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적극적인 홍보 요구되는 임시생활시설
그러나 자가격리 숙소로 인해 여러 방역 사각지대가 노출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임시생활시설 안내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 자가격리자는 “제주도에 출장 차 내려왔다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가 내려졌는데 집이 서울이라 자가격리할 거소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도에 문의하니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격리가 가능한 숙소가 있다고 소개해줬다. 시설은 거소지에 있다 불편한 경우 제공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설격리를 허용하게 되면 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의 귀책사유가 관할 보건소에 생기게 될뿐더러 입소 처리도 복잡하고, 시설 운영에 투입돼야 하는 비용이나 인력에 부담을 느껴 각 보건소는 자가격리로 유도하는 모양새다. 실제 몇몇 임시생활시설에서 관할 시에 자가격리 전용숙소에 대한 규제를 요청했으나 비용 감당이 안 돼 갈 곳이 없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답변뿐이었다고. 단속은 하되 크게 방역수칙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은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임시생활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되지 않고 있자 오히려 스카이파크호텔과 같은 시설에서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소의 업무가 시설격리 이외에도 과중한 점을 고려해 호텔 차량으로 시설격리자들을 직접 이송한다든지, 상황실에 호텔 예약실 직원들을 파견해 시설격리 문의 상담을 처리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여전히 임시생활시설을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의식에 소극적인 정부 대응 방침도 아쉽다. 임시생활시설은 지난해 4월 해외입국자 격리시설로 공항 인근과 서울 주요 시내에 들어설 때부터 지역 주민들과의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시설에 이토록 난색을 표하는 것은 지역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는 데다 특히 관광지인 경우에는 임시생활시설 지정으로 관광객들이 방문하기 꺼려지게 되며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유튜브 채널에 ‘다녀오겠습니다! 임시생활시설’이란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 임시생활시설은 확진자가 격리하는 시설이 아니며 오히려 14일간 격리대상자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몇몇 시설에서 격리자들의 무단이탈 사례들이 생기자 그렇지 않아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던 임시생활시설이 혐오시설 취급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임시생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은 아무래도 건물도 크고 지역에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설로 전환됐을 때 눈에 잘 띄는 것일 뿐, 사실 에어비앤비의 공유숙박시설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경우 오히려 내 옆집에 자가격리자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정말 지역 감염이 우려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는데 직원들과 각고의 노력으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호텔만 타깃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하며 “관계 시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는커녕 도리어 언론 노출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기운이 빠질 때가 많다. 이로 인해 마치 임시생활시설이 지역은 배제한 채 보건복지부와 호텔 간의 긴밀한 공작으로 세워진 것 마냥 잘못 보도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크게 키웠던 사례가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임시생활시설 지정으로 인해 호텔도 코로나19로 힘든 가운데 운영에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호텔에서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의 어려움을 통감하고 이에 적극 협조하며 감내하는 부분들이 많다. 민간이라도 시설 전환으로 정부 방역 기관의 일부가 됐다는 점을 인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스카이파크호텔에서 제공하는 임시생활시설 서비스
커뮤니티를 통한 양방향 의사소통
임시생활시설 어필에 도움 돼
임시생활시설에 대한 대외적인 홍보와 시설 문의에 보다 효율적인 안내를 위해 스카이파크호텔에서는 자체 커뮤니티를 개설해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서울시 지정 해외입국자 자가격리시설’에서는 스카이파크호텔의 임시생활시설 4곳을 소개하고 시설 운영의 전반적인 내용을 입소희망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최 차장은 “임시생활시설의 경우 입소 절차가 복잡하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많아 특히 해외에서 입국을 앞둔 이들이 격리할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또한 보건소에 문의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얻기 힘든 경우 호텔로 직접 연락을 주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주요 문의사항이 겹치는 내용이 많아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카페 개설 배경을 이야기하며 “여러 이유로 서류준비나 입소 절차를 밟기 어려운 이들의 예약 대행업무도 호텔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관련 현황은 물론 시설 생활에 대한 부분까지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격리를 앞두고 불안한 입소자들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에는 ‘에어비앤비 등 개인시설 이용 시 유의사항’, ‘에어비앤비와 공식 지정 시설간의 코로나 확진 시 환불 규정 차이’, ‘서울시 공식지정 자가격리 시설의 장점’, ‘해외입국자 입소신청서 양식’, ‘입국 시 검역소에서 자가격리 주소 적는 방법’, ‘생활 안내 수칙’, ‘시설 가상체크인’ 등 실질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지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지정호텔이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듯하다.”, “타거주 주민도 이용 가능한지 궁금하다.”, “급하게 입국하게 돼 걱정이 많았는데 실시간으로 빠른 응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호텔 직원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격리를 마친 이들이 시설격리 후기를 남기기도 하고, 호텔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건의사항도 피드백하며 더 나은 임시생활시설 운영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오랜 해외생활로 인해 식사가 맞지 않는다는 이들의 후기를 반영, 자연스럽게 식사 퀄리티가 업그레이드 됐으며 직원들도 몰랐던 격리자들의 어려움을 알게 돼 한 번 더 체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호텔, 생활치료센터에 난색 표해
한편 지난해 12월 초부터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에 이르면서 정부의 행정·의료 시스템의 과부화가 발생, 12월 12일에는 확진판정을 받고 자택에서 병원 대기 중인 확진자가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시는 앞으로 50세 이상 확진자와 경증 환자는 서울시 운영 생활치료센터에, 49세 미만의 무증상 확진자는 자치구 운영 생활치료센터에 입원시키겠다는 방침을 내걸었고, 각 구청에 생활치료센터를 확보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당시 서울시 생활치료센터는 남산유스호스텔, 태릉선수촌, 은평소방학교, 한국전력 인재개발원 등을 포함해 9개로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연수시설이었는데 서울 시내에서 이러한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본의 기준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는 의료기관으로 환자 이송이 용이한 독립된 건물이어야 하고, 1인 1실이 원칙이며 객실에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구비해야 한다. 또한 폐기물 처리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고, 학교 경계와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갖춘 시설로는 공공·민간 연수원이 아니면 호텔·모텔뿐이라 각 구에서는 조건에 부합하는 호텔에게 시설전환을 요청했지만 호텔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시생활시설에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는데, 확진자를 수용한다고 하면 주민 반대는 고사하고 앞으로의 영업에 지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호텔 관계자는 “아무리 구나 시에서 위치를 비공개하고 언론 노출을 최소화할 것이라 하지만 임시생활시설도 운영하는 동안 펜스나 구급차, 경찰대원들이 호텔 앞을 지키고 있어 시설이라 인정만 안 할 뿐 사실상 운영에 들어가면 확진자 수용 호텔이라고 낙인찍히기 십상”이라고 우려하며 “운영 계획을 받아봤더니 아무리 시설 임차료, 설치비, 운영비 등 예산을 시비로 충당해 비용 부담이 덜 할 것이라고 해도 내부 모든 시설에 비닐을 뗐다 붙였다하게 되면 시설도 많이 망가질 테고, 단순 격리와 환자 치료의 개념은 다르기 때문에 설치되는 여러 장비들로 인해 다시 관광호텔로 전환하게 됐을 때 어려움이 예상된다. 생활치료센터로 전환은 호텔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위기 속 안식처 자처하는 호텔들
코로나19로 호텔의 모습이 여러모로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임시생활시설로 호텔은 정부도, 호텔도 처음인 모델이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코로나19, 호텔에 새로운 공간의 의미 더하다, “임시생활시설은 처음이라”’ 기사는 홈페이지와 네이버 포스트에서 짧은 시간에 누적 4만 뷰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호텔 임시생활시설은 기존 공익 목적의 시설을 민간에 일부 권한을 부여하다보니 운영 방식과 입장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개월여 간 공조를 이뤄오며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서울시 대표적인 임시생활시설인 스카이파크호텔 사례는 앞으로 코로나 팬데믹과 비슷한 국가 위기가 생겼을 때 새로운 가이드가 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스카이파크호텔은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청과 함께 임시생활시설 운영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스카이파크호텔 최 차장은 “운영안에 대해서는 우선 서울시 복지정책과 담당자들과 시설격리자의 불편사항, 시설 운영 시 생각하지 못했던 위험요인 등을 주기적인 회의를 통해 공유하고 규정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정책 담당자들과 진행하고, 자가격리정책이 마무리 되는 대로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최종 개정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혹자는 호텔의 임시생활시설 운영을 코로나 시대 생존을 위한 사익추구의 일환으로 보지만, 스카이파크호텔 사례만 봐도 임시생활시설 운영은 녹록치만은 않다. 그저 영업을 위한 접근만으로는 긴 시간 시설 운영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최 차장은 스카이파크호텔의 임시생활시설 운영에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국가적 재난 시기에 호텔이 국가를 수호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한다. 임시생활시설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조금씩 손발이 맞춰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공적 논리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서비스 퀄리티의 문제들을 호텔을 통해 해결하고, 호텔은 이러한 변화를 기회삼아 호텔의 새로운 의미를 새기는 데 상부상조할 수 있기를, 위기대응 전략의 대표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안정적인 시설 운영으로
그동안 자가격리 대상자 증감으로 인한 여러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인터뷰 이후 임시생활시설로서 호텔 운영은 어땠나?
초기에 비해 격리자들이 많아지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최근 격리자들의 갑질이 심해져 시설 직원들의 고충이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무엇보다 시설 운영에 있어 직원들의 노고가 클 것 같은데 직원들 반응은 어떤가?
임시생활시설 지정 호텔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시설 운영에 나서고 있어 많은 호텔들이 주목하고 있다. 주위 호텔에서 시설 운영에 대한 문의가 많았을 것 같은데?
시설 운영을 고려하고 있는 호텔에게 조언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가?
생활치료센터의 시의 니즈가 높아지며 스카이파크도 생활치료센터로 전환 요청이 있었을 것 같다. 생활치료센터 운영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부정적인 입장이 대부분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인터뷰 당시 임시생활시설로서 모범이 되고 싶다 포부를 전했었는데 어느 정도 이루고 있는 듯 보인다. 앞으로의 시설 운영 계획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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