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otelier
대한민국 관광호텔업계 실무 종사자만을 위한 최초의 포창제도인 K-Hotelier는 지난 2016년부터 서울시관광협회와 <호텔앤레스토랑>이 공동 주최. 지난해까지 모두 14인의 K-Hotelier를 선정해 왔다. K-Hotelier 포상제도의 목적은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호텔종사자(호텔리어)에 대한 동기부여 및 자긍심 고취를 통한 관광호텔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선정된 K-Hotelier에게는 표창장 및 14K 금배지를 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19년 K-Hotelier의 네 번째 주인공을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의 배병일 헤드매니저다. 롯데호텔에서 30여 년을 서비스맨으로 지내온 배병일 헤드 매니저는 서비스맨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이력을 갖추고 있다. 두 곳의 미쉐린 레스토랑의 근무, 사내 강사, 그리고 K-Hotelier까지. 그가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갖추게 된 것은 누구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뼛 속까지 밴 서비스 정신 때문이다. 자신의 서비스를 받고 고객이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고 있는 최고의 호텔 서비스 닥터, 배병일 헤드 매니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입사 계기
1989년 군 제대 후 취업을 위해 학교에 방문, 취업상담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성이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라며 서류 봉투를 건냈는데 그 안에는 롯데호텔 입사지원서가 들어있었다. 다음날 방문해 면접을 본 후 이틀 뒤 출근했는데 벌써 30년이 흘렀다(웃음). 그때 학교에서 만났던 인사담당자와는 지금까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오픈 멤버로의 활약
입사 후 당시 350석으로 제일 컸던 롯데호텔 커피숍, 페닌슐라를 시작으로 프렌치, 이태리, 중식당 등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왔고 특히 굵직굵직한 식음업장 오픈에 많이 참여할 수 있었다. 첫 번째가 2005년 롯데월드호텔 32층 중식당 ‘도림’의 리뉴얼 오픈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하며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한 적도 많았다. 오픈 이후 모든 오퍼레이션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 그 뿌듯함은 아직도 가슴이 뛸 정도다. 2008년에는 롯데호텔 Executive Tower 35층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 오픈TFT 멤버로 참여해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미쉐린 2스타를, 2017년 롯데호텔의 6성급 월드타워 시그니엘서울 81층 스테이(STAY) 오픈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제일 전망좋은 레스토랑 선정과 미쉐린 1스타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미쉐린 레스토랑의 헤드 매니저
미쉐린 레스토랑은 멀티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서비스가 분업화돼 있다. 셰프 드 랭 시스템(Chef de Rang System)이라고 하는데 이는 정중하고 일정한 격식을 요하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과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조직 구성원 운영 방법 중 하나다. 고객접점에서 서비스하는 캡틴급 이상의 시니어 서비스맨과 와인을 음식에 맞춰 마리아주를 추천하는 전문적인 소믈리에, 고객의 글로벌 예약을 담당하는 호스티스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것이다. 특히 미쉐린 가이드의 제일 중요한 평가 항목인 맛과 고객 접점에서 미쉐린 셰프의 철학이 담긴 최상의 요리를 어떻게 고객에게 표현하느냐가 서비스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요리의 설명만으로도 그 요리의 맛을 먼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처음에는 희귀하고 다양하며 어려운 식재료 이름에 익숙해지기 위해 아트를 담은 요리에 대한 설명을 디테일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2의 보람, 사내강사
2004년부터 사내강사에 임명돼 15년 동안 겸직활동을 했다. 이 시기는 내 호텔리어 인생에 매우 뿌듯한 시간으로 채워져있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후배 양성은 물론 나만의 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 철학을 쌓을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롯데호텔이 괌,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에 진출하면서 외국인 호텔리어들의 서비스 역량을 높이는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3년 롯데그룹에서 진행했던 롯데 인재개발원 프로그램 ‘나는 강사다’를 통해 ‘비즈니스 테이블 매너’라는 콘텐츠로 1등을 수상한 것도 호텔리어로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K-Hotelier 선정 그 후
K-Hotelier 수상 후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 국내 호텔에 종사하는 최고의 서비스맨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상인만큼 민간 외교사절로서 대한민국의 관광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로 알고 앞으로 더욱 정진할 계획이다.
호텔리어로서 모범생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자기계발을 통해 고객의 영혼을 사로잡는 최고의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오늘도 현장에서 열심히 힘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많은 호텔리어들에게 K-Hotelier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서비스맨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식음팀은 호텔의 꽃이다. 식음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고객을 만나기 전부터 시작되며 고객의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읽어내야 하는 고도의 감성 테크닉이다. 매너만 좋은 서비스보다는 생각을 통해 배려하는 서비스가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 최상의 서비스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나온다. 최고의 서비스맨이 되기 위해선 연출력이 뛰어난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소극적이고 무뚝뚝한 ‘모범생 스타일’의 서비스맨보다는 싹싹하게 고객과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쇼맨십을 발휘하는 ‘끼’있는 서비스맨이 고객을 행복하게 한다.
가족 같은 고객
나의 작은 정성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감동으로 전달돼 ‘Thank Letter’로 이어질 때 제일 뿌듯하다. 고객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서비스에 감사하다며 직접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나 과일을 가져다 주는 고객들에게는 가족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때때로 불평,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을 당해내지 못할 때도 많다. 이때 받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퇴근 후 맥주 한 잔으로 날려버린다.
30년 서비스맨의 노하우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어라’
매순간 고객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 그것을 나만의 서비스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이 나의 서비스 철학이다. 내가 서비스로 하는 환호 한마디가 고객에게는 두배 이상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이곳에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스테이에서, 81층의 야경을 보며, 좋은 음식과 나의 서비스로 힐링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때는 마치 내가 서비스 닥터가 된듯한 느낌이다. 진심으로 고객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서비스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고객의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는 생각을 읽어내고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고객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곳이 곧 고객에게 서비스 천국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