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지역문화에 기반하는 Urban Entertainment Hotel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구 캐피탈 호텔)

2020.06.29 08:50:07


‘용산구 이태원동’은 1997년 서울에서 최초로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광복 이후 일제가 군용지로 사용하던 용산기지에 미군부대가 최초로 진주했고, 1952년 6.25 이후 정부에서 용산기지를 미군에 정식으로 공여했다. 이후 용산기지 주변으로 미군을 위한 구멍가게나 주점, 기지촌 등이 들어서면서 미군위락지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미군 및 관련 외국인들의 집단거주지로 도시화가 이뤄지다가 1980년대 88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회의와 행사들이 개최되면서 이태원은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일본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1번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1988년에 개관한 캐피탈호텔은 이러한 관광수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호텔로 부대시설은 나이트클럽, 가라오케, 사우나 등의 유흥시설들로 채워져 있었다. 30여 년의 세월은 호텔이 위치한 이태원 지역문화의 변화만큼이나 호텔 사업구조 및 조닝 시스템 역시 많은 변화를 요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호텔 사업구조의 변화
최근 서울 도심지 내에 새로 오픈하는 호텔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호텔 단독의 건축물보다는 Retail+Hotel의 복합구조 방식을 띄는 것을 볼 수 있다. 홍대 L7, 강남 Andaz, 인사동 나인트리 프리미어 등 저층부에는 상업시설을 구성하고 상층부에는 호텔을 얹는 형식으로 건축물들을 구성하는 이유는 도심지 값비싼 땅에 호텔을 짓다 보니 일부 임대형식을 통해 전체 사업에 대한 수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크게 바뀐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키기에는 전통적인 호텔의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도 작용됐다.


이러한 호텔 사업구조의 변화를 고려해 구 캐피탈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은 단독 호텔이었던 기존 용도에서 Retail+Hotel의 복합 용도로 제안됐다. 2018년 7월의 한여름, 프로젝트가 착수되고 몇 년 동안 방치돼 있던 호텔의 부대시설들을 둘러보았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많은 호텔들에 대한 답사나 견학을 다녀봤지만, 지하층(지하 6층 규모)에 그렇게나 큰 규모의 부대시설이 채워져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 몇 년 동안 시설들이 이용되지 않고 방치되다 보니 마치 전쟁터의 폐허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흥시설들은 건축물 지하에 위치하는 것이 운영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걷어내고 라이프스타일 호텔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들을 지하에 구성하는 것은 기존 구조상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지하로 접근하는 동선을 개선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신설하고 기존 외부도로에서 접근하는 선큰(Sunken)공간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대안을 찾았다. 또한 일부 공간은 콘크리트 지붕을 절개, 유리천정(Top Light)을 신설함으로써 자연채광이 지하공간으로도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구조적인 핸디캡에 대한 디자인 변경과 더불어 북까페(Arc & Book),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띵굴), 신개념 찻집(ALTDIF), 수제맥주(브루어리) 등 호텔과 함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는 리테일들이 입점됐다.


 


복합건축물의 조닝 시스템
예전 칼럼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호텔이라는 용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디자인적인 방법은 주 출입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 구 캐피탈 호텔은 과거 호텔들처럼 진입구 전면에 주출입구와 캐노피를 가지고 있었는데 저층부에 위치하는 신규 리테일들을 일반 고객들이 이용할 때 호텔의 출입구를 들어와 이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접근성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클 것으로 판단됐다. 이런 이유로 호텔의 주 출입구 및 로비 공간을 기존 1층에서 경사진 대지의 특성을 감안해 2층으로 옮기고, 1층의 주출입구 및 로비공간은 공공에게 열어주는 개념으로 누구나 편하게 접근하도록 조닝 및 디자인을 변경했다. 2층 후면에 신설되는 Drop-Off Zone은 새로운 캐노피 계획으로 호텔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에 맞도록 디자인됐다. 일반적으로 호텔사업을 구상하는 클라이언트에게 호텔의 주출입구를 정면이 아닌 건물 후면에 위치시킨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쉬운 부분은 아니지만, 다행스럽게도 본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의 경우 최근 호텔 사업구조의 변화 및 트렌드를 잘 이해하는 관계로 실제 구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새롭게 브랜드 및 디자인이 변경된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구 캐피탈 호텔)은 7월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 및 호텔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이긴 하지만, 국내에 최초로 도입되는 신규 브랜드 호텔이라는 점, 이태원 권역이라는 핫플레이스에 위치하는 점 등 흥미를 가질만한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 호텔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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