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과 함께하는 재미있는 세계의 음식과 음식문화] 멕시코 음식문화

2018.08.29 09:24:00


마야와 아즈텍 문명을 꽃피웠던 열정과 신비 그리고 역동의 나라 멕시코! 멕시코 음식문화의 원형은 고대 아즈텍과 마야를 비롯한 원주민들의 요리에서 비롯됐다. 장기간 식민지배와 북아메리카 남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카리브해 연한, 남미, 프랑스, 서아프리카,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멕시코의 음식문화는 이렇듯 긴 시간동안 계속 변화하고 응용됐지만, 그 속에서 멕시코만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 역시 계승돼 함께 발전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신비의 멕시코 음식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이 오늘날의 멕시코 음식문화에 영향을 줬는지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멕시코 토착 음식문화는 기원전 1800년부터 서기 200년까지 이어졌던 마야 원주민들의 유목민문화에서 유래했다. 13세기 중반 무렵, 현재 멕시코 지방에서 번영했던 아즈텍 제국은 칠리 고추, 꿀, 소금, 초콜릿, 토종 칠면조, 오리와 같은 새로운 식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6세기 스페인에게 침략당한 이후, 양, 소, 돼지, 유제품, 허브, 밀, 올리브 오일, 향신료가 들어왔다. 이러한 식재료의 유입은 멕시코 음식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아즈텍 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 정복가 에르난 코르테스는 멕시코에 유럽 식재료를 소개했으며, 동시에 땅콩, 초콜릿, 아보카도, 바닐라와 같은 멕시코의 식재료를 유럽에 소개하기도 했다.


옥수수의 중요성 
아즈텍인들은 주로 식물위주의 식단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한해 농사의 성공여부는 옥수수 작황에 달려 있을 만큼 옥수수가 가장 중요한 곡물인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였다. 자연히 옥수수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었는데, 따뜻한 옥수수 죽 형태의 ‘아똘레’와 우리가 친숙한 ‘토르티야’가 대표적인 예다. 손맷돌에 밀대로 옥수수를 갈아서 ‘토르티야’ 만드는 법은 모든 어머니들이 딸에게 가르쳐주는 전통적인 요리기도 하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석회를 첨가해 반죽을 만들었고, 고기와 야채를 섞어 ‘타말’을 지어먹기도 했다. 현재까지 멕시코의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매일 1kg이상의 ‘토르티야’가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단백질 공급원과 생활의 일부로 의존해 온 옥수수는 고대 멕시코인들의 종교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종교적인 연회나 행사기간동안 전문기술을 가진 요리사들이 초청돼 ‘토르티야’와 ‘타말’ 그리고 ‘초콜릿’으로 마무리되는 특별한 식순을 가졌고 구강청결을 위해 치클과 같은 껌을 씹곤 했다.



멕시코의 초콜릿 문화 
잘 알려진 멕시코의 식물성 향신료로는 고수, 세이지, 바닐라 등이 있다. 이러한 향신료는 다양한 요리에 들어가지만, 특히 전통 초콜릿 음료에 자주 들어가곤 했다.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초콜릿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난초류의 식물에서 추출되는 바닐라는 이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향신료인데, 고대 멕시코의 왕족들이 즐겨먹었던 초콜릿 음료에도 쓰였다. 나와틀어로 ‘xocoatl’라고 불리는 이 음료는 당시에는 매우 귀한 재료였던 카카오열매를 물과 같이 빻아 바닐라나 꿀을 첨가해 만들었다. 초콜릿 음료에는 바닐라 외에도 칠리나 옥수수, 여러 가지 꽃이 향신료로 들어갔고 초콜릿 자체가 쓰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고대 아즈텍인들은 초콜릿을 가지고 요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초콜릿을 첨가해 요리하는 문화는 스페인에 의해 정복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고 현재 우리가 아는 초콜릿과는 다르게 고대 멕시코인들은 차가운 상태의 초콜릿을 먹었다. 초콜릿은 고대 멕시코에서는 치료의 목적으로도 사용됐는데, 복통이나 위통에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또, 판야나무의 껍질에서 추출되는 수액과 섞어서 감염, 해열, 기절 방지 용도로 쓰였다.


아즈텍의 마지막 황제. ‘몬테수마’는 순금 잔에 하루 50잔 씩 초콜릿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많은 국가들이 본인들의 초콜릿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지만, 멕시코의 유구한 초콜릿문화를 뛰어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고대 아즈텍인들과 마야인들은 최초로 초콜릿을 활용한 민족이었으며 그리고 오늘날 밀크셰이크라고 불리는 음료를 탄생시킨 민족으로, 그야말로 초콜릿 원조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낭콩과 호박
옥수수 다음으로 중요한 작물에는 강낭콩과 호박이 있다. 강낭콩은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아즈텍인들에게는 훌륭한 단백질의 공급수단이자, 주요 식재료였다. 콩은 거의 모든 음식에 쓰였고 수프나 스튜를 만들기 위해 콩과 여러가지 채소들을 사용했다. 또한, 아즈텍인들은 종종 콩을 고기와 곁들여 먹기도 했다. 멕시코인들의 소울푸드라고 불리는 ‘뽀솔레(Pozole)’는 아즈텍 전통스튜의 일종으로 종교적 행사에도 등장한다. 신비의 종교행사에서 아즈텍인들은 밤새 야채, 고기, 말린 옥수수들을 한 데 끓여 ‘뽀솔레’를 만드는 의식을 치뤘고, 이는 지금까지도 중요 기념일이나 행사에 종종 이루어지곤 한다. 아즈텍인들이 즐겨먹었던 다른 식물성 식재료에는 아마란스, 스쿼시씨, 치아씨, 칠리 고추, 고구마,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등이 있다. 칠리 고추는 가장 자주 쓰이는 식물로 주로 향신료로 사용이 됐다. 그들은 또한, 주키니나 스쿼시와 같은 다양한 호박류를 키워 식용했고, 노팔선인장 역시 아즈텍 식단의 일부였다.



아즈텍인들의 음식문화
아즈텍인들은 채소와 함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나 물고기와 같은 육류를 먹었다. 그들의 식단에서는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활용해 만든 음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구대륙으로부터 소가 들어오기 전까지, 전통적인 육류는 토종 칠면조나 개를 길러 식용했다. 부족한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도마뱀, 이구아나, 사슴, 토끼, 오리 등도 수렵해 먹기도 했다. 아스텍인들에게 육류는 아주 귀했기 때문에 수렵활동은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고기나 어류는 엘리트 계층에게 주어졌고, 하층민들은 주로 채식위주의 식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곤충류에서 개미, 애벌레, 메뚜기, 용설란 지렁이(maguey worm) 등은 과거나 지금이나 자주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곤충과 곤충의 알은 또다른 훌륭한 단백질의 공급원이었다. 곤충류는 주로 하류층의 음식이었다. 옛 멕시코에서는 현대의 우리가 보기에 이국적이라고 생각하는 재료들을 종종 사용했다. 소의 뇌, 소의 고환, 소의 젖통, 배, 혀 그리고 심지어 자궁도 사용됐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렵을 통한 육류공급은 매우 힘든 일이었기에, 이러한 재료들은 채소로 만드는 주 요리의 맛을 더해주는 용도로만 사용됐다.


아즈텍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두 끼를 먹었다. 첫 식사는 늦은 오전이었고, 다른 한 끼는 해가 가장 뜨거운 늦은 오후에 먹었다. 이후 밤에는 간식으로 아마란스로 만든 죽을 먹었고 옥수수와 콩 외에도 토마토, 아보카도, 여러 종류의 호박, 벌레 등도 요리했다. 고기는 굽거나 특히 쪄서 먹었고, 찌는 경우 선인장이나 바나나 잎에 고기를 싸서 끊는 물에 넣어서 찌는 방식을 애용했다. 멕시코의 또 자주 사용된 요리방식으로 화산암으로 만든 막자와 사발에 향신료나 허브, 토르티야용 옥수수를 넣고 빻는 법도 있었다.



아즈텍인들이 꽃피운 텍스맥스 문화
아즈텍인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멕시코요리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식재료들을 사용하고 음식으로 만들어왔다. 이러한 아즈텍인들의 요리법과 재료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요리문화를 파생시켰는데 이것이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멕시코요리를 일컫는 ‘텍스맥스(Tex-Mex, 텍사스와 멕시코를 결합한 단어) 문화’다. ‘텍스맥스’는 멕시코 고유의 문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료나 요리법은 멕시코의 것이며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것은 불과 백 년 여 전에 과거에 텍사스 남서부 멕시코 거주지역에서 멕시코와 텍사스 음식이 만나면서 태동했다. 1875년 텍사스와 멕시코를 이어주는 철도 노선이 운영되면서 철도노선의 축약어로 ‘텍스맥스’ 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텍스맥스는 미국 남서부에 속한 다른 주에서 파생된 또 다른 음식인 ‘뉴멕시코 요리’와도 분명히 구별되는 매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육류와 밀가루는 텍사스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콘셉트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육류(특히 소고기)는 멕시코 전통 음식문화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텍사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멕시코출신의 요리사들은 이런 비멕시코적인 요소들을 음식에 가미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텍스멕스의 시초다. 대표적으로 타코, 화이타, 부리또, 나초 등이 텍스맥스 음식이다. 나초 자체는 멕시코 전통 음식이지만, 녹인 치즈(스페인 풍), 절인 할라피뇨, 사워크림, 다진 양상추, 살사소스를 위에 얹어 텍스맥스로 재탄생했다. 퀘사디아 역시 치즈와 소고기가 멕시코 고유의 음식풍이 아니기에 텍스맥스로 분류된다.



아즈텍인들이 만든 요리법과 요리들은 지금도 계승돼 활용되고 있고, 이는 멕시코음식과 음식문화의 역사적 매력을 더해준다. 멕시코음식은 변화를 겪었고, 이는 멕시코음식문화를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었으며, 지역적인 특색을 부여했다. 우리는 멕시코음식과 음식문화를 살펴보면서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아즈텍인들 그리고 마야인들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미셸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Univ. of Massachusetts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제과 분야에서 일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 쿠키아티스트이자 음식문화평론가로서 활동 중이며 현재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경란 칼럼니스트 hrdin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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