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포리스트 케이크(Black Forest Gateau)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이 케이크를 너무나도 좋아했던 필자는 어머니가 케이크를 사주는 생일만을 기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그 케이크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체리와 초콜릿의 조합이 선사하는 그 맛은 아직까지도 감동으로 가슴 한 켠에 생생히 살아있다. 유년시절의 필자처럼 많은 이들이 케이크의 이름과 종류를 모를 뿐, 이미 우리들은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와 꽤 친숙하다.
이 케이크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체리가 들어갔는데, 전편에서 다뤘던 카늘레와 함께 가장 사랑하는 디저트 중 하나다.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는 초콜릿 스폰지 케이크, 체리, 생크림으로 구성된 4개의 레이어에 초콜릿 부스러기 그리고 장식용 체리를 얹어서 먹는다. 가장 밑단의 스폰지케이크에는 킬슈왓세루(Kirschwasser) 라고 불리는 체리브랜디를 칠하는데, 이를 통해 케이크의 촉촉함과 풍미를 더해준다.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는 많은 신맛의 체리들 중에서 어두운 붉은 색을 띄는 버찌 체리를 사용한다. 타르트 체리라고 불리는 이런 신맛의 체리가 쓰이는 이유는 타르트 체리들이 일반적인 단맛의 체리보다 제과 제빵에 더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라는 이름은 아무 케이크나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독일 블랙 포리스트 지방의 체리로 만든 ‘슈바르츠발트 키르시(Schwarzwalder Kirsch : 체리로 만든 흰 색 술)’가 들어가야만, 그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독일 법은 케이크가 슈바르츠발트 키르쉬토르테(Schwarzwalder Kirschtorte)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킬슈왓세루(Kirschwasser)가 들어가야 한다고 규정한다.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의 더 정확한 명칭은 슈바르츠발트 키르쉬토르테(Schwarzwalder Kirschtorte), 이 이름은 블랙 포리스트 지방의 지명이 아닌 케이크에 들어가는 타르트 체리에서 증류해 만드는 키르시(Kirsh)라는 술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어떤 이들은 케이크의 이름이 블랙 포리스트 지방의 전통모자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볼렌훗(Bollenhut)이라는 이 전통모자는 14개의 큰 방울이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 무게가 2kg이 넘는 것도 있다. 미혼여성들은 주로 빨간색 방울을 기혼여성들은 검은 방울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조셉 켈러(Josef Keller)라는 제과사가 1915년 구서독의 수도였던 본의 인근의 Café Agner라는 곳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입증된 바가 없다. 역사학자들에 의한 보편적인 주장은 16세기후반 블랙 포리스트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16세기 후반은 신대륙의 음식이었던 초콜릿이 케이크나 쿠키 같은 제과류에 쓰이기 시작한 시기다.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의 가장 중요한 재료를 담당하는 체리 역시 유럽에는 일찍이 기원전 300년부터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통해 들어왔고, 로마를 통해 영국을 포함한 서유럽에 소개됐지만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건 16세기 헨리 8세 때 부터다. 블랙 포리스트 지방은 특유의 신맛을 가진 체리와 키르시로 유명했다. 지역의 특산물과 당시의 새로운 제과문화가 조합돼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가 탄생한 것이다.
미셸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Univ. of Massachusetts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제과 분야에서 일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 쿠키아티스트이자 음식문화평론가로서 활동 중이며 현재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