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지역과 상생하는 수평적인 호텔(FLAT HOTEL)

2019.11.29 09:20:55

- 한국 로컬호텔의 지향점Ⅱ

2019년 컨슈머인사이트(Consumerinsight)의 국내여행 및 숙박 조사결과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를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국내 휴가지인 강원, 제주, 부산 외에 경기 및 수도권, 남해, 대구 등의 여행 비중이 상승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내 여행 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숙박시설로 펜션의 점유율을 호텔이 뛰어 넘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행지의 선택이 다변화 되고 있는 현상은 관광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가끔 지역에서 호텔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호텔 운영에 대한 애로사항을 토로하곤 한다. 지난 4월 ‘로컬호텔의 가까운 미래 : 공유호텔’ 이라는 주제에서도 지역에 들어서는 로컬호텔은 일반적인 호텔의 구성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한바 있는데, 이번에 언급하는 사례들은 이보다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의 지역상생 방안으로 제안해보고자 한다.



Albergo Diffuso
알베르고 디푸소(Albergo Diffuso)는 70년대 지진 이후에 복구된 주거지들을 관광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탈리아의 베네토 북부 지방인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Friuli Venezia Giulia)의 카르니아(Carnia)에서 1982년에 처음으로 시작됐다. 영어로 번역하면 분산 호텔(Dispersed Hotel), 흩어진 호텔(Scattered Hotel)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지역에 신규로 숙박시설을 신축하는 대신, 기존의 빈 주거지들을 호텔의 객실, 부대시설들로 리뉴얼하는 방식을 통해 부족한 시설들을 충당해 개발이 이뤄졌다. 이는 대도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높이 경쟁적인 수직 호텔의 개념이 아닌 수평적인 호텔(FLAT HOTEL)의 건축적인 개념을 통해 지역 밀착형의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측면이 상당히 색다르다고 볼 수 있다. 즉, 알베르고 디푸소는 소위 도심에 위치하면서 객실과 각종 서비스 시설들이 한 건물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닌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각기 다른 건물들에 위치하는 수평적인 호텔(FLAT HOTEL)을 말한다. 이 호텔은 방문객들에게 지역의 삶의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모든 제반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방문객들을 위한 공동의 서비스 및 시설, 공간 등을 포함하는 환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발방식에는 몇 가지 주요한 키워드가 전제된다.




․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 협동조합 방식
․ 기존 건축물의 재활용 : 숙소, 리셉션, 라운지, 레스토랑 등
․ 각각 시설들의 거리는 200m 이내 위치


이와 같은 개발방식으로 알베르고 디푸소는 부정적인 환경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 친환경적인 지역 개발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알베르고 디푸소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건설할 필요가 없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물리적인 환경을 복구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유기적인 망을 구축하는 것으로써 그 한계를 명확히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알베르고 디푸소는 기존의 개발 방식 위주의 스탠더드적인 접근 방법을 따르지 않는 독창적이면서 보다 더 문화적인 접근방법이라 할 수 있다.


Enso Ango Hotel in Kyoto
알베르고 디푸소의 개발방식을 차용해 2018년 10월 일본 교토에 오픈한 엔소 안고 호텔(Enso Ango Hotel)은 이러한 지역과 수평적인 호텔의 결합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5개의 건물(호텔)을 여행하며 도시의 살아있는 문화를 느끼다.”라는 모토로 만들어진 엔소 안고 호텔은 5개의 건물들이 교토 중심가를 기준으로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분산돼 만들어졌다. 1개의 호텔에 체크인을 하면 나머지 4개 호텔의 부대시설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시스템이 구성돼 있는데 각각의 호텔들은 기본 라운지 외에 레스토랑, 일본식 다실, 다다미 살롱, Gym 등의 차별화된 부대시설을 개별로 보유하고 있다.



5개의 분산 된 건물을 둘러싼 교토의 거리와 주변을 산책하면서 풍부한 현지 음식, 예술 및 공예품을 여행객들이 자유로이 즐길 수 있고 각각의 건축물들이 자신만의 특색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가짐으로써 공간적인 다양성을 제공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5개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어제 A호텔에서 본 직원을 오늘은 B호텔에서 볼 수 있어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11월호 칼럼에서 언급한 일본 로컬호텔들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방식과 더불어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개발방식은 모두 기존의 호텔을 계획하는 문법들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핵심은 호텔이 들어서는 지역과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들 최근에 계획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들의 주요 키워드로 스토리텔링을 언급하곤 하는데 결국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의 특색이 아닌, 지역과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그 호텔만의 차별화를 가지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2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