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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화)

레스토랑&컬리너리

[HR Inside] 패밀리 레스토랑 셰프시스템의 차이

최근 몇 년간 주요 외식 트렌드로 손꼽히는 한식 뷔페 레스토랑. 이보다 훨씬 전, 국내 외식문화의 흐름을 바꾼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1990년대 말 등장한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2000년대 초는 FR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패밀리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국내에 도입됐다. FR이 주목받은 이유는 전에 보지 못한, 고객 우선주의 서비스와 함께 셰프들만의 요리로 알려져 있던 서양 요리를 셰프가 없는 주방에서 만들어 내며 트렌디한 메뉴들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셰프가 없는 주방, 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이에 HR의 썰(說) 기자가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방을 들여다봤다.
2007년,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A씨. 당시의 최저임금보다 몇 백 원 높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급은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게 만들었고,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나름 철저한 면접을 통해 파트타이머를 선발했다. A씨는 요리에 관심도 없었고 요리를 해 본 적도 없었지만, 무거운 걸 들어야 하는 서빙보다는 주방이 나을 것 같고 자신이 설마 직접 요리를 하겠냐는 생각으로 주방에 지원했다. 아르바이트 면접이 시작됐고, 면접관은 ‘꾸준히 할 수 있나’, ‘힘들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 A씨는 특별히 요리 실력을 요구하지 않는 걸 보니, ‘서포트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보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사람의 보조가 아닌 패킹의 보조임이 짐작과 달랐다면 다른 점이었다.
A씨가 아르바이트 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특징은 모든 요리가 패킹돼 있었다는 것. 샐러드에 들어가는 재료들과 과일 주스를 만들 때 들어가는 과일은 직접 손질하고 면 종류는 직접 삶지만, 볶음밥의 경우 해동하면 되고, 쿠키는 썰어서 오븐으로 굽고 각종 소스 역시 데운 후 패킹된 것을 뜯어서 사용하면 됐다. 모든 메뉴에는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에 손질만 빨리빨리 한다면 어렵지 않았다. A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놀란 건 메인 메뉴를 만드는 주방 역시 아르바이트를 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인데, 보통 메인 메뉴 주방은 주로 직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없을 때에는 직원이 간단하게 교육한 뒤 바로 스테이크를 굽게 했다. 그렇다면, 메인 메뉴 아르바이트생은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주방의 아르바이트 중에는 조리학과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방학 때 일자리를 찾아 나온 조리와 무관한 학생들이었고, 메인 메뉴로 들어간 아르바이트 역시 요리를 전혀 모르는 학생이었다. A씨는 “그래도 메인 메뉴는 좀 잘해서 나가야 하는데 요리를 전혀 모르는 아르바이트생이 하다 보니 지나가면서 보면 혼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힌다. 스테이크 역시 패킹된 고기 덩어리를 매뉴얼대로 구우면 되기 때문에 조리에 일가견이 없는 아르바이트생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방은 메인부터 샐러드, 사이드 디시 파트까지 아르바이트생이 차지하고 있는 걸까? 2010년 B씨는 A씨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직원으로 일하다가, 비슷한 급의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옮겼다. 옮긴 B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프부터 소스까지 직접 만드는 방식 때문이었다. B씨는 진급을 하게 됐고, 어느새 스테이크용 고기를 직접 썰게 됐다. 이 패밀리레스토랑에는 자르지 않은 큰 고깃덩어리를 직접 주방으로 가져오는데, 그것을 스테이크 그램(g) 수에 맞춰서 썰어 놔야했다. 대표적인 예로 립은 평균적으로 하루 20㎏를 쪄서 1인분에 맞게 무게를 잰 후 나눠 보관한다. B씨가 새로 다닌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 셰프는 아니지만 교육 받은 직원의 주도 하에 음식들이 고객에게 제공된다.
즉 국내 대표 패밀리 레스토랑인 두 곳의 시스템이 확연히 다르다. 패킹 시스템으로 웬만하면 점포마다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수제 시스템으로 점포마다 맛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사람이 직접 재가며 요리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그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용하며 음식을 주문한 후 주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음식이 준비된다고 생각했는가? 또 여러분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메뉴가 준비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용하고 싶은가?
메뉴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브랜드별 메뉴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비슷한 한계를 맞이한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들. 셰프가 없는 시스템 하에 빠르고 비슷한 음식이 제공된다는 장점이 결국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닐까? 이들과 함께 시대를 관통했기에 이름만 들어도 패밀리 레스토랑에 향수가 있는 썰 기자로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방에 새로운 변화가 다시 이들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2016년 2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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