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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수)

레스토랑&컬리너리

[Chef’s Restaurant] 커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공간 - 카페인신현리의 손창우 셰프

새 하얀 자작나무 숲 앞 근사한 카페는 그저 그렇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의 안에서는 분위기 있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먹음직스러운 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손 안에 진한 커피 향을 쥐었을 때 쯤 손창우 셰프를 만났다. 이 곳 카페인신현리에서 전해들은 그의 커피 이야기, 베이커리 이야기는 귀마저 사로잡아 버렸다.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와 잘 맞는 푸드를 개발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는 그.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결같게 일 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는 그의 진심이 그대로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취재 안정미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Q. 어떻게 셰프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외식업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1998년. 신라호텔의 외식사업부에서 시작해 앰배서더 호텔, 리버사이드 호텔 등을 거쳐 15년 이상 외식업에 몸을 담았습니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할 때 저는 저의 재능보다는 실질적인 직업을 찾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졸업과 함께 찾아 온 IMF 때문에 제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현실적으로 취업을 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주방 보조 일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취업을 하고 보니 외식업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그 쉽지 않았던 경험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외식업계의 일이라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질리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잘 해 왔기에 이곳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Q. 호텔에서의 이력이 많은데 카페인신현리의 셰프가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근사한 이 곳 카페인신현리는 어떤 곳인가요?
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저의 꿈은 호텔 총주방장이나 임원이 돼야겠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젊은 셰프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겠지만 그 때의 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내 매장을 가져야겠다.”는 갈망이 컸습니다. 늘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머릿 속에 그려지는 것이 바로 나와 잘 맞는 카페인 음료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다보니 커피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고 결국 커피와 함께 기센코리아의 인연이 특별하게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4월 오픈한 이곳 카페인신현리는 기센코리아라는 네덜란드 로스터기 회사의 플래그 스토어 개념의 베이커리 키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센코리아의 주력 상품들을 한 곳에 모아 하나의 통합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센코리아의 로스터기를 사용하는 국내 매장 400여 곳, 그들이 생산해 내는 스페셜티 커피만을 엄선하고 그것을 매입해 편집숍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직접 추천해주는 커피를 중심으로 테이스팅을 거쳐 카페인신현리에 어울릴만한 커피를 선정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기센코리아와 함께 하는 모든 업체들이 윈-윈 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갖춘 공간입니다.


Q. 베이커리 키친이라면 커피와 함께 베이커리 제품들을 만날 수 있을 텐데, 카페인신현리의 주 메뉴는 어떤 것인가요? 시그니처 메뉴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좋아하는 것이 커피이고, 그렇게 인연이 닿은 기센코리아이기 때문에 저희 카페인신현리에서는 당연히 커피가 주 메뉴가 됩니다. 그리고 커피 한 잔과 가장 잘 맞을 수 있는 푸드를 제공하는 것이 베이커리 키친으로서의 카페인신현리가 추구하는 것이고요. 커피와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하다 보니 깜파뉴와 같은 담백한 빵 종류를 중심으로 선보일 수 있었고 깜파뉴, 하드 롤, 바게트 군을 중심으로 이를 이용한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것으로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여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아일랜드 등의 기반을 사용해 메뉴 개발을 하다 보니 노르딕 쪽의 오픈샌드위치 콘셉트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인스턴트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유기농 밀가루 본연의 힘으로만 빵을 만들고 오픈샌드위치 메뉴에 기성제품, 가공품을 쓰지 않는 것이 저희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슬로푸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식재료 재배부터 모든 것을 직접 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푸드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볼 수 있는 첫 번째 메뉴인 통새우 버거 번 역시 식재료들을 모두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접 만든 버거 번에 순수 새우살로 만든 패티, 바삭한 식감의 연근과 구운 양파만으로 단맛을 낸 크리미한 버거 번입니다. 흔한 패티를 사용하는 버거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공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저 제가 쓰고 싶지 않아서 생각한 것으로 수작업을 거친 통새우를 패티로 만들었고 감사하게도 그 마음이 고객들에게 전해졌는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가 됐습니다.
두 번째로는 연어 루그 브레드입니다. 생 아보카도를 다져 양파와 레몬주스,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해 훈연된 연어와 누룽지와 같은 고소함에 크래커 같은 식감의 호밀빵(루그 브레드)이 앙상블 된 북유럽 스타일의 오픈 샌드위치입니다. 저희가 추구하고자 하는 콘셉트에 잘 맞는 메뉴로 한 끼 식사도 되지만 무겁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으로 빚어진 모든 것들이 커피와도 잘 어우러지는 대표 메뉴입니다.
마지막으로 구운 고등어와 바게트. 이 메뉴는 개인적인 스토리로 시작한 것인데, 터키 배낭여행 때 한 로드숍에서 산 튀긴 고등어 한 마리가 그대로 들어간 바게트, 그리고 그 옆 가게에서 산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곁들여 먹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이것을 메뉴화 해 봤습니다. 유기농 밀가루로 저온 숙성한 플레인 바게트에 도톰한 살의 짭조름한 구운 고등어가 어우러진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을 수 있는 오픈 샌드위치입니다.


Q. 슬로푸드, 커피와의 조화. 요리에 있어 남다른 철학이 엿보입니다. 카페인신현리 메뉴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뭘 잘 몰랐던 어린 시절 그저 트렌드를 따라가기 급급했던 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트렌드가 아닌 내가 좋은 것을 고객들에게 소개하자.’ 내 취향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입에 들어가서 좋은 것을 고객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 마음으로 저는 실질적으로 이곳의 운영을 맡고는 있지만 늘 바리스타의 업무, 요리 업무 모두 직원들과 함께 하나 하나 해 나가는 것을 원합니다. 그래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한 원두 선택부터 테이스팅 등을 함께 진행하고 메뉴 개발도 모두 함께 진행합니다. 그렇게 커피 한 잔, 빵 한 조각에도 정성을 가득 담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메뉴가 없습니다.
카페인신현리를 브런치 까페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사실 브런치 개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브런치 개념 속에는 늘 계란요리, 베이컨요리, 소시지 요리가 포함돼 있곤 하는데 남들과 똑같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식재료 선정 및 재배부터 모든 것을 직접 하며 푸드군 메뉴 개발을 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브런치 메뉴와는 차별화를 두고 싶습니다. 또 보통의 브런치 메뉴에는 푸드 군과 함께 싼 값의 커피를 끼워주는 형식 또한 저희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굉장한 노고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메뉴를 단품화한 것이 우리만의 특징입니다. 커피 한 잔, 한 잔에도, 음식 하나하나에도 모두 오랜 준비 기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모든 것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Q. 건강한 메뉴를 직접 정성으로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처음 콘셉트가 변질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신현리를 찾는 이유가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 혹은 한 끼 식사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고객들이 멀다면 먼 이 곳을, 찾기 힘들다면 힘들 수 있는 이곳까지 오신다는 것은 분명 다른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장성과 상업성도 중요하겠지만 저희 카페인신현리는 커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카페 메뉴, 베이커리 메뉴를 계속 실험적으로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말입니다. 푸드는 빵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직접 만들어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그것과 재료들과의 밸런스를 잡는 것 역시 또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늦을 수밖에 없지만, 조금 늦더라도 그렇게 천천히 제대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한 잔 커피를 다 드시면서 ‘마지막 커피까지도 맛있게 마셨다’ 생각이 들 수 있는, 카페에 가장 잘 맞는 푸드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이제 막 1년이 지난 카페인신현리, 앞으로의 1년도 많이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6년 3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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