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호텔 건축설계 가이드, 건축설계란 무엇인가

2018.06.29 09:25:10

건축설계란 무엇인가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한 16년이란 시간동안 적잖게 당황스러운 점은 가족모임 등에서 조카들이 ‘삼촌이 하는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그에 대한 답으로 건축물을 짓기 위해 그 목적에 따라 실제적인 계획을 세워 도면으로 그리는 일이라고 나름 풀어서 설명을 해 주지만 명쾌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터넷 등에서 건축설계에 대한 정의를 검색해 보면 다양한 설명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를 언급하면 ‘건축설계(建築設計, Architectural design)는 건축물을 구축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능, 형태와 구조를 결정하고 물리적 형식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총칭한다.(학문명백과 : 공학-형설출판사) 학교 다닐 때 건축의 3대 요소로 배웠던 구조, 기능, 미를 풀어 쓴 내용인데 일반인들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냐고 물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호텔사업 프로세스
호텔설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전에 호텔사업이 어떤 단계를 거쳐서 만들어지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상품기획(Product Planning) 단계는 사업지에 대한 선정부터 환경 분석, 시장조사를 거쳐 호텔의 규모 및 등급을 결정한다. 상품재원(Financing) 단계는 전체 사업비에 대한 조달 방안 및 수익성 분석 등을 통해 호텔 경영방식 및 운영사를 선정한다.


호텔 사업자가 건축가와 만나는 시점은 3번째 설계(Design) 단계다. 건축가는 사업지에 적용되는 건축법규 및 호텔 운영사의 공간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건축물의 내·외부 디자인, 동선체계, 구조, 기계, 전기, 소방, 토목, 조경까지 건축물이 지어지는데 필요한 모든 영역을 구상 및 협업해 도면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또한 그 도면을 가지고 해당 구청이나 시청에 사업자를 대행해 인허가를 수행하며, 이 부분이 완료돼야 다음 단계인 건설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 호텔 설계가 다른 용도의 건축물 설계와 다른 점은 건축물의 내부 디자인 중 고객이 이용하는 공간(로비, 레스토랑, 객실 등)은 국내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전문 인테리어사무소가 담당한다는 점이다. 일반 오피스, 병원 같은 건축물 설계의 경우는 내부 디자인을 건축가가 같이 수행하는 비율이 높은 것과 비교하면, 호텔설계는 좀 더 세분화돼 설계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건설단계(Construction)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현대, 대우건설 등 시공회사들의 업무분야로 실제 건축물을 짓는 행위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도 기존에 설계단계에서 완료된 도면으로 건축물이 그대로 지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사업비 절감 및 효율성을 이유로 VE(Value Engineering) 절차가 시공회사 혹은 CM(Construction Management)에 의해 필수적으로 수반되고 인테리어 디자인 변경, 호텔 운영사의 교체 등에 의해 설계변경 등이 빈번하게 발생된다. 호텔사업의 마지막 절차는 사무개선(Organization & Method) 단계로 신규 모집된 직원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 건축물 시험가동, 홍보 등의 업무를 거쳐 비로소 그랜드오픈을 맞이하게 되고, 이후 건축물에 대한 시설 유지보수 및 주기적인 리모델링이 반복되게 된다.



호텔 건축설계 시장
호텔은 여러모로 문턱이 높은 영역이다. 일상의 생활에서 쉽게 접하기보다 휴가 등을 계획할 때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호텔 객실이 어떻게 생겼고 부대시설은 얼마나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캐주얼한 복장으로 들어가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기는 건축물로 실제 건축가들에게도 호텔건축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1970년대 중반 경제성장 및 국제행사들의 유치와 맞물려 서울을 중심으로 신라, 롯데호텔 등 11개의 특급호텔이 오픈하며 호텔설계 시장이 1차 활황기를 맞게 됐지만, 이런 건축물의 설계는 유명 해외설계사무소나 일부 국내 건축가들만의 영역이었다. 2012년 해외관광객 천만시대가 열리면서 정부는 그해 말 ‘호텔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2차 활황기는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폭증했다. 서울을 기준으로 2013년 말 191개의 호텔이, 2017년 말 399개(호텔업운영현황-한국호텔업협회)로 약 200% 이상 증가하며 현재 호텔업계는 공급과잉 후폭풍에 휩싸여 있는 반면, 그 기간 동안 건축설계사무소들은 호텔설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많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 계기가 됐고, 최근 몇몇 대형 건축설계사무소들은 호텔 건축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팀을 지속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필자 역시 운 좋게 이 시점과 맞물려 간삼건축이라는 대형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하며 처음 접한 호텔설계는 2012년에 시작, 2014년 하반기에 오픈한 Aloft 서울 강남이다. 호텔이라고는 신라, 롯데호텔 등 국내 브랜드의 이름만 알고 있던 호텔 문외한이 그 때까지 국내에 도입된 적이 없던 SPG(Starwood Preferred Guest) 계열의 생소한 해외 브랜드 및 호텔이라는 공간을 설계 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과 다를 바 없었고, 그 과정에 아쉬웠던 부분은 호텔 건축설계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연재할 내용들은 이론적인 호텔사업 프로세스와 현장의 상이점, 건축가들이 중요시하는 세부 공간들의 특성, 호텔 브랜드가 실제 건축설계에 미치는 영향 등 현업에서 실제 작업 시 맞닥뜨렸던 구체적인 내용들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며, 이 이야기들이 호텔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좀 더 쉽게 호텔건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Comming Soon!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Contents

1. 호텔설계 프로세스
Courtyard Marriott Seoul Botanic Park 사례를 Aloft호텔 중심으로 건축설계
진행시 발생된 프로세스 상의 차이점


2. First Impression_ 호텔의 첫인상
호텔 주출입구, 로비 등 공용공간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호텔에 대해 느끼는 첫인상에 대한 건축설계의 의도


3. Maximum View_ 호텔 조망의 가치
호텔 투숙할 때 객실 및 공용공간에서 바라보는 전망의 가치가 건축설계에 미치는 영향


4. 호텔의 숨겨진 공간_ B.O.H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호텔 후방공간에 대한 소개 및 설계 시


주요사항
5. 호텔 브랜드 & 자동차 브랜드
해외 브랜드에 대한 소개 및 호텔설계에 미치는 브랜드의 세부 사항


6. 호텔건축 트랜드
관광호텔 특별법 종료 이후 진행되고 있는 호텔 건축의 트렌드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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