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정동욱
건축설계라는 분야는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불려지곤 한다. 디자인 분야 외에도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구조역학, 냉, 난방 등의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설비, 건축법 기준에 충족하기 위한 인허가 행위 등등 여러 분야들을 고민하고 해답을 내야 한다.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그중에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디자인에 건축가가 투입하는 시간은 20~30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비율 밖에 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완공된 건축물에 대한 평가는 결국은 보여지는 디자인으로 판가름이 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 디자인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이러한 내용을 통칭해서 ‘개념(Concept)’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건축가들이 어떤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낼 때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느냐고 물어본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음악, 자연, 그림, 영화, 일상의 생활 등등 무수한 것들에서 우연히 혹은 지속적인 고민의 산물로 표출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지어지는 건축물들이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건축물에는 이러한 개념이 없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건축물, 나쁜 건축물에 대한 판단은 이러한 개념들이 디자인적으로 좀 더 보여지는 것으로 판가름 나고는 한다. 필자가 이렇게 장황하게 개념에 대해서 언급하는 이유는 2020년 12월 30일 그랜드 오픈한 그래비티 서울 판교(GRAVITY SEOUL PANGYO)의 개념을 공유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Inspiration : Once Upon A Time In America
그래비티 서울 판교의 외관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개념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 한창 고민을 하던 시기 스트레스도 풀 겸 영화 한편을 집에서 봤는데 그 제목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였다. 갱스터 무비로 1984년 미국에서 첫 개봉을 했던 영화인데 그 전까지 영화 제목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영화를 보다보니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은 뉴욕의 브루클린 브릿지(Brooklyn Bridge)였다. 몇 해 전 뉴욕 여행 당시 방문했던 다리를 영화에서 배경으로 보게 되니 브루클린의 도시적인 분위기가 다시 느껴지게 됐다. 유럽의 이민자들에 의해 지어진 브라운스톤 마감의 집들이 늘어선 한적한 주택 지역이 대부분이라 과거에는 맨해튼의 외진 곳으로 취급받았지만 현재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고 윌리엄스버그, 덤부, 부시윅 등등의 지역들이 핫스팟으로 뉴요커들에게 인정받는 곳이다.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의 거리 벽화와 개성 강한 숍들의 인테리어를 여기저기 들어가서 구경하면서 느꼈던 브루클린이라는 도시의 정취는 확실히 필자에게 큰 정서적인 감흥을 느끼게 했었고, 그 때 느꼈던 흥분이 그래비티 서울 판교 디자인에서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브루클린에서 촬영했던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과 대학 서양건축사 과목에서 배웠던 건축사조 등을 다시 기억에서 소환해 외관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디자인 스타일로는 신고전주의(Neoclassic) 형식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조형 디자인으로 완성됐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감을 받은 브루클린 스타일(Brooklyn Style)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디자인이 확정되고 건축물이 완공된 후 준공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결과물을 전달 받았을 때 예전 브루클린 여행시 느꼈던 정취가 어느 정도 묻어난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이런 생각들을 호텔에 방문하는 고객들도 느낄 수 있다면 건축가로서 정말 보람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효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