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뿐 아니라 기능도 변화해
단순히 가구의 교체 수준을 넘어 자기 취향에 맞는 색다른 공간 구성을 시도하는 경향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재택근무다. 지금까지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을 일컫는 ‘직주근접’이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지키는데 중요 요소 중 하나였다면, 직장과 주거가 일치해지면서 ‘직주일치’라는 개념이 들어섰다. 그리고 이는 비단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패션 웹진 스냅의 기사에 따르면 일룸의 홈오피스와 홈스터디 제품군의 2020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생활화되면서 집 내부에 보다 쾌적한 사무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일룸은 1인 가구에 적합한 홈오피스 제품 ‘멘디’와 공부 효율을 높여주는 기능성 데스크 ‘제롬 모션데스크’를 선보였다.
한편 집에 반영되는 주인들의 취향이 뚜렷해지면서 집은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이 만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에 타인의 집이 여행지가 돼 낯선 경험과 취향을 나누는 여행 플랫폼도 생겼다. ‘남의 집’ 프로젝트는 취향 여행자인 게스트가 취향 제공자인 호스트의 집에 방문해 집을 하나의 살롱으로 만드는 서비스다. 이와 같은 거실여행 서비스는 ‘남의 집 슬램덩크’, ‘남의 집 신혼살림’, ‘남의 집 홈오피스’, ‘남의 집 프라하’ 등 집 주인이 취향을 설정하고, 이를 공유하고 싶은 게스트들이 방문해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남의 집 프로젝트는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서비스로 2020년 8월까지 약 500여 명의 호스트가 자신의 집을 총 700번 공유했고, 약 3500명의 손님이 방문했다고 한다.
주거 기능을 입고 있는 호텔
이처럼 집의 새로운 역할들이 재조명되자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앞으로 집은 사고, 파는 물리적 자산으로서의 ‘하우스’ 이전에 거주자의 행복 가치를 발현하는 ‘홈’의 가치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그렇게 집의 레이어가 확장되면서 호텔은 오히려 주거 공간의 편안함을 내세워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과 같은 스트레스가 지속돼 번아웃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주거나 상업공간을 넘어 공간 자체가 ‘편안함’, 즉 ‘쉼’을 추구하는 형태로 전반적인 디자인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특히 주거의 경우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는 제1기능이 쉼, 나만의 공간, 방해받지 않는 안전한 곳 등으로 분류하듯 ‘나만의 케렌시아’의 의미가 강한 곳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하여금 레이어드 홈이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주거는 오히려 상업공간으로 변하고, 상업공간은 주거의 기능을 제공하는 추세”라고 이야기했다.
호텔이 주거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새롭게 시도한 호텔 ‘한 달 살기’는 장기투숙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짧게는 7일부터 길게는 몇 달, 몇 년간 호텔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호텔의 한 달 살기 상품을 연계하는 플랫폼 ‘호텔에삶’도 론칭했다. 이에 누구든 집이 없이도 일상을 여행처럼 살며 호텔 안에서 모든 문화생활까지 향유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한편 호텔에 투숙하는 것보다 자신의 방을 호텔같이 꾸미는 것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신라스테이는 ‘비품 1년 정기 구독권’을 신라스테이의 대표적 프로모션인 ‘온 유어 신라스테이’의 혜택으로 제공했다. 신라스테이 비품 1년 정기구독권은 신라스테이의 침구, 목욕가운(배스로브), 어메니티, 시그니처 베어, 텀블러, 식음 이용권 등을 매달 한 품목씩 순차적으로 제공해 집에서도 호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게 한 것이 특징이다.
신라스테이 마케팅팀 관계자는 “1년 정기구독권은 신라스테이의 대표 프로모션인 온 유어 신라스테이 패키지에 제공된 것으로 2020년에는 트렌드였던 ‘스트리밍 라이프’에 착안해 기획된 이벤트다. 호텔리어가 추천하는 상품을 매달 집에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신라스테이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흥미로운 호텔 체험의 기회를 선사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이야기하며 “매월 호텔 아이템을 선물처럼 받는다는 설렘을 선사하기 위해 월별 제공되는 아이템은 사전 안내 없이 랜덤으로 배송하고 있고, 제공되는 비품들은 모두 평소 개별 구매할 수 없는 제품들로 엄선해 희소성을 더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들의 호텔 비품에 대한 니즈에 대해서는 “신라스테이의 침구류나 배스로브의 경우 비정기 프로모션을 통해 특별 판매를 실시한 적이 있었는데 호응이 좋았다. 작년 말에 마무리된 이벤트라 아직 정기배송은 2차까지 진행된 상태인데, 차수가 쌓이면 정기구독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추후 더욱 다채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래드 호텔은 2018년부터 자체 PB 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베딩·리빙 상품을 선보이는 온라인 몰 ‘글래드 샵’을 운영 중이다. 샵에서는 리빙·어메니티, 글래드 베딩, 굿즈, 멤버십·상품권, 푸드·햄퍼, 제주 스페셜의 총 6개 카테고리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래드 담요’까지 제작했다. 글래드 호텔 마케팅 관계자는 “글래드 호텔 꿀잠 패키지가 출시될 때마다 고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성원에 힘입어 신규 글래드 리빙 아이템인 ‘글래드 담요’를 출시했다.”고 전하며 “그동안 글래드 호텔의 숙면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 제작해왔던 꿀잠 안대, 프리미엄 매트리스, 토퍼 브랜드 ‘슬로우’의 아로마 파우치 등을 통해 글래드가 선사하는 꿀잠 경험을 집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련한 아이템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발굴해 고객들에게 호텔 밖에서도 글래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시 조명되는 호텔에서의 ‘케렌시아’
‘쉼’을 추구하는 디자인 트렌드가 확장되고, 주거와 상업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호텔은 반대로 다시금 케렌시아를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케렌시아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단순한 수동적인 휴식을 넘어서 능동적인 취미와 창조 활동을 위한 공간을 의미한다. 당시 케렌시아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호캉스와 호텔스테이가 급부상했고, 호텔들은 ‘호텔콕족’을 겨냥한 다양한 객실 패키지 프로그램을 속속 선보였다. 홈퍼니싱 시장이 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케렌시아의 핵심은 각종 디지털 기기로부터 벗어난 ‘디지털 디톡스’와 잠과 경제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였다.
코로나19와 결합한 케렌시아는 여기에 새로운 층위들이 덧대지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특히 레스토랑 이용이 불가해짐에 따라 호텔 객실의 형태가 LD(Living, Dining)형으로 변하고 있다. 더 나아가면 LD형에 Kitchen까지 결합된 모습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귀띔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판교에 오픈한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이야기했다. 그는 “기존에는 베드가 중심이었던 호텔 객실이 작은 스탠더드 룸에도 베드 옆에 다이닝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테이블도 과거에는 간단한 티 정도 마실 수 있는 크기와 용도였다면 이제는 다이닝까지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의 기능성이 추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앞서 호텔과 집에 대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간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개방된 공간에 있어야 하고, 낮은 천장과 아늑함은 집중력이 좋아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동선이 자유로워야 한다. 앞으로 집은 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을 해내는 공간으로 더 가변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궁한 변화 속에서도 궁극의 케렌시아는 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호텔 같은 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집 같은 호텔이자 궁극의 케렌시아를 호텔이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이 교수는 레이어드 홈처럼 호텔도 다양한 레이어를 입을 때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레이어드 호텔은 어떤 센스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호텔도 집처럼 기존 공식에서 벗어난 국민대학교 TED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이규홍 교수
코로나 시대 최근 디자인 트렌드로 주거와 상업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경향을 이야기했다. 변화하고 있는 디자인 트렌드는 어떤가? 번아웃 시대에 돌입하며 소비자들은 혼자만의 평온한 순간을 보낼 공간을 찾고있다. 이에 주거와 상업이라는 공간적 용도를 넘어 공간 자체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전반적인 디자인 트렌드다. 이
컬러도 마치 봄날을 연상하는 듯 ‘페이블(Fable, 깨끗하고 맑은 하늘과 물빛의 연한 블루 컬러를 중심으로 라임·살먼·라벤더 등 사랑스러운 컬러)’ 테마가 여전히 강세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19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호텔 같은 집’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거 공간에서 희망하는 ‘호텔스러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거 호텔 디자인은 대리석과 멋진 샹들리에와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주거를 갤러리화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호텔에서 즐기던 그림을 집 안에 들여놓는 그림 렌탈 서비스가 성업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기적으로 멋진 그림으로 호텔 로비처럼 나의 리빙 공간을 꾸미는 것이다.
한편 주방도 ‘키친 갤러리’와 같은 접근으로 요리를 직접 해먹기보다 배달이나 포장 문화가 발달이 되고 있는 추세가 반영돼 파티하기에 적합한 아일랜드 식탁이 주방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욕실도 호텔 스파나 에스테틱처럼 변모하고 있다. 예쁜 수전을 활용해 카페 분위기의 욕실을 만든다거나, 습식 욕실을 건식으로 만들어 욕실 타일에는 카펫을 놓고 욕조에는 배스커튼을 다는 식이다. GNP가 늘어날수록 이제 푸드를 넘어 리빙산업이 커질 것이다.
최근 홈 인테리어에서 주목해볼 재미난 변화가 있다면? 눈 여겨 봐야 할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발코니의 변신이다. 코로나 시대,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건축적 공간 장치인 발코니를 심리적 비상구로 여기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발코니 결혼식, 발코니 콘서트, 발코니 체조 등 이색적인 발코니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가 빅데이터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호텔 공간이 주거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이에 따른 변화를 잘 반영한 호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편안함과 쉼을 강조하는 디자인 트렌드에, 미세먼지, 바이러스, 환경오염과 같은 이슈로 사람들이 실내에 모이면서 실내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콘셉트가 눈에 띄고 있다. 바이오필리아 콘셉트는 인간은 본디 자연과 함께 해야 에너지를 얻고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다는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디자인에 접목하면 소소한 자연이 아닌 이제는 열대우림과도 같은 자연이 실내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로비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로비공간 곳곳에 푸릇한 나무들을 그대로 옮겨 심어 놨다.
팬데믹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 이런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호텔에 접목한다면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공원 이용률이 51%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집안에서 바람을 쐬고 햇볕을 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오필리아 콘셉트에 이어 호텔이 채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썬큰(Sunken, 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 채광이나 개방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정원)’ 룸, 썬큰 가든을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레스토랑과 카페의 F&B 공간에 접목되면 실내지만 외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더 마고 그릴 레스토랑이 썬큰룸을 잘 활용한 사례다.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과거 호텔은 차양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집처럼 채광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주거와 상업공간의 양식들이 혼용되고 있어 앞으로 공간 디자인에 기존 공식에서 벗어난 재미난 시도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패턴들에 주목해 호텔들도 다양한 의미의 공간 변신을 재치있게 풀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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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issue] 주거와 상업공간의 사라진 경계 호텔, 레이어를 확장시키다_호텔 같은 집, 집같은 호텔 - ① (hotelrestauran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