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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수)

레스토랑&컬리너리

[Dining Veteran] 요리는 나의 천직이자 운명 - (사)한식협회 청년회장 / 셰프강의 메뉴개발연구소장 강경갑 셰프


좀 오래되긴 했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화제의 다큐멘타리 ‘남극의 눈물’. 이 프로그램에서는 환경 파괴로 인해 겪는 남극의 자연 문제와 함께 극한의 상황에서 싸우고 있는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의 모습도 함께 소개됐었다. 이때, 건강한 식탁으로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강경갑 셰프다. ‘영원한 남극 셰프’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강 셰프는 세종기지에 이어 장보고기지 건설 시 까지 남극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엄마의 손맛과 정성을 전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바로 강 셰프가 남극에서 얻은 선물이다.

취재 서현진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Q. 남극의 셰프로 유명하신데 남극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9년 석사논문과 기능장, 국제 요리대회를 준비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극에 먼저 다녀온 한 선배가 남극을 경험해 보지 않겠냐고 했고 촌놈이라 대자연에 대한 동경과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간직 하고 있었던 저는 망설이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끝내 도전하게 됐습니다. 2009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세종과학기지 23차 월동대의 조리장으로 근무했습니다.


Q. 남극은 우리나라 겨울과 비교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울텐데, 조리 환경 역시 좋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매서운 남극의 블리자드와 싸워야 하는 세종기지 월동대의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주방 환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선 주요 식재료는 1년간 사용할 분량을 냉동제품, 통조림, 가공식품으로 한꺼번에 갖고 가고 채소 등 쉽게 상할 수 있는 식재료는 하계에 한번 공급받아 재료가 떨어지면 언제 보급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 다른 나라 남극기지의 셰프들과 친분을 쌓아놓고 서로 돕기도 했습니다. 설거지할 물이 부족해 눈을 퍼서 하기도 하고 설거지 할 물이 부족해 눈을 퍼서 하기도 하고, 월동에 들어 가기 전 하계 때, 모든 연구와 보수 공사가 이뤄지는데 그때 인원은 80~90명 가까이 되며, 3개월 정도는 혼자서 그 인원의 식사를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월동에 들어 갈 때는 17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대원들의 생일, 행사일 등에는 특별한 요리를 해야 했기에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Q. 어려운 만큼 보람도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3차 무사안일 기원제를 지낼 때입니다. 고사상에 꼭 빠지지 않아야야할 돼지머리, 그 돼지머리가 3개 밖에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고사상 돼지는 처음 삶아봐 신중을 기했습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이마 쪽이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2번째, 3번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결방법을 고심한 끝에 의료진이 생각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현란한 성형 솜씨로 돼지머리는 본 모습을 찾아줬고 무사안일제도 무사히 끝마치고, 23차 월동대와 하계대원들 까지 무사히 활동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 몇 백 만년 된 남극 빙하로 만든 팥빙수는 남극의 가장 큰 별미입니다. 대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이었습니다. 삼겹살 파티를 일주일에 2~3번 정도 했는데 수경재배 할 수 있는 컨테이너인 식물공장 덕에 신선한 쌈에 삼겹살을 싸먹을 수 있었습니다.
외적으로는 세종기지 주변에 잇는 각 국가의 기지와 교류 및 협력을 할 때마다 한식을 소개하고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주변 6개 기지 근무자를 초청해 대표적인 우리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곤 했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만든 음식임에도 모두 한식이 맛있다고 극찬했습니다. 저 또한 다른 나라들의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세종기지의 셰프는 집에서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원들이 그리운 집이나 가족들 생각에 외롭고 힘들 때 향수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곳, 또 대원들의 스트레스를 풀 유일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남극에 다녀온 이후 제가 남극의 향수병에 걸려 다시 한 번 장보고기지 건설 때 셰프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다녀오기도 힘든 곳 이지만 저는 두 번이나 다녀온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Q.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남극에서도 그랬지만 이곳에서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사)한식협회 청년회장이자 셰프강의 메뉴개발연구소장으로 한식협회와 같이 다양한 한식 요리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다양한 한식 사업과 행사에 참가해 한식 시연회와 표준 레시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국내대회 뿐 아니라 세계요리 대회에서도 은상을 수상했지만, 우리 한식을 가지고 수상 한 것이 아니여서 다음 기회에는 우리의 음식을 멋지게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식도 양식 같이 가지 수를 줄여 외국인이 코스요리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제가 남극에서도 한식의 작은 세계화를 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듯이 한국에서는 더 많은 우리 문화와 음식이 세계 곳곳에 알려질 수 있는 노력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다문화 가정 어머님들에게 한식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런 일들 또한 더 많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Q. 셰프로서의 오랜 경험, 또 독특한 경험으로 요리에 대한 철학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요리는 천직이다 못해 제 운명입니다. 처음 요리를 잘 몰랐을 때 하루 18시간 정도를 요리에 매진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요리할 때 저의 어머니를 많이 떠올립니다. ‘엄마 같은 손맛, 엄마 같은 마음, 엄마 같은 정성’으로 요리를 만들고 계속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하며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제 요리를 맛있게 먹을 때, 저는 제가 요리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습니다.


Q. 셰프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한식 알림이의 주역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의 전통 식품인 장과, 발효, 효소 쪽으로 계속 공부를 할 예정이며, 사찰 김치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강경갑 셰프의 우둔 견과류 떡갈비 스테이크
재료 : 진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유자청 1큰술, 다진파 1큰술, 다진마늘 1/2큰술, 술 또는 정종 1큰술, 매실청 약간, 매실장아찌 약간, 참기름 약간, 숙성 우둔 500g, 생강즙 조금, 연근 30g, 호두 5개, 단호박 200g, 잣 20g, 양파 50g, 고구마 50g, 아몬드 100g

1. 숙성 고기를 곱게 다진다.
2. 호두, 잣, 매실장아찌, 아몬드를 다져 둔다.
3. 양파, 단호박, 고구마, 연근도 다져서 각각 프라이팬에 볶아 둔다.
4. 1,2,3 재료 중 아몬드만 빼고 양념과 섞어서 한 입 크기로 만들다.
5.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운 다음 아몬드 가루를 묻힌다.
6. 그 위에 색깔별 파프리카를 곱게 다져 고명으로 올려 준다.


<2016년 1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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