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과 함께하는 재미있는 세계의 음식과 음식문화] 터키(Turkey)의 디저트

2018.07.30 09:46:47

터키는 우리에게 ‘술탄의 땅’, ‘유라시아’라는 표현들을 떠올리게 하며 가슴 깊은 곳에서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다. 터키는 지중해, 에게해, 흑해, 마르마라해와 인접한 지리적 특수성으로 오랫동안 동서양 문화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아온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터키의 음식문화는 풍요로운 자연 환경의 영향으로 굉장히 다채롭다. 터키는 전 세계에서 식량 자급자족과 수출이 동시에 가능한 7개의 국가 중 하나다. 다양한 지리적 생태환경을 포함한 자연환경은 터키로 하여금 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의 느낌마저 들게 하며, 이는 세계적으로 특이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터키 음식문화의 다양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터키의 음식문화
터키 음식문화의 발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현재 터키 음식과 음식문화의 심장, 인구 1500만 터키 제일의 도시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하는 오랜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또 터키 음식문화를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스만투르크제국(Ottoman Empire)의 황실주방을 빼 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비록 오스만투르크제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오스만제국의 전통은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터키의 음식문화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스만제국 전성기시절의 넓은 영토 확장은 자연스럽게 유럽, 발칸, 페르시아, 북아프리카 등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며, 이는 터키의 다양한 음식과 음식문화 발전의 토대가 됐다.


오스만제국의 술탄(황제)은 언제라도 황실의 입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1000여 명의 요리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1453년경 술탄 마흐메트 2세의 제위기간부터 요리기술은 하나의 예술로 승화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요리들이 탄생했고, 이는 기존의 요리들과 융화돼 수많은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라마단 식단의 특수성과 헌신적인 주방문화는 터키 음식문화의 발전과 진화에 큰 영향을 줬다.



터키의 디저트
터키의 음식문화 중 디저트 분야는 독보적 영역이다. 디저트는 단순한 후식의 개념이 아닌 특정 문화나 어떤 나라의 사회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터키인들은 디저트란 본인들의 인생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디저트에 대한 유별난 사랑과 애착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의 큰 변화들(출산, 결혼, 이사, 병역, 종교행사 등)이 일어날 때마다 디저트와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터키요리는 곡물과 채소가 주재료이고, 향신료나 허브가 많이 첨가되지 않는다. 간혹 요리에 사용된다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첨가되고, 대부분의 디저트나 과일요리에는 향신료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디저트와 터키인의 삶과의 관계는 라마단 기간에도 잘 나타난다. 신성한 라마단 기간의 일몰 후 식사에도 항상 디저트는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이 이슬람교도들인 터키인들은 와인이나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를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셔벗’이라고 불리는 시럽음료와 여러 디저트 종류들은 개발했다.


터키의 디저트는 크게 네 가지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먼저 셔벗 계통의 다과에는 케이크, 팬케이크, 꿀이 아닌 설탕시럽을 칠한 페이스트리가 있다. 설탕시럽을 쓰는 이유는 견과류 토핑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터키의 후식인 ‘바클라바’는 그 맛의 깊이와 풍미를 위해 소의 우유대신 암양의 우유를 겉에 칠해서 만든다. 또한 우유와 수분을 제거한 버터를 함께 칠함으로써 페이스트리가 질척거리지 않게 했다. 대개는 피스타치오, 호두, 아몬드 같은 견과류가 이 속에 들어가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토착작물을 넣기도 했다. 예를 들면 흑해의 해안가 지방의 경우 토착작물인 ‘헤이즐넛’이 바클라바의 주요 속재료가 되는 것이다. 바클라바는 그 특유의 강한 단맛과의 조화를 위해 차 대신 레모네이드와 같이 먹는다.


바클라바의 시초는 ‘굴라취’라고 하는 음식이다. 원래 밀전분으로만 만드는 굴라취는 유유에 재고, 석류씨를 토핑한 얇은 빵 사이에 호두를 넣어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이 디저트는 14세기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굴라취는 ‘음식과 함께 있는 장미’라는 의미로 장미의 잎을 닮은 빵의 모양에서 나온 이름이다. 굴라취의 80% 정도는 라마단 기간에 소비된다. 라마단 후식 중 가장 인기 있는 것 중 하나로 이 디저트는 오스만제국 시절, 왕자의 할례의식에도 메뉴로 등장하곤 했다.


두 번째로는 과일 디저트류가 있다. 이러한 디저트류에는 설탕에 졸인 살구, 배, 체리, 마르메르, 그리고 멜론이 있다. 이 젤리 같은 후식은 라임과 같이 잘라서 먹는데, 이는 그 음식의 모양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제대로 만든 터키식 과일디저트는 치아에 달라붙지 않고 입안에서 녹는다.



디저트류 중 비중이 가장 큰 ‘헬바’는 아랍어로  ‘모든 종류의 다과나 후식’을 지칭한다. 헬바는 견과류를 이용한 것과 곡류를 이용한 것 두 가지가 있다. 두 가지 모두 설탕의 비율이 높아 밀도가 매우 높다. 전통적으로 세몰리나(거칠게 간 듀럼 밀) 헬바는 장례에 제공된다. 주로 고인의 집에서 세몰리나 헬바를 만들 준비를 한다. 전통적으로 고인의 친한 친구가 고인을 기리며 헬바를 만들기 시작하고, 이후 사람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고인을 기리며 헬바 만들기를 이어간다.


마지막 종류는 터키 후식의 가장 오래된 디저트류 중 하나로 밀크 푸딩(일반적으로 계란이나 버터가 들어가지 않음), 쌀 푸딩, 그리고 우리가 많이 아는 크렘브룰레와 유사한 커스터드가 있다. 이러한 후식이 만들어진 데에는 터키인들의 유목민적이라는 이유와, 요거트 같은 유제품을 선호하는 식습관이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후식 중에는 매우 부드럽고 풍미가 깊어 과거 오스만 술탄들에게 사랑받았던 ‘타붘 고크슈’가 있다. 잘게 다진 닭 가슴살이 우유와 함께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한 점은 닭고기는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 질감만을 위해서만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통 후식에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후식일지도 모르는 ‘아슈라’ 또는 ‘노아의 방주푸딩’이라고 불리는 디저트가 있다. 이 푸딩은 방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노아는 식량이 다 떨어진 마지막 식사에서 모두의 마지막 음식을 하나의 큰 솥에 넣었다). 이 디저트는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통밀, 콩류, 견과류, 과일류 등만 이슬람 달력의 첫 번째 달에 주로 먹는다.


음식은 우리의 일생과 삶에 있어서 매우 밀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나라와 민족, 그리고 어느 지역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살펴본다는 것은 몸속의 심장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터키를 세계 3대 요리 왕국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터키의 음식문화를 알아봄으로써 수세기동안 동양과 지중해를 잇는 터키의 유산을 조금이나마 알아볼 수 있다.



미셸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Univ. of Massachusetts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제과 분야에서 일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 쿠키아티스트이자 음식문화평론가로서 활동 중이며 현재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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