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과 함께하는 세계의 디저트] 호두(Walnut)

2020.10.28 08:50:31


지난 9월부터 시작한 세계유명 디저트의 주요 재료에 대한 연구와 연재의 연속으로 이번 호에서는 한국인들도 무척 사랑하는 식재료 중 하나인 호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호두는 통으로 넣거나 잘게 썰거나 가루로 만드는 등 여러가지 형태로 필자의 쿠키나 티케이크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로 아직까지도 호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호두는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오래된 식용식물 중 하나다. 호두나무는 발육이 느리고 발칸반도에서 중국 사이의 아시아에 벨트를 형성해 서식하는 중간 또는 큰 사이즈의 나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두나무숲은 고도 1000~2000m의 카자흐스탄 지역에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 78만 년 전 호두가 인류의 식생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들이 이스라엘에서 발굴됐다. 발굴된 유물 중에는 호두를 까기 위해 만든 석기들도 있다. 이러한 석기들은 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도 발견됐는데, 4000~8000년 정도 됐다고 추정되고 있다. 


호두와 관련된 가장 오래된 유적은 이라크에서 발견됐는데, 기원전 5만 경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호두재배에 대한 첫 기록은 기원전 2000년경 바빌론(지금의 이라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 남서부 지방의 신석기 유적에서 구운 호두 껍질이 출토됐다는 점으로 볼 때 인류는 호두를 최소 8000년 전 이미 유럽에서 먹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호두의 선발번식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이후 호두나무는 유럽전역에서 재배됐고 로마인들에 의해 북아프리카 지방에서도 생산됐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호두를 좋아했고 로마인들은 호두를 신을 위한 음식으로 여겼다. 로마인들은 호두를 ‘유피테르의 신성한 도토리’라고 불렀으며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와 사랑에 빠진 카리야(호두의 속명)가 죽으면서 호두나무로 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도시 위에 서있는 아크로폴리스의 호두나무로 만든 기둥(후에 대리석으로 교체)은 그녀의 사람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으며 지금도 그리스 아테네에 가면 볼 수 있다. 이렇게 신화를 통한 역사가 재밌긴 하지만, 고고학적인 역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호두는 전 세계 전역에서 발견됐기에 그 유래를 쉽게 단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기록을 보면 호두는 지중해의 영국 선박들의 주요 교역 품목이었다. 중세에 이르러서 호두는 북쪽 지방으로 전해져 영국에서도 재배됐다. 이전의 기록들에 따르면 영국의 호두는 호두를 왕실의 전유물로 여기던 고대 페르시아에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영국의 호두가 흔히 페르시아 호두(Persian Walnuts)라고 불리는 것이다. 영국의 호두는 캘리포니아 해안에 정착한 프란체스코회의 수도사들과 선교사들에 의해 1800년대 초 미국으로 들어왔다. 오늘날 캘리포니아 중부의 재배지들은 미국 상업용 호두 생산량의 99%, 전 세계 영국 호두 생산의 65%를 담당하고 있다. 과수원의 상업용 호두나무들은 보통 60~10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데, 환경만 좋으면 무려 300년 이상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한다.


호두에 대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의 뇌를 닮은 호두의 생김새 때문에 생긴 호두가 두뇌 발달에 좋다는 속설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존재한다. 호두는 오늘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가장 영양가 높은 간식 중에 하나다. 한국은 거기에 자랑할 만한 우리만의 간식인 호두과자까지 있다. 그리고 만약 서울 도심에 갈 일이 있다면, 종묘에 있는 호두나무에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미셸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제과 분야에서 일했다. 국내 최초 쿠키 아티스트이자 음식문화 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MPS 스마트 쿠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플루트 연주자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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