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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수)

[소믈리에 김준철의 Wine Trend] 와인은 꼭 양조용 포도로 만들어야 하나요?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기후, 토질 등의 자연환경, 즉 떼루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떼루아는 좁은 범위로 토양 등을 말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는 포도 재배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자연환경 즉 기후와 토양, 포도밭의 방향과 경사도, 포도원 주변의 숲이나 강, 호수, 주변의 동식물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인위적인 환경인 포도 품종의 선택, 포도 수확량의 조절, 병충해의 방제 시기와 방법, 수확 시기와 방법 등도 포함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가 요인들이 와인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데 관여한다. 그러나 이 중에서 와인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의 품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자연환경과 인위적 환경을 달리하더라도 같은 포도 품종의 경우에는 향과 맛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환경과 인위적인 환경을 같이 하더라도 다른 포도 품종의 경우 향과 맛이 다르다.
모든 나라와 지역의 와인들은 나름대로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와인의 맛이 다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포도 품종이다. 포도는 품종별로 각각 다른 독특한 향과 맛이 있다. 와인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포도의 품종에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


양조용 포도는 어떤 포도인가
우선 와인을 만드는 양조용 포도에 대해 알아보자. 아주 옛날부터 인간은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산과 들에 있는 포도도 과일로 먹어 왔다. 나중에는 주거지 인근에 포도를 재배하게 됐다. 포도나무에는 암수가 다른 나무가 있고, 암수가 같은 나무가 있는데 암수가 같은 나무를 집 근처에서 재배해서 포도를 먹었다. 처음에는 포도 알을 먹다가 나중에 포도를 짜서 포도 주스를 마시게 됐고 포도 주스를 마시기 시작한 때부터 와인도 마시게 됐다. 포도 껍질에는 효모가 붙어있기 때문에 포도를 짜서 주스를 만들면 바로 발효를 시작해서 와인으로 변한다. 처음에는 주스를 마시다가 서서히 와인을 마시게 된 것이다.
처음에 맛이 좋던 주스가 하루 이틀 지나 주스의 단 맛이 점점 줄어들고 맛이 시큼시큼하게 변했다. 아마도 옛날 사람들은 “이거 맛이 왜 이렇게 변했어.”하고 싫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큼시큼한 것이 맛은 없지만 좀 지나니까 기분이 알딸딸하게 좋아지게 됐고, 나중에는 주스 마시는 것보다 알딸딸한 기분을 즐기려고 의도적으로 와인을 만들어 마셨다. 이것이 인류가 처음으로 와인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추측이 된다. 아주 옛날에는 인류가 포도를 과일로 먹기도 하고 와인으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어떤 포도는 생과일로 먹기에는 좋은데 와인을 만들어서 마시니 와인 맛이 별로다.”고 말하는 포도 품종이 있는가 하면 어떤 포도 품종은 “먹기에는 별로인데 와인을 만들어 보니 와인 맛은 기가 막힌다.”하는 포도로 서서히 구분하게 됐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포도를 생과일용 포도(table grape)와 양조용 포도(wine grape)로 구분을 하게 됐다. 이런 구분은 무슨 특별한 조건을 정해서 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먹으면서 경험적으로 정해진 구분이다. 옛날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기준을 따라서 지금도 와인은 양조용 포도로 만들고 있다.
생과일용 포도와 양조용 포도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구분해보면 생과일용 포도는 단 맛이 많고 신 맛은 적으나 양조용 포도는 단 맛도 많고 신 맛도 많다. 생과일용 포도로도 와인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단 맛만 있는 포도는 발효를 하면 포도의 단 맛이 알코올로 변하나 알코올 이외에는 다른 맛이 별로 없는 와인이 돼버려 만들어 봐야 잘 팔리지 않는 와인이 된다. 양조용 포도는 발효하면 단 맛은 생과일용 포도처럼 알코올로 변하지만 신 맛은 그냥 남아있어 알코올도 있고 신 맛도 있는 마시기 좋은 와인이 된다. 또 양조용 포도 알은 생과일용 포도보다 작다. 이는 양조용 포도는 껍질의 비중이 크다는 말로, 껍질에 들어있는 컬러와 향, 맛 등이 많이 녹아들어 와인의 컬러·향·맛을 좋게 한다.


유럽 포도와 미국 포도
크게 보면 지구상의 모든 대륙에서 약 2만 종의 포도가 자생하고 있다. 6개의 대륙에는 모두 자생하는 포도품종들이 있으나 세계인들이 마시는 와인들은 거의 유럽의 포도 품종들이다. 현재 대략 1500종의 양조용 포도 품종이 세계에서 와인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한 가지 품종을 나라별로 또는 지역별로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것들이 많아 실제로 와인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포도 품종은 대체로 350종이다. 현재 와인으로 만들고 있는 포도 종은 대부분 유럽과 중동 쪽에서 자생하는 비티스 비니훼라(Vitis Vinifera)라고 하는 종으로 향이 우아하면서도 맛이 좋다고 평가한다. 유럽에서는 비니훼라 종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일부 비니훼라 종 사이에서 육종된 포도(Hybrid)로만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도 여러 종의 포도들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동부에서 자라고 있는 포도 종인 비티스 라브루스카(Vitis Labrusca)는 “foxy(미국 자생 포도 품종에서 나는 자극적이고도 독특한 포도향, 왜 이렇게 부르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하다.”는 특이한 향 때문에 와인으로 잘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유럽에서와 같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또 비니훼라와 라브루스카 포도로 육종된 하이브리드 포도로도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신대륙 발견에 얽힌 포도 이야기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하고 처음에는 와인을 유럽에서 운반해 왔으나 이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와인 소비량도 엄청나게 늘어나 결국은 수요량을 유럽에서 가져 오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유럽의 포도 묘목을 미국으로 가져와 미국 동부에서 포도를 재배했으나 미국 동부의 혹독한 겨울 추위에 모두 얼어 죽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미국 동부에서는 자생하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으나 그 foxy한 향 때문에 동부에서 와인 생산은 포기하고 캘리포니아에서 vinifera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생산하게 됐다.


피록셀라가 세계 포도밭을 황폐케 하다
이렇게 포도의 유럽과 미국의 육종 학자들이 포도 묘목을 교환하면서 연구했는데 당시에는 검역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러 가지 벌레들의 대륙 간 이동이 많았다. 그 결과 미국에 있던 포도 뿌리혹 벌레인 피록셀라(phylloxera)가 유럽으로 옮겨가 유럽의 모든 포도나무들을 전멸시킨 대참사가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포도나무를 도입해 심었던 다른 신대륙에 있는 포도나무들도 전멸시켰다.
학자들이 연구 끝에 미국 포도나무의 가지와 유럽 포도나무의 가지를 접붙이기함으로 해결됐다. 지금도 칠레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포도나무는 처음 심을 때에 접붙이기를 한 것을 심어야한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포도나무를 심을 때에는 접붙이기한 것을 심어야한다.


세계의 와인산업
세계의 포도 재배 면적은 2012년 기준으로 약 210억 평이며 스페인이 가장 넓은 27억 평이고 그 다음 프랑스와 이탈리아 순이다. 특이한 사항은 2000년 이전에는 앞 순위에 들지도 못하던 중국이 급증가해 세계 4위가 됐으며, 계속 포도밭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와인의 생산량은 2012년 기준 으로 257억 ℓ, 342억 병이며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세계 1위 자리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데 2012년에는 이탈리아가 1위였다. 와인의 소비량은 2012년 기준으로 약 250억 ℓ, 병으로는 약 340억 병이고 미국의 소비가 급증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와인의 생산과 소비에서 중국이 세계 5위로 올라왔으며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 1위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양조용 포도
우리나라의 포도 재배 면적은 약 5500만 평이나 거의 여름철에 많이 먹는 생과일용 포도(table grape)로 양조용 포도는 거의 없다. 국내 일부 와인 회사들이 ‘캠벨 어리’라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있으나 이 품종은 생과일용 포도이며 양조용 포도가 아니다. 이런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서는 국내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 하고 국내 와인 시장에서 수입되는 세계의 와인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입 와인과 경쟁이 될 만한 좋은 와인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 품종을 재배해야 할 것이다.


기억해둘 만한 양조용 포도의 품종
좋은 양조용 포도 품종들이 많으나 와인 애호가들 기억해둘 만한 품종들은 다음과 같다. 화이트 와인용 포도 품종 샤르도네, 리스링, 쇼비뇽 블랑, 세미용, 비오니에, 트레비아노, 게뷰르츠 트라미너, 쉬냉 블랑, 무스카트, 피노 그리 등이 있고 레드 와인용 포도품종 까베르네 쇼비뇽, 메르로, 까베르네 프랑, 삐노 누아, 시라, 그르나쉬, 말백,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템프라니요, 가메 등이 있다.

<2015년 9월 게재>


김준철
소믈리에 / 마주앙 공장장 출신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 소믈리에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근무했다. 미국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양조를 연수했으며,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수학했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의 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밖에 와인 수입회사와 도매상, 소매점, 와인 바와 와인 스쿨을 운영하여 다양한 와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 와인 가이드, 와인 홀릭스 노트 등이 있으며 현재 신문과 잡지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SNS상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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