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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김지연의 Taste Research] 맛을 표현하는 사람들

수천 년 동안 맛은 인류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맛에 관한 이야기는 수없이 반복해도 지겹지 않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인류학자들에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맛의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맛은 요리와 다르다. 그러나 맛을 다루는 사람들은 대부분 요리사다. 제과제빵에서도 커피에서도 음료에서도 맛으로 시작하지만, 맛의 관심은 항시 최상위에서 존재하고 있다.


맛을 탐구하는 사람이 적다.
맛을 다루는 사람들이 맛에 대하여 관심이 적은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맛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을 다루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맛을 논하는 사람들은 상류층이거나 유명인이거나 최고에 이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맛을 정통으로 공부하지는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맛을 다루는 사람들이 맛을 이야기하는 것이 유리하다. 맛은 신경계를 자극해 호르몬분비를 유도해낸다.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근육이 이완된다. 이렇게 맛의 효과를 연출해내는 사람들이 요리사들이다. 미래의 유망직업은 맛을 다루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한 통계가 많이 나와 있지만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는 직업군으로 자리할 수 있는 이유를 생리학적으로 보아도 자명하다.
맛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삶의 형태에 따라서 기준이 다르다. 살아온 과정과 현재의 직업 그리고 나이 등 맛에는 복잡하게 이론이 깔렸다. 이러한 맛을 집대성한 이론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서 대부분 음식을 탐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맛을 탐구하는 것과 음식을 탐구하는 것은 다르다.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
맛을 다루는 사람들은 맛을 평론하고 맛을 평가한다. 맛을 글로 옮기고 맛을 말로 옮기는 기술을 발휘한다. 이렇게 맛을 표현하면 상대방은 단숨에 이해하고 그에 따른 반응을 해준다. 맛을 온전히 설명할수록 침이 고이고 먹고 싶어한다. 이제는 맛을 표현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한 때다. 무조건 맛있다는 엄지손의 치켜세우는 것은 단지 권력이나 내세움에 불과하다. 이제는 구체적인 맛의 역할이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맛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오감의 역할을 파악해야 한다. 미각 위주로 평가된 맛은 편협한 맛이다. 오감은 각각의 기능으로 만족을 주고 있다. 맛을 인식하면서 몸과 마음에 어떠한 만족을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분이 좋다는 결정이 몸에서 호르몬 방출로 인한 과정이 있지만, 충분한 이해를 통해서 마음으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만족이 맛을 통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맛 평가의 시작이다.
맛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반영돼야 하고 이를 토대로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또한 인식해야 한다. 최고 수준의 미식가들은 몸과 마음에서 작용하는 맛의 영향을 확인한다. 이러한 반응이 얼마나 확장되는지에 따라서 맛이 주는 만족의 세기를 평가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며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맛을 평가하는데 기준이 흔들리지 않으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단지 자신만의 맛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맛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맛을 평가하는 게 일상적인 기준이지만, 이것은 전두엽의 활성화가 가져다주는 정보취합의 역할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50살이 넘어서면 전두엽은 최고상태의 활성력을 가지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 경험하는 현실에 과거 정보의 적절한 융합을 이뤄내곤 한다.
전두엽은 과거 정보를 찾아서 지금의 경험을 연결하고 이렇게 결정된 지금의 맛은 다양하게 표현되기도 하고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된다.
맛을 평가하는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유리하기도 하지만 감각이 무뎌져서 인식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맛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을 받는다면 젊어서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감각에 대한 집중과 이에 따른 인식에서 맛이 결정되기에 이 부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


밥맛의 기반을 찾아서
우리의 주식은 밥이다. 맛으로 보면 밥은 밋밋한 맛을 가지고 있다. 꼬들꼬들하기도 하지만 미끈거리기도 하며 씹을 때마다 미끈거리는 느낌이 맛을 높이기도 한다. 씹힘에서 오는 압각의 눌림은 적당한 만족의 짓눌림으로 한 번에 성취하는 경험을 얻게 해주곤 한다. 이렇게 담백한 맛의 여운은 바로 그다음의 맛을 기대하도록 유도해준다. 이때 반찬이 필요하고 밥맛보다 자극이 강한 반찬이 밥의 만족을 뒷받침하면서 반찬의 만족을 높여준다.
밥은 씹을 때마다 침이 섞이면서 맛이 달라지는데 첫 번째의 맛은 씹힘과 함께 미각에서의 담백함으로 시작되지만 씹힘으로 인한 만족 이후에는 침과 함께 액상화되면서 미끈한 맛으로 바뀐다. 10번 이상 씹으면 초기의 밥맛은 대부분 사라지고 새로운 밥맛이 생성된다. 달짝지근한 단맛이 슬쩍 시작되면서 빨리 삼키고 싶은 욕구가 다가온다. 삼킬 때의 목 넘김에서도 쓸려 넘어가는 밥의 느낌은 만족의 극대치를 자아내는데 이때의 만족을 간혹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맛은 먹기 전에 바라보면서, 맛과 초기의 접촉에서 일어나는 처음의 맛이 있으며 중간 정도의 씹힘으로 인한 맛과 삼키기 직전의 맛이 있다. 삼키고 나서의 맛을 즐기는 것은 고급스러운 만족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지는 향유이지만 삼킬 때의 맛을 찾는 것만 해도 만족은 매우 높아진다. 맛을 즐기는것은 감각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며 오감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끝까지 인식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최고의 맛을 대중화로
호텔과 레스토랑과 관련 있는 사람들은 맛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고수준의 맛을 찾아내고 최고수준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그는 최고의 예술가이다. 맛을 다루는 직업이 주로 최고의 호텔에서 진행되는 것은 최고의 이상이 호텔에 곁들어 있어서다. 호텔에서의 맛은 최고를 내세우지만, 맛을 다루는 사람들이 최고의 맛을 연출해 대중의 행복을 함께 누리기를 기대해본다.

<2016년 1월 게재>



김지연
맛 평가사

지오 맛 아카데미연구원 김지연 원장은 현재 국내 최초의 조리기능장, 식품기술사, 기술지도사, 맛 평가사이며 상명대학 계약학과 외래교수, 로컬 푸드 인정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소자본창업컨설팅, 메뉴개발 컨설팅(한/양/중/일/퓨전/약선 요리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조리 실기>와 <고급한식조리, 한식조리기능장 실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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