이 맛을 공부하고 평론하는데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씹을 때 소리가 두개골에까지 진동을 일으키면서 또렷하게 들리는데 씹을 때의 소리가 맛을 주도합니다.” 고등학생은 감각이 반응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표현한다. 소리가 맛을 주도한다는 것은 씹히는 순간에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그 소리만이 인식될 뿐이라는 이야기다. 맛을 표현하는 평론은 맛의 실체를 최대한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며 이를 받아들일 때 최대한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렸다.


맛이 주는 감동_ 맛의 표현을 그대로 전달해 상대의 감동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글이 맛을 평론하는 전문가다. 맛을 표현하는데 과장법이나 비유법이 주로 쓰일 때 받아들이는 사람은 과장된 상태를 이해하기 때문에 맛의 원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맛을 전달하는 것은 맛을 즐기는 최상의 방법이 동원돼야 가능하다. 이래서 오감의 역할이 필요하고 인지과학이 함께하며 운동역학이 반영되고 있다. 맛을 느낌의 반영이 아닌 생각으로 결정지을 때 이해로 이어지며 감동으로 엮어지기 어렵다.


오로지 맛에 관한 이야기_ 맛이 주는 감동은 먹는 방법에서 유래한다.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여태껏 부재하기에 맛있게 먹는 방법을 거론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이다. 맛을 즐기는 최고 수준의 방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맛을 즐기면 이러한 맛을 평론하게 된다. 온전히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맛 평론을 해야 한다. 음식에 대한 글이 맛 글이 될 수 없는 것은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맛은 오로지 맛에 관한 영역을 이야기해야 한다. 맛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지만, 맛에 대한 이해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학문의 접근이 시도돼야 한다.


찾기 힘든 맛 논문_ 종교철학에서 맛을 논하는 경우가 많다. 동양의학에서도 맛을 다루고 있지만 먹을 때 기도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종교의 기반은 맛을 온전히 느끼면서 먹어야 한다는 전제가 작용하고 있다. 맛을 느낄 때 몸의 감각이 활용된다. 이렇듯 맛은 몸과 마음에 연결돼 있다. 맛의 모든 것을 탐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상의 학문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맛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맛에 관한 정보가 귀중하기에 맛 정보가 소중하다. 맛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기 힘들고 맛에 관한 글조차도 많지 않기 때문에 맛은 학문적인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취약한 맛 정보_ 세상의 흐름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트렌드 중 하나가 맛인데 관련된 자료가 적은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할 정도이다. 맛있게 먹는 방법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더욱이 찾기 힘들다. 이러한 과정을 통계로 만들기도 어렵지만, 맛을 즐기는 개인의 방법을 수용하기도 쉽지 않다. 요리문화는 갈수록 발전해 방송 매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맛의 이해와 맛의 역할에 대한 정보가 취약한 상황이다.


맛있게 먹는 방법의 개발_ 최고 수준에 이르는 미식가일지라도 논리적인 이론이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맛은 주관적이고 편파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개발돼야 한다. 이러한 연구는 요리문화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할 것이다. 맛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고 지금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하는 데는 어려워한다. 왜 그렇게 먹을 때 맛있는지 설명이 안 될 정도이다. 이러한 맛일지라도 연구개발에 들어가야 한다. 이보다 어려워 보이는 물리과학은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때이다.


맛의 정보공개_ 맛을 평가하는 것은 이래서 쉽지 않다.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비밀스럽게 교육을 받고 행동한다. 그들은 맛을 평가하는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맛이 고급화되고 권력이 함께 하는 것은 이러한 비밀스러운 정보 때문이다. 맛의 정보가 공개되고 대중이 공유하게 되면 맛을 평가하는 것에 다양한 기준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2월 게재>



김지연
맛 평가사

지오 맛 아카데미연구원 김지연 원장은 현재 국내 최초의 조리기능장, 식품기술사, 기술지도사, 맛 평가사이며 상명대학 계약 학과 외래교수, 로컬 푸드 인정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소자본창업컨설팅, 메뉴개발 컨설팅(한/양/중/일/퓨전/약선 요리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한식, 양식, 중식, 일식조리 실기>와 <고급한식조리, 한식조리기능장 실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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