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호텔산업 2.0의 미래

2020.12.29 08:50:00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지만, 호텔업계는 여전히 해가 바꿨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듯하다. 정확한 시점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2021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관측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도 관광산업은 외부의 다양한 충격에 주기적으로 영향을 받아 왔다.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사드(2016년) 등 외부 전염병이나 정치상황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고, 그 때마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극복을 해내곤 했다.


물론,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는 과거의 영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관광산업 및 그에 속한 호텔업계에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관광절벽의 시기는 올해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 위기로 인해 호텔업계는 많은 변화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이 위치한 지역별로도 편차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동안 관광산업의 메카로 호황을 누리던 서울지역 호텔들이 이번 코로나19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리조트나 펜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던 해안지역 호텔들의 경우 청정 공간 이라는 인식으로 영업에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당분간은 호텔들이 위치한 지역, 시설구성, 운영상태 등에 따라 이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생존유무가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호텔업계는 큰 상승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어 그 근거를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Ⅰ. 국내외 관광수요의 회복

코로나19 이전을 복기해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의한 2019년도는 외래관광객이 1750만 명으로 과거 최고치인 2016년도의 1724만 명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한 한 해였다. 코로나19가 종식이 되는 시점부터는 순차적으로 2019년의 외래관광객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상당기간 사람들은 오프라인 활동이 위축되면서 답답함,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기연구원에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국민여행 실태 및 인식’에 따르면 여러 가지 여행을 기획하는 동기 중 ‘사회적 거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50.8%로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 올 하반기까지 일정부분 지속된다면 3만 불 시대에 확장돼 오던 관광, 레저에 대한 욕구가 코로나19의 종식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증가될 것이며, 그에 대한 가장 큰 수혜는 국내여행과 관련된 업종 중 호텔업계일 것으로 예측된다.




Ⅱ. 호텔업계의 구조조정

호텔업계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지속적인 공급이 이뤄지고 있었다. 2019년 통계까지 전국 관광호텔은 총 1050개로 2012년 683개에서 약 150%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외래 관광객들의 년도별 증가 추이를 상회하는 공급이 이뤄지다보니 그 사이 객실 이용률(OCC)은 점차적으로 낮아지게 됐고 업체 간의 가격경쟁 등으로 수익구조는 점차 낮아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코로나 사태가 해를 넘기며 지속돼 작년 하반기부터 수익구조가 양호하지 않았던 호텔들 순으로 폐업이나 매각 등의 절차에 들어가고 있으며, 올해 역시 상당수의 호텔들이 이런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에서도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운영이 어려운 호텔들을 매각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여러모로 호텔업계에는 지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에서는 호텔 숫자의 부족으로 경쟁이 줄어들고 오히려 공급이 부족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Ⅲ. 호텔산업 2.0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지 선택과 숙박시설 선택시 ‘청결’, ‘안전’ 등의 키워드가 중요 요소로 부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주목받기 시작한 캠핑, 호캉스, 힐링 등의 관광형태는 더욱 더 다양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4%를 차지하는데 이 세대들의 새로운 소비성향과 코로나19로 인한 관광형태 변화는 필연적으로 호텔산업의 구조 변경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기존 ‘호텔산업 1.0’이 비즈니스 중심의 서비스산업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 변화될 ‘호텔산업 2.0’은 휴양, 레저, 거주중심의 서비스산업으로 변모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호텔은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생활하는 공간’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일반인들이 여가생활의 일부로 극장, 공연장, 스포츠시설을 찾아가듯이 호텔 역시 휴가시즌 이외에도 일상에서 찾아가는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변화들을 담기 위해서는 호텔 건축디자인 역시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이전 칼럼들에서 언급을 한 바와 같이 객실의 경우 가족 단위들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 및 조닝으로 조정돼야 하며, 부대시설의 경우 최근 신규 호텔에 필수아이템으로 들어가는 수영장, 키즈카페 외에도 킬러콘텐츠들이 추가적으로 개발돼야 하는 상황이다.

2021년은 이렇게 변화하는 호텔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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