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otelier] 롯데호텔서울 조리팀 라세느 박원식 과장

2021.10.12 09:03:39

‘1989 라세느’와 ‘2021 라세느’를 모두 경험한, 특급 호텔 셰프의 정석

 

관광호텔업 우수 종사자를 시상해 호텔리어들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관광호텔업 발전에 기여하는 K-Hotelier Award. 지난 호에 이어 소개할 K-Hotelier 수상자는 롯데호텔서울 조리팀 라세느의 박원식 과장(이하 박 과장)이다.

 

박 과장은 1989년, 조리팀 라세느에서 요리를 시작해 다양한 업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봉사단에 참여하고 롯데호텔을 대표해 베트남 호치민으로 파견근무를 가는 등 한국 요리의 세계화에 힘썼으며 이탈리아 대사의 최애(最愛) 셰프가 되기도 했다. 현재 조리팀 라세느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 과장은 우연히 모집공고를 보고 들어간 곳이, 공교롭게도 지금 호텔 셰프 인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라세느’라고 설명하며 일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K-Hotelier 수상을 통해 자신의 호텔리어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박 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K-Hotelier

서울특별시관광협회와 호텔앤레스토랑이 관광호텔 종사자들의 동기부여를 통해 관광호텔산업을 발전시키고자 마련한 상으로 관광호텔업 종사자 중 3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임원 및 외국 국적 제외)분야별 선정, 상장과 배지를 수여한다. 2021년 K-Hotelier에는 더그랜드호텔명동, G2호텔, G3호텔 클러스터 경영지원팀 정필립 팀장, 롯데호텔서울 조리팀 박원식 과장, 반얀트리클럽앤스파 서울 구매팀 성미연 과장이 선정됐다. K-Hotelier 수상자 인터뷰는 순차적으로 본지에 게재된다.

 

K-Hotelier 수상을 축하한다. 주변 반응과 소감이 궁금하다.

고객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호텔리어들을 격려하는 좋은 상을 받아 영광이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올해 56세로 3, 4년 후엔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처음에는 나보다는 에너지 넘치고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상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상을 계기로 32년 동안의 호텔리어 인생을 되돌아보고, 내가 호텔 셰프로서 보낼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후배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롯데호텔에서만 32년을 근무했다. 그동안의 이력을 이야기 부탁한다.

1989년, 23살에 호텔에 입사했다. 88올림픽이 끝난 직후 대한민국 관광업이 눈을 뜨기 시작할 때였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다 우연히 롯데에서 낸 조리 보조 직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그 전엔 조리를 배워본 적도 없었다. 합격 후, 6개월 실습, 3개월 수습 과정을 거쳐 조리팀 라세느에 배치받았다. 이것을 계기로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된 요리에 입문하게 됐고 현장에서 요리에 대한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성장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롯데호텔 대표 봉사단의 일원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롯데호텔 체인이 참가하는 요리 경진대회에서 개인부분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조리부분 단체 경기에서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어 육류를 다루는 부처(Butcher) 업장 책임자, 이태리 레스토랑 페닌슐라 업장 책임자, 호치민 호텔 수셰프 파견근무를 거쳐 다시 라세느 업장 책임자로 돌아와 업장의 후배직원들에게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요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 습득을 전해주고 있다.

 

경력 중 ‘베트남 파견근무’가 눈에 띈다. 외국에서의 근무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베트남 호치민 호텔 수셰프로 1년간 파견근무를 다녀왔다. 롯데호텔 소속 셰프, 그리고 한국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며 호텔의 문화와 요리 기술을 지도하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 교민들이 호치민 호텔을 방문했을 때 식문화 차이로 인한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국 음식을 제공한 것도 뿌듯했다. 이에 더해 나 또한 베트남의 문화와 음식에 대해 흡수하고 왔다. 직접 현지의 음식을 체험하고 왔으니 명확한 기준이 생겨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국인들에게 베트남 현지 음식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오랜 경력 동안 가장 보람됐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롯데호텔 서울 이태리 레스토랑 페닌슐라 업장책임자로 일할 때였다. 업장의 이탈리아인 셰프와 협업해 이탈리아 대사관 행사에서 초청객들에게 제공할 메뉴를 구성했다. 초청객들의 30%는 이태리인, 70%는 한국인임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끔 많은 공을 들였다. 파스타를 비롯해 즉석에서 조리하는 것이 많은 이태리 요리 특성상 요리를 완성해 가져가기보단 재료를 세팅해 가져갔는데, 꽤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탈리아 대사에게 이곳의 요리가 가장 맛있고 이탈리아에서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는 극찬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이탈리아 대사는 단골고객이 돼 코로나 사태 전까지 이탈리아 대사관에서의 수십 건의 크고 작은 행사를 롯데호텔 페닌슐라에 출장을 요청, 성공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서비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고객의 요청 사항에 대해 쉽게 안 된다고 답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의 입장이 돼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려 노력하며 만약 고객의 요구가 범주에 벗어나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다. 서비스를 할 때는 ‘YES’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가급적 ‘NO’는 머릿 속에서 뺀다. 한번은 집을 리모델링하는 20일 가량의 기간 동안 투숙한 고객이 소금 간이 센 음식을 먹지 못하겠다고 별도의 음식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직원들은 기존의 음식에 더해 별도의 음식을 조리해 제공했다. 그 고객이 답례로 직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박카스 10박스를 선물했다. 우리의 서비스 철학이 고객에게 전해진 것 같아 기뻤다.

 

자신만이 지닌 호텔리어로서의 장점은 무엇인가? 또 후배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내 업이기도 한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요리를 더욱 잘하기 위해 파고들어 연구하고 현장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또 직급, 남녀, 나이 등을 따져 직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생이던 조리장이던 똑같이 존중하고 대우하려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 개개인은 모두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놓치는 부분을 잘 하는 사람도 있기에 언제나 소통을 하려 한다. 소통 방법 중 하나로 카카오톡을 이용하기도 한다. 카카오톡은 정말이지 혁명이다(웃음).

 

라세느의 경우 단체 카톡방이 있어 요리 팁, 공유할 사항, 서로의 잘한 점, 잘못한 점 등을 올린다. 내가 제시한 방법인데 조직원이 성장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효율적이다.

 

앞으로 호텔리어로서의 포부 및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먼저 32년 동안 일해 온 롯데호텔에 고마운 감정이 크다. 호텔 셰프로 일해오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웠다. 남은 기간 동안 후배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라세느라는 업장을 한국 최고의 뷔페 레스토랑으로 리뉴얼 오픈하고 싶다. 누군가 ‘최고의 뷔페’가 어딘지 물었을 때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롯데호텔 라세느’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고객으로 하여금 먹었을 때 행복을 감정을 느끼게 하는 요리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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