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관리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이 교육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하듯이 브랜드도 브랜딩을 통해 진화한다. 브랜딩의 목적 중 하나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타깃 고객들이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직관적이며 기억하기 쉬운 브랜드 명과 멋진 로고는 필수다. 그러나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며 시장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추가적인 요소가 필요하게 됐다. 브랜드 명과 로고에서 미쳐 표현하지 못한 브랜드의 특성, 가치, 방향성, 성격 등을 표현해주는 슬로건(Slogan)과 태그라인(Tagline)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응집력 있는 메시지로 브랜드의 가치를 타깃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일조하는 슬로건과 태그라인.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이번 브랜드 토크에서는 슬로건과 태그라인의 정의와 활용법, 종류와 실제 사용 사례를 소개한다.
슬로건과 태그라인의 정의와 사용법
슬로건과 태그라인은 그 정의가 유사해 동의어로 활용되기도 한다. 브랜딩 학계에서도 이 두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동의어로 인식하고 있다. 브랜딩 업계에서는 개념을 구분해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그에 대한 정의는 전문가마다 다른 실정이다.
슬로건은 표어를 의미한다. 이는 통상적으로 대중이 집단 행동을 할 때 자신들의 요구와 행동을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간결한 구호나 좌우명이다. 스코틀랜드의 게일어인 “슬로검(Sluagh – Ghairm)”에서 파생된 단어인 슬로건은 전투에서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외치는 함성을 의미한다. 브랜딩 및 마케팅에서 슬로건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광고 및 캠페인에서 사용되는 짧은 문구로 브랜드의 특성, 차별점, 혜택, 성향, 방향성, 가치 등을 기반으로 생성한다. 영상, 포스터, 라디오 등의 광고에서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로 활용되며 브랜드 내부자들은 하나의 목표로 향해 갈 수 있는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대중이 브랜드의 핵심 아이디어를 연상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사전적인 정의로 태그라인은 광고에서 사용되는 캐치 프레이즈(Catch Phrase)나 슬로건을 의미하며 재미를 수반한 펀치라인(Punchline)을 의미하기도 한다. 본디 태그라인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제작자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된 짧은 문구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하면서, 마케팅 및 광고분야에서도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태그라인을 활용하게 됐다. 태그라인은 브랜드 시그니처에서 브랜드명 혹은 로고와 함께 표기된다(그림 1).
브랜딩의 과정에서 브랜드가 진화하듯이 슬로건과 태그라인도진화한다. 모든 브랜드가 이 두 요소를 모두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물론 초기부터 브랜드의 방향성에 맞는 태그라인을 개발하고 시작하면 좋겠지만, 대다수의 신생 브랜드는 브랜드명과 로고만 갖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브랜딩을 하면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슬로건을 만들고,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딱 맞는 타임리스(Timeless_ 시대에 영향을 받지 않는)한 성공적인 표어가 탄생하면 태그라인으로 고착화되기도 한다.
슬로건은 태그라인에 비해 단기간에 걸쳐 프로모션 및 캠페인의 성격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므로 더 유연하다. 반면 태그라인은 브랜드명 및 로고와 함께 따라붙는 형태로 몇 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길이에 있어서도 슬로건은 단순화한 짧은 문
구부터 긴 호흡의 2개 이상의 문장으로 이뤄진 것도 있는 반면, 태그라인은 짧고 단순한 2~3단어를 활용한 문구로 디자인하는 경향이 있다(그림 2).
슬로건/태그라인의 사례
Apple 사례 “Think Different”
너무나 유명한 애플의 태그라인 “Think Different”는 1997년 탄생한 슬로건이 태그라인으로 고착화된 사례다. 애플은 1976년부터 수많은 슬로건이 있었고, 그중에는 좋은 사례로 회자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중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과나무 아래 앉아있는 아이작 뉴튼의 스케치였던 복잡한 형태의 로고에서 1977년 베어먹은 모습의 사과로 로고 디자인을 변경하며, 슬로건도 그에 맞게 진화했다. “Byte into an Apple(사과 한 입 베어먹기)”는 로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 동시에, 컴퓨터 메모리 사이즈의 단위(Byte)로 활용되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동시에 컴퓨터와 연관된 브랜드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역할도 한다.
1980년대 초반의 슬로건은 브랜드의 비전을 가득 담은 내용이다. “Soon there will be two kinds of people. Those who that use computers, and those who that use Apples(곧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과 애플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이 시기 애플은 기존의 PC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를 선보이며 수월한 이용법으로 어린이도 쉽게 다룰 수 있어 교육용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한 슬로건은 그 유명한 “Think Different”. 이는 스티브 잡스가 우여곡절 끝에 최고경영책임자로 복귀하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 브랜드임을 각인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애플의 핵심 메시지이자 브랜드 가치를 담은 타임리스한 문구로 태그라인으로 고착화돼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나이키의 “Just do it”처럼 애플하면 바로 떠오르는 핵심 문구로 자리잡았다.
2002년의 “Switch”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PC에서 애플의 맥(MAC)으로 이동한 실제 사람들(스위처_ Switchers)의 생생한 사례를 들려주며 MAC이 PC보다 유용하고 우월하다는 점을 짚어준다. 슬로건 “Switch”는 경쟁자를 향한 도발이 담긴 내용의 캠페인이자 PC사용자들에게 “어서 MAC으로 넘어와”라는 강력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슬로건 자체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었으나 캠페인 자체는 그다 지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그 이유를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로 평가한다.
먼저, 슬로건의 지나친 단순화로 명확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는 점. 그리고 광고 캠페인 영상 스토리라인과 표현 방식의 미흡함이다. Switch 캠페인의 영상 광고는 실제 사용자들의 독백만으로 진행돼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고, 약간은 지루함을 느낄 법할 내용이었다. PC와 MAC을 비교하면서 MAC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는 좋았기에, 2006년 이 아이디어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이 등장했다. 2002년의 슬로건이 포괄적인 내용이었다면, 이번 슬로건은 “MAC을 사라/이용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슬로건이다. “Get a Mac”이라는 슬로건 하에 PC를 대변하는 정장을 입은 고리타분한 외모의 남성과 MAC을 대변하는 캐주얼을 입은 편안해 보이는 외모의 남성이 등장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 캠페인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PC 사용자는 고리타분하고 답답하며 꽉 막혔다는 인상을 전달하고, PC를 이용하면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이 많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면서 MAC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그림 3).
이 캠페인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전 세계에 동일한 버전(배우는 다르지만, 형식은 동일)으로 다양한 에피소드의 영상을 선보이며 MAC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MAC 유저는 힙하고 쿨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Park Here 사례 “똑똑한 주차 습관”
필자가 창업 멤버로 브랜딩을 했던 파크히어는 2012년부터 브랜드 방향성을 잡고 그에 적합한 브랜드명, 로고디자인, 슬로건 등을 만들었다. 파크히어는 도심의 유휴 주차면을 찾아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휴대폰 앱을 활용해 방문하고자 하는 장소 근처의 유휴 주차면을 찾고 예약 및 결제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처음 시장에 선보일 때는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이에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직관적인 네이밍과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슬로건이 필수였다. 이 서비스를 가장 잘 설명하면서도 사용자들의 사용을 독려할 수 있는 문구를 구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슬로건이 “똑똑한 주차 습관, 파크히어”다(그림 4).
파크히어의 로고 디자인 역시 ‘여기에 주차하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자인이었기에, 이 슬로건은 브랜드 명 및 로고 디자인과 병기하는 태그라인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 외에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프로모션과 캠페인에 따라 적합한 슬로건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힘썼다. “주차할 땐 파크히어”, “롸잇히어 파크히어”, “스마트한 주차예약, 파크히어”. 브랜드명을 포함해 리듬감과 라임을 강조하는 형태의 슬로건을 활용했다.
성공적인 슬로건/태그라인 꿀팁!
성공적인 슬로건/태그라인의 전제조건은 간단하고 단순하면서도창의성이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복잡한 구조의 문장이나 단어를 활용하면 쉽게 기억할 수 없다. 슬로건은 수많은 브랜드와 광고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면서도 단순해야 한다.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면 이해하기도 힘들고 기억에 남지도 않으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초래할 수 있다. 브랜딩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캠페인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명확하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로 슬로건/태그라인을 구상할 때 고려하면 좋은 팁 몇 가지를 소개한다.
- 브랜드의 특성과 가치를 잘 담기
슬로건을 만들 때는 브랜드의 방향성, 특징, 차별점, 가치, 핵심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가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을 명확한 표어로 만드는 연습을 해보면 좋다. 먼저 긴 문장에서 시작해서 점점 짧게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이면 의견을 들으며 내 의도가 잘 전달되는지 확인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로
아무리 맞는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브랜드가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불편한 점(Pain Point)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심사숙고해서 핵심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의 습관과 연관 지어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 브랜드 명을 포함
브랜드명을 포함한 슬로건을 만들면 대중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명을 노출하며 기억하게 수 있다. Kit-Kat(초콜릿 스낵 킷캣)의 슬로건인 “Have a break, have a Kit-Kat”은 휴식을 취하거나 당 충천을 할 때 킷캣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슬로건인 “Do you live an InterContinental life?”는 영상에서 해당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고급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들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한다. 글래드 호텔의 슬로건인 “Every GLAD Moment!”는 호텔의 브랜드명인 글래드와 그 사전적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글래드 호텔 =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만족스러운 호텔’임을 강조한다.
- 리듬감있게
리듬감 있는 슬로건은 기억하기 용이하다. 여기에 특유의 멜로디를 함께 활용하면 브랜드만의 고유한 징글(Jingle)이 탄생한다. 우리가 맥도날드를 떠올릴 때 귓가를 맴돌고 입으로 흥얼거리게 되는 바로 그것이 징글이다. 리듬감 있는 슬로건과 징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해당 음을 들을 때 브랜드를 떠올리고, 브랜드명이나 로고를 보면 징글과 슬로건을 떠올리는 효과가 있다.
- 배경 이미지와 영상 기획도 함께
브랜딩을 할 때, 슬로건/태그라인만 단독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없다. 옥외 광고에서는 핵심 메시지를 뒷받침해주는 효과적인 한장의 사진이, 영상 광고에서는 영상이나 음성의 형태로 스토리가 함께 제공된다. 그러므로 슬로건을 구상할 때에는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스토리라인도 함께 생각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