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대항해서 나타난 공유경제 사업모델은 브레이크 없이 여러 분야에서 성장을 하다가 금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공유경제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더 이상 공유경제의 성장성은 유효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 배달이 늘면서 공유주방의 매출세가 높아지는 등 공유경제 모델은 코로나 종식과 더불어 시대적인 흐름을 타고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작년 초 호텔에 공유경제의 사업모델을 접목한 형식으로 공유호텔(Share Hotel) 개념에 대한 정의를 언급한 바 있다. 그 정의는 ‘호텔이 가진 유휴자원을 지역과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지역과 아주 밀접하게 결합되기 위한 커뮤니티의 강조였다.
이러한 개념이 접목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업지 특성: 홍대 거리상권
본 건축물이 들어설 사업지는 홍대 특유의 도시 문화와 탄탄한 골목상권이 지역의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 중인 서교동에 위치해 있다. 지역 문화형성의 배경을 살펴보면, 1955년 홍익대학교가 용산구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면서부터 미술대학만 남은 홍익대학교 앞에는 입시미술 학원가가 자연스럽게 조성됐고, 미대생들이 주택 차고를 개조해서 작업실을 만들었는데, 이 때 작업실에서 미대생들이 모여 놀던 문화가 훗날 홍대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엔 문민정부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지리적 이점 등으로 인해 인디 문화가 자생적으로 발달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전체적인 홍대거리의 흐름이 미술에서 음악으로 넘어갔다. 2000년대 들어서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또 한 번 홍대거리는 변화를 맞는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가까웠던 홍대는 외국인들이 쉽게 찾으며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 결과 라이브 카페 등이 쇠퇴하고 클럽이 더 확대됐다.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홍대 놀이터’와 ‘클럽데이’도 유명해졌다. 이 시기에 걷고 싶은 거리 등이 조성되면서 지금의 틀이 잡혔다.
홍대 문화는 합정역, 상수역 주변과 망리단길이라고 불리는 망원동, 홍대입구역에서 경의선 숲길로 이어지는 연남동으로 퍼져나가며 전체적으로 이 지역은 예술을 바탕으로 골목상권이 특화된 범 홍대권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교동 소셜라이징 플랫폼
본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호텔 부대시설 구성에서 벗어나 객실과 공유주거, 공유오피스, 공유주방 등과 더불어 홍대 거리상권의 휴먼스케일을 반영한 커뮤니티 빌리지로 구성된다. 객실은 홍대, 신촌지역의 대학생 및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장기투숙과 외국인 개별관광객 및 내국인 레저를 대상으로 한 단기투숙 등 크게 두 타깃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호텔+공유주거의 성격이 믹싱된 개념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공유오피스, 공유주방의 공간에서 적극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게 된다.
건축물의 다양한 실내 프로그램들은 외부공간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도록 계획했다. ㅁ자형 건물 중앙에 위치한 코트야드에서는 여러 가지 라이프스타일 숍들과 함께 상시적인 문화/예술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건물 측면에는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해 거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휴게쉼터 및 만남의 장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적인 건축물의 조형은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저층부는 휴먼스케일의 박공형 리테일들이 코트야드를 중심으로 분산돼 있고, 상층부는 ㅁ자형 메스가 여러 개의 켜로 분절되면서 적층하는 구조로 돼 있다.
본 프로젝트는 2023년 상반기 오픈할 예정인데 그 시점까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면 홍대 문화상권 거리에 또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 명소로 들어서길 기대하고 있다. 호텔업계 역시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당면한 과제지만, 코로나19 이후 미래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한 시기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