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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_GONTRAN CHERRIER 편] 빵은 내 운명, 빵 굽는 블랑제 곤트란 쉐리에

고소한 버터향이 기분 좋게 퍼지는 오전 시간, 곤트란 쉐리에 셰프가 있는 곤트란쉐리에 청담점의 창가로 전해지는 햇살이 영하 7도의 추운 날씨를 무색케 한다. 곤트란쉐리에의 테이블에 놓인 바삭한 크루아상 한 조각이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 정식오픈을 앞둔 가(假)오픈 상태인데도 손님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빵을 만드는 사람 치고 모난 사람이 없더라. 빵 반죽을 쥐는 곤트란 쉐리에 셰프의 섬세한 손 끝에서 신의 한 수를 배운다.



프랑스 파티시에 집안에서 태어나 도제식 제빵교육을 받다가 15세부터 프랑스의 유명 조리학교인 L’Ecloe de Ferrandi에 진학해 블랑제리과정을 배우면서 제빵사인 블랑제를 숙명으로 여겼다. 21세부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알랭 파사르(Chef. Alain Passard)의 라르페주(L’Arpege), 알랭 상드랑(Chef. Alain Senderens)의 루카스 카르통(Lucas Carton)에서 파티셰와 블랑제로 근무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파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곤트란쉐리에 블랑제리를 오픈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젊은 베이커리 셰프로 집필활동, TV 요리 프로그램 진행을 하면서 스타 셰프 반열에 올랐다. ‘곤트란쉐리에 블랑제리’는 싱가폴, 일본, 한국, 타이완, 호주,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으며 한국에는 2014년 서래점을 시작으로 전국 27개의 매장이 파트너십으로 운영되고 있다.
* 블랑제(BOULANGER) : 제빵사


Q. 열 다섯, 어린 나이에 빵을 배웠는데 블랑제를 천직으로 삼게 된 계기가 있다면?
조부모님부터 외식업에 종사해온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빵을 만지게 됐다. 조부모님은 휴양지에서 살롱 드 떼를 경영하셨고 부모님은 제과제빵사여서 어릴 적부터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밀가루의 질감, 발효 과정 등에 매료됐고 15세부터 에꼴 페랑디(L’Ecloe de Ferrandi) 요리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인 빵 수업을 받으면서 블랑제가 내 숙명이라고 느꼈다.


Q. 미쉐린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은 도움이 됐나?
아버지 밑에서 일을 시작해 규모가 큰 블랑제리에서 근무하다가 블랑제로서 좀 더 넓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식문화와 빵을 연결시켜 내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쉐린 3스타 알랭 파사르가 이끄는 라르페주와 미쉐린 2스타 알랭 상드랑의 루카스 카르통에서 파티셰와 블랑제를 동시에 담당했다. 빵 종류는 한두 가지이지만 레스토랑만의 개성을 담은 빵을 만들었다. 토마토 안에 12가지 향신료를 넣어 특별한 맛을 담은 플레이팅 디저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블랑제리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었다.


Q. 한국에서는 2014년 서래점 오픈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곤트란쉐리에 매장 중 한국에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했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에서는 시그니처 아이템인 크루아상이 큰 인기를 얻으며 성장했는데 한국의 실정을 잘 아는 한국 비즈니스 파트너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크루아상은 셰프들만의 노하우, 선호도가 있는 제품이다. 껍질은 바삭하게 부서지고 안은 수분감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으로 씹는 식감이 살아있다. 내가 맛있게 먹고 싶은 크루아상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고객들이 좋아해줘서 기쁘다.


Q. 크루아상을 맛있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발효. 믹싱 정도, 굽는 온도가 작용한다. 이런 요인들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크루아상의 질감이 달라진다.


Q. 그렇다면 빵을 만드는 재료 중에 가장 중요한 재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밀가루. 밀가루는 수분 흡수 능력이나 빵이 발효돼 기포를 포집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빵을 균일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고유의 빵을 만드는데 그 나라의 밀가루가 사용된다. 즉, 밀가루마다 독특한 빵을 만들어 내는 각각의 특성을 가졌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의 특성이 중요하며, 한국의 곤트란쉐리에 전 매장에서 사용하는 밀가루는 프랑스에서 직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Q. 한국의 식문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김치 등 발효음식을 맛보고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바비큐와 함께 작은 반찬이 곁들여져 나오는 식사 형태도 독특했다. 한국은 고기 음식이 발달한 프랑스와 비교해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 특히 채소를 발효와 연관시켰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고 이런 음식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맛도 좋았다.


Q.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 음식이 바로 장인데, 장을 활용해 빵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한국에서 첫 매장은 프랑스 정통 방식의 블랑제리로 기획했다. 이후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매장 콘셉트를 가져가는데, 한국은 좌석 수가 많고 카페나 레스토랑의 요소를 가미한 매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빵을 베이스로 한 식사대용 빵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된장과 미소를 이용한 빵을 출시해 봤다. 한국의 된장은 일본 미소와 다르게 입자가 거칠어 빵과 함께 했을 때 좋은 맛을 줬다. 이 밖에도 김치를 활용한 키시(quiche)(크림, 햄, 계란, 지방 따위로 만든 케이크의 일종)를 선보이기도 했다.



Q. 프랑스와 비교해 한국 매장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프랑스는 정통 바게트 등 하드 브레드 계열을 선호하는데 한국은 부드러운 식감의 빵을 선호한다. 한국에서 하드 브레드는 선호도가 갈리는 한편 크림빵이나 짠 재료의 소시지 빵 등 조리 빵의 인기가 높다. 프랑스에서 빵은 식사 개념으로 소비된다. 디저트도 마찬가지로 식사의 마무리를 위해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프랑스도 언젠가 한국과 같은 트렌드가 오지 않을까 예상도 해본다. 다만 나는 한국의 매장에서 프랑스풍의 블랑제리를 지향하므로 바게트, 크루아상의 경우 밀가루, 버터 등 프랑스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 두 제품을 제외하고는 지역의 특색 있는 재료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Q. 엄연히 말해 파티셰와 블랑제가 나뉘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제과제빵사를 파티셰로 통칭하는 편이다. 그래서 블랑제가 생소하기도 한데, 프랑스에서는 전문화된 분야가 아닌가?
프랑스에서 파티셰와 블랑제는 확실히 나뉘는 직업분야다. 파티셰는 디저트를 만들고 블랑제는 빵을 만든다. 이 밖에도 세분화된 분야로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 잼 등 당절임을 전문으로 하는 콩피제어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샵이 많지 않은데, 프랑스에서도 전통적으로 생산하는 곳이 다섯 군데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사탕, 누가, 젤리 등을 파는 매장이 더 많다.


Q. 블랑제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종일 서서 일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은 직업이므로 건강하고 강한 체력은 필수이다. 또한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기질을 지녀야 일하는데 수월하다. 예를 들면 빵을 만드는데 있어서 발효, 작업장 온도, 습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데 주위 환경과 재료에 시시각각 적응할 수 있는 눈썰미가 필요하다.


Q. 블랑제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택했을 것 같나?
요리에도 관심이 많았다. 식재료를 탐구하는 것을 즐겼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리사가 됐거나, 나무의 질감, 향, 색감 등 나무 자체의 특징을 좋아하므로 목공예가 또는 목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Q. 얼마 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됐다. 세계적인 미쉐린 레스토랑들이 한국 진출을 고려하는 시점에서 한국의 파인다이닝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파인다이닝이 잘 될지에 있어서는 의문을 갖는다. 식문화가 발전한 프랑스에서조차 식재료나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있어 파인다이닝을 찾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엄연히 나뉜다. 그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요리사이던 제빵사이든 자기만의 개성을 창출해내는 예술의 분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레스토랑도 미술관처럼 예술적 분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 달라.
연말, 연초는 프랑스에서 바쁘게 지낼 것 같다. 프랑스는 크리스마스가 대규모 명절과도 같아서 가족끼리 모여 만찬을 하는데, 주로 나눠먹을 수 있는 큰 호밀 빵 등 하드 브레드의 소비가 많다. 또한 2017년 6월 중순에는 태국에 첫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이라서 바빠질 것 같다. 이 밖에도 2018년에는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계획하고 있고, 2019년까지 프랑스 뿐 아니라 미국, 아프리카 등 아직 진출하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매장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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