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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월)

레스토랑&컬리너리

[김성옥의 Erotic Food] 감각을 깨우는소리, 대하구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빗소리, 파도소리, 낙엽 밟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옷자락 소리, 또각또각 걸어오는 그녀의 구두 발자국 소리. 그 많은 소리 중에 조심조심 걷는 발소리 혹은 가슴 뭉클하도록 와락 안겨드는 발소리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와 조금 더 밀착된 거리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다른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는 소리로 상대를 느끼고 즐겨야 한다. 바로 웰빙 섹스처럼 말이다. 웰빙 섹스에는 음악과 음향과 음성 그리고 느낌이 가미돼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 혹은 오래된 연인과 나누는 성관계는 심심하다고 토로한다. ‘사랑해, 오늘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조금 더 밀착하려고 노력하면서 지금 어떤 느낌이라든지, 아니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속삭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성관계 전후의 대화다. 이때 느끼는 그대로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실크 100%의 매트리스에 누워 방음이 완벽한 침실에서 사랑을 나눈다고 그것이 결코 웰빙 섹스는 아니다. 상황은 웰빙이 아니어도 섹스는 웰빙일 수 있다. 더 많이 말하고, 더 부드럽게 움직이며, 잠깐 동안 키스를 하더라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숨소리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웰빙 섹스는 웰빙 보다 훨씬 많은 느낌이 필요하다.
웰빙 비주얼(Well-being Visual), 즉 웰루킹(Well-looking)은 패션계의 주목받는 콘셉트로 거슬리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말해준다. 웰루킹은 이제 패션뿐 아니라 시각적인 것에 순응할 수 있는 개념에 모두 관여한다. 웰빙 컬러와 색깔, 즉 웰빙 생김새는 따로 존재하는 하는 것이 아니며 내추럴 컬러 또한 존재한다. 브라운, 카키, 베이지, 그레이 등 내추럴 컬러를 선호하고 풀색이라도 원색에 가까운 녹색보다는 자연에 가까운 카키 컬러가, 자연스러운 베이지 컬러가 웰빙을 보장한다. 많은 부분에서 웰빙을 말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랑할 때는 웰빙을 은밀하게 감추기도 한다.
몸의 어느 부분보다 여성과 남성을 통틀어 가장 민감한 성감대는 바로 ‘뇌’다. 뇌에서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의 오감을 관장하므로 성기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달린 것이다. 움츠린 남자는 가을의 소리를 듣는다.


가을 바람은 불어오고(金風吹來) 규백시초(圭白詩抄)

碧淡灘上綵浪流 파란 강물 위에는 비단 물결 흐르고
一葉丹艶 고운 단풍잎 하나
傷意飄墜 애처로이 날리네
直恐此去難重來 오지 못할 걱정 속에 그 님은 가버리고
哀惜戀情 애틋한 내 마음은
須餘不朽 아직도 남아 있네
金風吹蘆又深秋 갈잎에 바람이 불면 가을은 깊어지고
楸楸呑鳴 풀벌레 서러움에
我心隨淚 내 마음도 따라 우네
朱霓霞降胸添可 붉은 노을이 내려와 가슴을 적시는데
天崖欲筆? 하늘가에 그려볼까?
思思故偶 그리운 나의 그대여
白雲掛絮湖盤流 하얀 구름 한 조각 강물 속에 흐르고
一葉丹艶 고운 단풍잎 하나
佳眉斜墜 얼굴 위를 스치네
別後情人何處醒 떠나버린 그님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却覺想思 생각 하면 할수록
永永不朽 잊을 수가 없어라
金風吹蘆又深秋 갈잎에 바람이 불면 가을은 깊어지고
楸楸呑鳴 풀벌레 서러움에
我心隨淚 내 마음도 따라 우네
朱霓霞降胸添可 붉은 노을이 내려와 가슴을 적시는데
天崖欲筆? 하늘가에 그려볼까?
思思故偶 그리운 나의 그대여

圭白이


숨죽인 가을밤을 위해 오늘은 소리가 있는 음식을 먹자.
“뭐 먹으면 좋을까?” 여성이 물으면 상대방 남성이 메뉴를 선택할 때 그녀들의 속마음을 볼 수 있어야 매너 있는 사람이 된다. 맛있으면서도 콜레스테롤이 없어 몸매 관리에 부담이 적은 음식으로 예쁘고 날씬하고 싶은 게 여자의 본능이다. 그 속내를 알 수 있어야 멋진 남자로 인정받는다. 중년 부부에겐 성적인 면도 고려한다. 아내들은 피로에 힘이 떨어진 남편의 기운과 정력을 되살려 줄 보양음식을 선호하고 아름다운 밤을 찾고 싶은 욕구의 음식을 선택한다.
여고동창 Y. 그녀의 남편이 간암 투병으로 몸도 마음도 함께 추웠던 가을, “내년에도 이 가을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남편의 말에 곧장 두 부부는 가을바다를 찾았다. “대하구이와 조개구이 어때?” 조개구이는 가리비, 키조개, 홍합, 전복 등 조개류와 전복에 새우로 구성돼 불판에 조개가 올려지고, 지글지글 익어간다. 입으로 먹기 전, 눈으로 먹는 맛도 좋지만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입으로 느끼기 전 눈과 코로 먹는 맛이 입으로 먹는 맛 그 이상이다.
조개구이는 불판에 조개를 바로 올리지만, 대하구이는 소금 넣은 냄비에 살아 있는 대하를 넣고 잽싸게 뚜껑을 닫으면 투둑, 투둑, 탁탁 비 내리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뜨거운 소금을 피하려는 대하의 몸부림이다. 그 소리는 음식이 만들어지면서 즐거움을 주는 소리가 된다. 전복에 대하까지 바다냄새 가득한 조개구이. 가을음식 선택으로 좋은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건 ‘행복’이었다. 오래 함께한 부부는 나이 들면서 익은 대하를 먼저 건네주는 것으로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고 깊은 사랑의 표현이 된다. 왕새우가 익어 가면 종업원은 머리와 몸통으로 잘라준다. 다 익은 몸통은 먼저 먹고, 머리는 더 바싹하게 구워야 비리지도 않고 단맛과 어울리는 적절히 쓴맛이 어울려 맛을 낸다. 그 사랑의 소리를 듣고 온 그 날 밤, 두 사람은 대하가 익는 소리처럼 사랑을 나눴다고 한다.
귀를 간질이는 사랑의 시와 함께 이 가을 대하가 익는 소리처럼 사랑하고 싶다.

<2015년 11월 게재>



김성옥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식품기술사. 조리기능장. 영양사 등 식품, 조리에 관련한 자격증 국내 최다 보유자로 현재 외식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관광음식협회 부회장, 조리학회 이사,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및 해외 한국홍보관 책임연구원, 농림축산식품부,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노동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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