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건축 호텔설계의 비하인드 스토리

2019.05.18 09:20:23


작년 5월에 오픈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담당이사와 식사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뉴스에 언급된 AI서비스 운반 로봇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오픈 이후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를 물어보니 다행히도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개인적으로 설계를 담당한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운영상의 몇 가지 애로사항에 대안 언급을 듣게 됐다. 실내수영장의 부재와 최상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E.F.L) 규모가 운영을 하기에는 조금 작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성수기 시즌에 가족단위 고객 유치에 일부 애로사항이 있다는 내용에 결국 이런저런 변명을 하면서 식사 자리를 마치게 됐다.


2014년에 처음 설계가 시작된 코트야드 프로젝트는 마곡지구에 대단위로 들어서는 LG 사이언스파크를 지원하기 위한 비즈니스호텔로 시작됐다. 약 2만 명 정도의 연구인원이 상주하는 R&D 연구소의 특성상 국내외 비즈니스 출장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측됐고, 이를 위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객실 및 다수의 미팅룸 등을 보유한 호텔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초기 프로그램 구성 역시 비즈니스호텔의 콘셉트에 맞춰 객실 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A.D.D,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외에 부대시설은 미팅 용도의 컨퍼런스룸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초기 프로그램 확정 이후 운영수지에 대한 사메리어업성 분석을 돌려본 본 결과 LG 사이언스파크 출장인원만으로는 호텔의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고, 타깃의 범위를 좀 더 넓혀 가족단위 고객들에 대한 대응으로 지하 1층에 수영장을 도입하는 계획안이 검토됐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역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현재 규모보다 좀 더 크게 검토됐다. 하지만 수영장 도입 계획은 결국 초기 투자비 증가 및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결론에 의해 현재와 같이 캐주얼 미팅룸 ‘아이디어 가든’으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크기 역시 한 객실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수지 분석 상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의해 현재 설계 규모를 기준으로 건축물이 완공됐다.


설계를 진행할 당시에는 다양한 전문분야의 관계자들(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컨설팅 전문가, 호텔 운영사, 발주처)이 많은 고민과 분석을 통해 최적의 계획안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건물이 다 지어지고 본격적인 운영이 되면서 발생되는 부족한 부분들은 호텔설계라는 것이 정말로 어렵고 미래예측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사례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최근에 호텔설계를 할 때는 몇 가지 본인만의 원칙을 가지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 이용객에 대한 사회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보통 200~300객실 정도 규모의 호텔을 짓기 위해서는 4~5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이야기는 초기 시장분석과 실제 건축물이 지어지고 나서 운영될 때의 시장상황이 예측과 다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역시 초기 컨설팅 분석시 마곡지역의 R&D 및 김포공항 인접지의 요인 등을 토대로 비즈니스 80%, 레저 10%로 수요를 예측,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하지만 그 당시 이미 여가 및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려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사회적인 변화요인을 간과한 것이 지금의 간극을 만든 요인으로 생각이 된다. 사업 초기 컨설팅이 진행될 때는 해당 부지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 외에도 글로벌 사회경제에 대한 변화 역시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정화된 호텔 프로그램 구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호텔 운영 시 수익 분기점을 통상 객실이용률(Occupancy) 70% 정도로 본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30%의 객실은 극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날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이고, 수익의 관점만을 가지고 너무 많은 객실 수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운영되고 있는 호텔들의 웹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점점 더 다양하고 많은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의 유입을 꾀하고 있다. 객실만 많고 최소화된 부대시설만으로 구성된 호텔에서는 이러한 프로모션에 대한 활성화를 이루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공용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Flexible한 공간이 배치될 필요가 있다.


셋째,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번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업이든 정해진 일정은 항상 있고, 지연이 될 경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호텔 같은 건축물일수록 높은 추가 금융비용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의 하에 만들어진 의사결정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 것은 성공적인 사업수행에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호텔이라는 건축물이 한 번 지어지고 나면 최소 30~40년 이상 운영이 지속되는 것을 고려하면 건물의 완공 전까지는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끊임없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판교의 G Hotel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가 완료되고 착공 이후 운영사 측에서 뒤늦게 실내 수영장에 대한 신설을 요청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12개의 객실이 없어져야 했고 적지 않은 변경 비용이 수반되는 관계로 시공사, 사업주 측에서는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미팅을 통해 최종적으로 설계변경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개인적으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건축물이 계획되고 완공되기까지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관여하고 다양한 요소에 의해 생각지도 못한 의사결정들이 이뤄지기도 한다. 처음 디자인을 계획하는 건축가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Project Manager로서의 역할도 주도해야만 좋은 퀄리티의 건축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건축가 역시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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