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낭시에(Financier)는 필자가 여가시간에 커피 한 잔을 즐기기 위해 가장 많이 만들어서 먹는 정말로 사랑하는 디저트 중 하나다. 마들렌에 이어서 피낭시에는 예술과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사랑받는 프티 푸르(Petit Fours, 커피나 차와 함께 먹는 케이크나 쿠키)일 것이다. 피낭시에는 아침이나 오후에 간식으로도 사랑받는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이기도 하다. 피낭시에는 정확히 어떤 디저트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바삭한 가장자리를 가진 아몬드향의 쿠키다. 특유의 재료로는 뵈르 누아제트(Beurre Noisette, 갈색 버터)와 곱게 간 아몬드가 있다. 전통적인 피낭시에는 사각형모양이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크기, 사이즈, 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겉이 딱딱하면서도 바삭하고, 속이 촉촉하면서 아몬드향이 나야 제대로 만든 피낭시에라고 할 수 있다. 전통주의적인 필자는 아몬드향을 선호하지만 곱게 간 헤이즐넛이나 피스타치오도 쓰일 수 있다.
이 매력적인 케이크의 이름은 금괴를 닮은 외관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마들렌과는 달리, 피낭시에는 인기가 있는 디저트임에도 프랑스 문학이나 요리책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중세시대에 낭시와 로렌지방의 방문동정회 수녀들에 의해서 탄생한 피낭시에는 19세기에 들어서 인기를 얻게 됐다.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 피낭시에는 방문동정회를 뜻하는 ‘비지턴다인(Visitandine)’으로 불렸다. 르네상스 이후, 비지턴다인은 점차 잊혀지게 됐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파리 금융지구 근처에 살던 제빵사가 주괴를 닮은 이 디저트의 레시피를 부활시켰고 이 금빛이 도는 디저트에 ‘피낭시에’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피낭시에(Financier)는 금융업자를 뜻하고, 사각형모양은 금괴를 본떠서 만들어졌다. 증권중개인들이 대다수였던 고객들은 그들의 손가락에 묻지 않는 이 케이크를 반겼다. 피낭시에가 증권가에서 인기를 끌던 또 다른 이유는 주머니에 오래 넣어놔도 그 모양이 쉽게 변하거나 손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낭시에는 초콜릿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필자는 이 클래식한 케이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간단함과 우아함 때문이다. 피낭시에는 그 모양도 아름답지만 맛도 좋은 디저트다. 거기다 고급스러운 재료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주방에 이미 있을 만한 재료들로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가 바로 피낭시에다. 집에 여분의 마르코나 아몬드만 있다면 필자가 만드는 프티 푸르가 바로 피낭시에다.
미셸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Univ. of Massachusetts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제과 분야에서 일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 쿠키아티스트이자 음식문화평론가로서 활동 중이며 현재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